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김용훈의 썰전] 금리가 인상될 때마다, 경기가 침체될 때마다 도마에 오르는 것 중의 하나가 한계기업문제이다. 버는 돈이 변변치 못하여 대출과 정책자금으로 근근이 연명하는 이들을 좀비라고 이름지을 만큼 이들은 기업으로서의 활력을 잃은 상태이다. 정상적인 기업논리라면 정리가 되어야 하지만 정책자금이 이들에게 심폐소생을 하고 있는 덕에 마지막 절차까지 밟지 못하며 비용만 축내게 된다. 한계기업의 존재는 전체 경제의 활력을 떨어뜨리며 정책자금의 효율을 가져오지 못하게 방해한다는 것이다. 기업들은 수익을 창출할 목적으로 세워진다. 따라서 수익 창출이 원만하지 못한 기업의 경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 필수이다. 살기 위해서 기술이전이나 아이템의 개발, 시장개척 등의 자구책을 펼쳐내서 생존의 터전을 가꿔내야 한다. 그런데 굳이 그렇게 하지 않아도 정책지원금이 있으니 문 닫지 않을 만큼만 움쩍거리니 문제가 된다. 중소기업이란 타이틀로 무조전적인 지원이 이루어지니 문제가 되는 것이다. 기업의 규모가 아닌 기업의 현황은 물론 기술력과 앞으로의 플랜을 살피지 않으니 활력을 북돋워야할 정책자금이 그대로 좀비기업의 유지비용으로 나가는 것이다.

이러한 논리는 대기업도 마찬가지이다. 규모가 크게 시작했으나 판매부진으로 기업의 수익이 기업의 유지비용을 넘어서지 못하면 이들도 좀비기업이 된다. 이들은 그들이 고용한 근로자의 수를 인질로 삼아 정부에게 자금지원을 요구하지만 효율이 나지 않는 기업에게 아무리 많은 자금을 지원해도 시간과 비용만 축낼 뿐이다. 기업의 경쟁력이 타 기업과 비교하여 현저히 낮은데 그 근원의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근로자 수만 줄인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또한 필요한 자금을 지원해 준다해도 원천적인 경쟁력 저하가 절로 올라가진 못한다. 따라서 자구책을 세우지 못하는 기업에게는 정부의 지원은 하지 않는 것이 맞다.

어설픈 공적자금의 지원은 선례를 남겨 제2, 제3의 사태를 야기하기 마련이다. 기업의 운영은 그들 생태 안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이익을 남기는데 이력난 그들이 한계까지 다다른 이유를 모를 리가 없다. 그들은 최선을 다하지 않았고 다른 카드를 쥐고 그들의 적자를 만회하려고 하는 것이다. 초 저금리 시대를 접고 점차로 올라가는 금리시대가 시작되며 앞으로의 우리 기업들 중에는 한계기업이 줄을 지어 늘어날 것이다.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고 발 빠른 산업 트렌드의 기류를 타지 못하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러한 기업들을 모두 정부지원으로 살려낼 수는 없다. 빅데이터 시대에 변화는 필수이고 생존을 위해 최선을 다하지 않는 기업에게 수익이 절로 떨어지지 않는다.

우리나라에 한계기업들이 해를 거듭할수록 늘어난다는 것은 경기침체의 파고를 견뎌내지 못하는 기업들이 늘어났다는 것이요, 해마다 늘어나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현실이 드러나는 것이다. 이들은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격 조정하지 못하는 이유는 구조조정 이후에도 기업의 활기찬 운영을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 필요한 것이 환경의 구축이다. 정부는 사기업들이 하기 어려운 인프라 구축을 통해 기업하기 용이한 환경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일시적 자금지원으로 눈앞에 고비를 넘기는 것이 아닌 긴 안목으로 해당 기업이 터를 잡고 탄탄한 탑을 쌓을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하여야 한다. 땅이 기름지면 어떤 씨를 뿌려도 풍성한 수확을 거둘 수가 있지만 땅이 병들면 아무리 우량한 씨앗을 뿌려도 기대한 수확량을 거두기 어렵다. 살아내야 하는 환경이 편한만큼 많은 활동을 하게 되고 기업들이 몰리기 마련이다. 구태의연한 틀에 새로운 아이템을 가진 기업들을 밀어 넣을 생각만 하지 말고 다양한 아이템을 포용할 수 있는 가변적 틀을 구동하여 기업들의 새로운 씨뿌리기를 격려해야 한다. 새로운 시도가 다음세대의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 매순간 변화하는 기술과 시도가 터를 잡기 힘든 환경은 기업들을 떠나게 하고 문을 닫게 할 뿐이다. 한계에 달한 기업이 청산이 수순인 것처럼 가능성을 가진 기업의 시작은 자유로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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