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지난 호에 이어 미국 운동선수 호레이스 플래처가 자신의 이름을 본따 만든 플래처리즘이란 다이어트 방법에 대해 알아보자. 음식을 씹어 국물 형태의 영양분만 삼키고 끝까지 남아있는 것은 뱉어내는 것이 이 방법의 핵심이다. 다이어트 및 영양 전문가인 필자의 입장에서 체중을 줄이는 방법의 효과성을 논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일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체중을 줄임에 있어 플래처리즘은 유의한 효과가 있다고 본다.

가장 긍정적 측면은 제대로 씹는 행위인 저작에 있다. 간뇌의 시상하부는 음식물 섭식에 관여하는 섭식 중추인데 이 중 포만 중추는 저작을 통하여 자극을 받는다. 동양에서 예로부터 “진양”이라 불린 저작은 음식물을 입안에서 100번 이상 씹어 섭취하는 행위로 그 긍정적 효과가 셀 수 없이 많다. 몇 가지 살펴보면 턱의 경락을 자극함으로 위와 췌장의 기능이 활발해지고 두뇌의 혈액순환을 촉진하여 치매 예방을 가능케 한다.

특히 충분한 저작은 만복 중추를 자극하여 적은 양의 식사로도 배를 든든하게 하므로 적당히 시점에 밥상에서 물러나게 하는 효과가 있다. 플래처리즘의 효과성은 충분한 저작에 있는 것이지, 뱉어낸 만큼 줄어든 음식물의 열량에 영향을 받는 것은 아니다. 체중 증가의 핵심인 지방이나 탄수화물 등 열량은 이미 영양소와 더불어 소화관으로 유입되고 육류의 근막이나 힘줄 및 채소류의 난소화성 식이섬유 등 열량이 거의 없는 것들만 뱉어냈기 때문이다.

즉 뱉어낸 찌꺼기에 앞서 충분한 저작을 통해 이미 이 다이어트는 실행을 끝낸 셈이다. 조건은 뱉어 낼 섬유질 등 고형물이 남을 수 있는 음식을 선택해야 한다는 점인데 이 부분에 플래처의 교묘한 계산이 숨어있다. 조금만 씹어도 입 속에 잔여물이 남지 않는 가공식품은 철저히 배제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전략이다. 실제로 곱게 채를 쳐 만든 밀가루 빵이나 햄, 소시지 등은 최후까지 입속에 남는 것이 없다. 간식으로 먹는 과자나 아이스크림 등도 마찬가지다.

뱉어낼 게 남는 음식은 고작해야 생채소 잎이나 뿌리, 도정되지 않은 곡류의 질긴 섬유질이나 육류의 근막, 힘줄 정도다. 과거에 비해 끝까지 입속에 남아 있는 음식이 부족하다는 것이 이 방법의 문제이자 현재에 이르러 따르기 힘든 이유가 된다. 저작이 충분하여 음식의 흡수율이 높은 데다 남은 섬유질까지 모두 뱉어내므로 화장실은 한 달에 두 번으로 족하며 심지어 변에서 냄새도 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이미 백여 년 전 사람이지만 대단한 열정의 플래처는 자신의 똥(?)을 직접 들고 다니며 자신의 비법을 주위에 알렸다 한다. 자신의 이름을 알리는 것 외에 상업적으로 개인의 사익을 취할 일도 그리 많지 않으므로 플래처리즘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되는 좋은 방법이다. 다만 저작이 충분했다면 입속에 남은 섬유질 따위를 굳이 뱉어낼 필요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영양분이 없어 천대받던 섬유질이 현대에 이르러 제5의 영양소로 재조명되는 이유는 변의 양을 늘려 변비를 예방하고, 콜레스테롤이나 중성 지방 등 심혈관계 유발 원인을 흡착하여 제거하는 역할을 함이 속속 밝혀지기 때문이다.

결국, 플래처리즘의 핵심은 두 가지로 집약된다. 첫 번째는 충분한 저작을 통해 뇌의 시상하부를 자극해 포만감의 신호를 전달함으로써 적당량의 음식섭취를 가능하게 하며, 두 번째는 비만의 원인 중 하나인 급하게 먹는 식습관을 개선하는 효과라 할 수 있다. 돌이켜보면 저작과 자연식으로 귀결되는 플래처리즘은 올바른 식생활 패턴의 범주에 있던 기존의 원칙이 이름만 바꾸어 세상 밖으로 나온 것이나 다름없다.

결론적으로 건강을 유지한 채 단기적으로 우리의 몸을 날씬하게 만들어 주는 특정 행위 등 비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불어난 체중을 줄이려면 불어난 시간 만큼, 또는 그 이상의 시간이 소요됨을 우리 스스로 인정해야 한다. 기본적인 양심의 문제라 한다면 너무 심한 비약일까.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