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박창희의 건강한 삶을위해] 집을 가진 자들이 집값을 올리는 방법은 매우 다양하다. 그런 욕구를 정리하여 신조어를 만드는데 국문학을 전공한 듯 절묘하다. 지하철이 인근에 있으면 역세권, 오를 숲이 근처에 있으면 숲세권, 걷거나 자전거로 내달릴 천변이 근처에 있으면 천세권이라 하여 집값을 올리는 상승 요인을 용어를 통해 신통하게 만들어 낸다. 거기에 최근 기세 좋게 등장한 것이 몰세권이다. 창조주도 놀랄 번개 같은 속도로 생성을 해내니 공인중개사조차 이런 신조어의 의미를 가늠하기 힘들다.

원래 Mall은 쇼핑센터의 중앙 도로를 의미하지만, 보편적으로 쇼핑 센터를 의미한다. 편의시설을 배후에 둘 경우, 집값의 상승 요인이 된다는 계산에서 탄생한 용어 몰세권. 여러분 집 근처에 대형할인매장이 있으면 몰세권의 영예(?)를 안게 된다는 얘기다. 복합쇼핑몰은 물건을 단순히 사고, 파는 공간을 떠나 온 가족이 머물며 문화, 외식, 쇼핑, 레저 등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이미 우리 곁에 자리매김하고 있다.

주말, 또는 휴일 가족 단위방문으로 식사나 휴식을 즐기는 이러한 풍조는 미술관, 호텔 및 상업시설이 어우러진 일본의 명소“롯폰기힐스”를 보면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배후에 막대한 자본이 필요한 쇼핑몰 사업의 특성상 그 주체는 당연히 대기업인데 그들의 의도는 명확하다.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온종일 머물며 돈을 써 댈 공간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사람들의 필요와 욕구를 상업적으로 절묘하게 읽어낸 공간인 만큼 복합쇼핑몰의 위력은 대단하다.

최근에 “주말에 그냥 있을 고양?”이란 고양이 슬로건을 통해 개장 직후 주말에 30만 명을 불러 모은 복합 공간의 예를 들어보자. 이곳이 위치한 인근의 도로는 들어가거나 나가려는 차들, 또는 주차공간을 찾는 차들로 가득했는데, 흙바닥의 임시 주차장 역시 개장 전 이미 만차다. 한적한 시골 같던 삼송 길은 가족 단위의 고객들로 넘쳤으며 손에 손을 잡고 길을 건너는 이들로 횡단보도는 북새통이다. 오픈 기념이라 적힌 형형색색의 풍선을 든 아이들과 주인 손에 이끌린 강아지들 역시 신이 났다. 난생처음 여기 들어선 이들은 엄청난 규모에 놀라는데 아래턱과 위턱의 이탈을 조심해야 할 정도다.

축구장 60개의 방대한 규모에 각종 브랜드의 상점 및 전국의 맛집이 구석구석 들어차 있다. 내부를 화려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상점마다 진기한 물건이 자리 잡았고 한구석에선 사람들이 전국에서 모인 진미들을 앞다투어 먹는데 좌고우면할 겨를 없이 분주하다. 허리가 휘는 서민들이 이 속에서 기가 죽지 않으려면 지갑을 열어야 하는 데 어찌어찌 하다 보면 막둥이 한 달 학원비요, 장도 보고, 타잔처럼 짚 라인이라도 한번 탈라치면 한 달 생활비는 날릴 결심을 해야 한다. 무언가를 먹기 위해 선 줄은 지루하게 길다.

봉황의 알 같은 귀중한 내 돈을 씀에도 우리는 길게 줄을 서서 입장을 기다린다. 예쁘게 차려 입었다는 자부로 가득한 표정의 아가씨 뒤에 나도 줄을 서 본다. 늙수그레한 아빠를 줄 세워놓고 아내와 쌍둥이 녀석들은 뭐라도 사볼 심산으로 공산품이 그득한 인위적 공간을 하릴없이 거닌다. 며칠 전의 오픈 행사에는 그룹의 대표 및 지역의 장 등 높으신 분들이 모두 모였다. 몇천 명의 고용 창출로 지역 경제에 미치는 지대한 효과를 주창하며 그들이 테이프 커팅을 할 때, 한편에서 서민들의 지갑은 속절없이 열린다.

선녀의 옷으로 감싼 듯, 화려한 솜사탕은 오천 원의 가격표가 붙어있다. 뭐 누가 열라고 강제한 것은 아니지만 나를 위시하여 남자들의 표정은 썩 밝지만은 않다. 전국에서 모인 맛집들이 이 거대한 공간에 무려 100여 군데다. 사장은 카드를 연신 긁어 대느라 고객들은 안중에도 없다. 무표정으로 일관한 종업원들 역시 분주한데 그들은 접시들을 “와장창”트레이에 쓸어 담는다. 식사를 마친 고객과 빈 밥그릇은 식탁에서 얼른 사라져야 할 대상이라는 듯. 줄을 선 채 상념에 잠긴다. 다음 호에.

▲ 박창희 교수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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