[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현대인에게 가장 고민스런 신체 부위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역시 뱃살이다. 배만 날씬하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을 공통으로 가진다. 지방을 감소시키려는 노력 역시 예외 없이 복부에 집중된다. 넉넉한 뱃살을 해소한다는 것은 곧 비만의 해소를 의미한다. 마른 비만이 아니라면 복부가 날씬한 비만인은 존재하기 어렵다. 뚱뚱한 사람이 복근을 뽐내는 것을 우리가 보지 못했듯 말이다.

남산만 한 배를 집어넣기 위해 애를 쓰며 윗몸일으키기를 해보지만 소용이 없다. 인체는 지방이 많은 부분의 근육을 단련하여 그 부위의 지방을 해소할 수 없음이 정설이다. 개개인이 쓰는 신체 부위가 모두 다르지만, 지방은 모든 이의 몸에 균일하게 분포되어 있음이 이를 증명한다.

특정 부위의 운동이 특정 부위의 근육을 커지게 하는 것은 맞다. 그로 인해 기초대사량이 커졌다 한들 그것은 우리의 몸 전체에 해당되는 일이다. 다이어터들, 특히 여성들이 소망하는 부분 감량에 대한 기대는 더 이상 갖지 않도록 해야 한다. 뱃살을 줄이기 위한 우리의 노력이 번번이 실패에 그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결론부터 내려 보자면 간을 비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간 속의 지방을 빼내지 않으면 뱃살을 줄일 수 없음은 만고불변의 진리다. 알코올과 기름진 안주에 찌들어 퉁퉁 부은 간, 초음파로 들여다봤을 때 허옇게 지방이 들어찬 간을 깔끔히 비워내지 않으면 그 어떤 노력으로도 몸의 지방을 줄일 수 없다. 기름진 음식과 술을 탐닉하는 사람들의 간은 입에서 살살 녹는 소고기의 마블링과 같은 맛이 날 것이다. 술을 먹고 잠이 들 때 오른쪽 늑골의 아랫부분이 간지럽거나 심지어 쥐가 나지는 않는가. 혹은 우측 갈비뼈 아래에 뻐근한 느낌이 든다면 당신은 이미 지방간을 소유한 것이다.

사료를 강제로 먹여 비대하게 만든 거위의 간, 일명 푸와그라와 흡사한 간이 된 거다. 손가락을 늑골 밑으로 쑤셔 넣으면 간이 잡힐 정도가 되는데, 그 지경이 되어서도 우리 몸의 거대한 화학 공장을 살리려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간이 딱딱하게 굳어가는 경화의 단계를 밟게 된다. 마지막 단계는 간암이라는 이름의 종착역이다. 오죽하면 간을 영어로 리버(liver)라 표기하겠는가.

간의 죽음은 곧 생명의 죽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하는 일이 많다 보니 간은 우리 몸의 단일 기관 중 크기도 가장 크다. 간의 역할 중 지방대사와 관련된 부분을 정확히 인식하는 것이 체중을 줄이는 첫 단계라 할 수 있다. 간은 지방 대사를 조절하는 중요한 열량 연소 기관이다.

복잡한 과정을 통해 대사를 조절하고 과다한 지방은 담즙을 통해 몸 밖으로 배출하는 것이 간의 주 임무이다. 대사란 생물체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물질의 변화를 통틀어 이르지만 여기서는 음식을 분해하여 생체에너지로 이용하는 과정으로 이해하도록 하자. 섭취한 음식물 등의 에너지원이 세포에서 활용 가능한 에너지로 전환되는 속도를 대사율이라 한다.

대사율이 높다는 것은 음식으로부터 에너지를 신속히 생산하여 사용한단 의미이므로 체중이 늘기 어렵다. 역으로 대사 효율성이 떨어지면 과체중이 된다. 그 대사의 중심에 간이 버티고 있다. 지질의 합성과 분해를 이끌어낼 간에 오히려 지방이 침착된다면 그 본연의 기능을 제대로 해낼 수 없다.

나온 배를 무턱대고 집어넣겠다는 의욕보다도 간 기능이 회복되어야 체중조절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먼저 가져야 한다. 배가 나온 중년 남성 대부분은 간세포 속에 지방이 축적된 상태인 지방간일 가능성이 높다. 지방을 연소하는 기관이 지방의 저장고 역할을 하는 셈이다.

막혀 있는 하수도를 생각해 보라. 우선 막힌 것을 뚫어내야 시원하게 소통이 될 것 아닌가. 가장 먼저 간에서 지방을 빼내야 한다. 체중은 자연스레 조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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