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법무법인 명경 임희정 변호사

[미디어파인=임희정 변호사 칼럼] 부부가 서로 동의를 했다면 제3자의 정자 인공수정으로 낳은 자녀도 친자식이라는 법원의 판결을 소개한다.

서울가정법원 2015르1490판결에 따르면 A씨는 지난 1985년 결혼한 이후 자녀를 낳지 못하다 무정자증 진단을 받았다. 이에 제3자로부터 정자를 제공받아 시험관시술로 자녀를 갖기로 부인과 합의해 1993년 B씨를 낳았다.

A씨는 B씨를 자신의 자녀로 출생신고하고 20년 가까이 키워왔다. B씨도 A씨가 자신의 친부라고 믿고 살아왔다.

2013년 A씨 부부는 잦은 갈등 끝에 협의이혼을 결정했다. B씨는 그 무렵 부모님이 다투다 자신이 친자가 아니라고 말하는 것을 듣고서야 사실을 알게 됐다.

A씨 부부는 이혼 과정에서도 갈등을 겪다 결국 조정이 성립됐다. 그럼에도 A씨는 B씨가 자신의 친생자가 아니라며 친생자관계부존재 소송까지 냈다.

A씨는 본인과 B씨는 혈액 및 유전자 감정촉탁 결과 유전학적으로 부녀관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또 자신은 제3자 정자 인공수정에 동의한 사실이 없고 단지 묵인했을 뿐이라고 했다. 이에 법원은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인공수정에 의해 출생한 자녀는 배우자인 남편이 동의한 경우에 한해 그 부(夫)의 친생자로 추정되는데, A씨가 무정자증 진단 이후 제3자 정자 인공수정에 동의했고 이후 B의 출생에 대해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 인공수정의 경우 불임검사 등 배우자의 협력과 동의가 반드시 필요해 A씨의 동의 없이 B씨를 출산할 수 없었다. "고 판단했다.

법원은 “설령 B씨가 친생자로 추정되어 A씨의 소를 친생부인을 구하는 취지로 선해하더라도, 원고가 제3자의 정자를 사용한 피고 B의 인공수정에 동의하였으므로 금반언의 원칙에 따라 친생부인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법무법인 명경(아이사랑변호사닷컴)의 임희정(39·사법연수원 42기) 변호사는 “민법 제844조 1항은 ‘처가 혼인 중에 포태한 자는 부의 자로 추정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친생자추정을 받는 기간에 출산했으나 예외적으로 부의 자가 아닌 것이 명백한 경우 친생자추정이 미치지 않는다”며 “과학기술의 발달로 간단한 유전자 검사로 친자관계의 확인이 가능하고, 자연적인 생식방법뿐 아니라 인공수정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아기들이 태어나고 있는 지금의 경우에는 위 규정의 적용범위를 놓고 논란이 있을 수 있는 만큼 적극적으로 법률적 조력을 활용해 대처하길 권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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