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겸재 정선의 인왕제색도_ 비 그친 여름 인왕산 바위와 기린교

[미디어파인=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인왕산과 백악산의 활기찬 기운이 눈앞에 펼쳐진다. 인왕산 기차바위가 마치 힘찬 기차와 같다. 바위와 바위 사이 소나무와 산사나무가 울창하다. 한폭의 그림이다. 붓과 먹을 준비한다. 비가 세차게 내린다. 잠시 후 비가 그친다. 인왕산 바위가 물을 먹는다. 하얀 속살을 드러내는 화강암 덩어리를 보며 엷게 붓을 놀린다. 비에 젖은 소나무와 잣나무를 터치한다. 물안개가 피어 오르고, 하얀 구름이 바위틈에 내려 앉는다. 우중에 폭포를 구경 할 시간이다.

빗물은 계곡을 향한다. 옥구슬 구르듯 흘러가는 물줄기는 세차다. 옥류동천(玉流洞川)을 향해 흘러간다. 금새 거센 물소리가 금천을 지나 청계천으로 향한다. 물줄기가 포말을 이룬다. 물소리는 맑고 경쾌하다. 겸재 정선의 '수성동(水聲洞)' 그림이 완성된다.

▲ 겸재 정선의 생가터_경복고에서 바라 본 인왕산

인왕산 진경산수화의 백미를 찾아 계곡에 머물다

76세의 겸손한 선비, 겸재 정선은 50년 지기 사천 이병연에게 줄 마지막 그림을 그린다. 먹과 붓 하나로 인왕산을 그린다. 빗물인지 눈물인지 하염없이 흐르는 물줄기가 땀이 되어 뚝뚝 떨어진다.

'인왕제색도(仁王霽色圖)'을 완성한 후 벗에게 달려간다. 그림을 받는 5살 위 절친 이병연은 그림 속 정선을 보며 살포시 웃는다. 눈가에 눈물이 흐르고 잠시 후 그는 눈을 감는다. 백악산과 인왕산을 오가며 유년시절을 보냈던 그날을 생각한다. 백악산 아래 유란동 정선의 생가에서 수많은 작품이 그려진다. 붓이 산이 쌓듯 수많은 그림을 그린다.

인왕산 자락 ‘청풍계(淸風溪)‘ 옆 청운동 외가와 이병연의 생가를 오가며 ‘장동팔경(壯洞八景)’을 그린다. 사천은 시(詩)를 쓰고,겸재는 그림(畵)을 그린다. 거친 붓으로 빠르게 묵을 먹이는 묵찰법 표현이었다. 함께 거닐던 백악산과 인왕산 바위와 계곡을 두고 이 세상을 떠난다.

▲ 겸재 정선의 수성동_비 내린 인왕산 수성동 계곡과 쌍다리 기린교

가슴 절절한 사연이 빗물처럼 수성동 계곡을 흘러간다. 좁은 계곡에 물이 몰려 콸콸 물소리와 함께 폭포처럼 쏟아 진다. 아름다운 풍광이다. 인왕산이 간직한 역사이자 문화가 쌓인 곳이다. 다시 한번 눈을 돌려 인왕산 치마바위를 살펴본다. 300여 년 전 이야기를 가슴에 품고 통돌을 보며 빗속을 걷는다. 2개의 통돌은 누가 만들어 옮겨 놓았을까... 바위와 바위 사이로 계곡물이 흐르고 깍아질 듯한 정교한 통돌 2개만이 너른바위의 주인이다. 바위와 바위를 연결하는 쌍다리이다. 이름도 아름다운 상상속 상서로운 동물인 ‘기린교(麒麟橋)’이다. 인왕산과 백악산의 진경산수은 ‘경교명승첩(京郊名勝帖)’에 담아 전하고 있다.

▲ 백악산 성곽에서 바라 본 인왕산 기차바위

옥인동(玉仁洞)의 역사와 유래

인왕산은 높지 않은 산으로 넓게 펼쳐져 있다. 조선 초 서쪽에 있는 산으로 서산(西山)이라 불리었다. 조선 왕조를 지키는 의미와 불법을 수호하는 뜻으로 인왕산(仁王山)이라 하였다. 산 전체가 화강암으로 정상은 339m이다. 정상에 오르면 한양도성안과 밖이 한눈에 펼쳐진다. 한양의 진산인 삼각산과 주산인 백악산 그리고 목멱산 넘어 한강이 발 아래 있다. 비가 내린 후 맑은 날에는 우면산 너머 관악산까지 보인다. 서쪽에는 덕양산 너머 서해까지 선명하다.

▲ 비 내린 인왕산 계곡_한양도성 안 탁족을 즐길 수 있는 옥인동

서울은 산이다. 산과 산이 이어져 있다. 서울 전체가 하나의 산이다. 인왕산은 종로구와 서대문구의 경계이다. 한양도성 성안과 성밖의 접경이다. 성안이 옥인동이요,성밖은 홍제동이다. 옥인동은 누상동과 누하동,통인동과 효자동을 경계로 한다.

인왕산 바위에 얽힌 이야기를 따라 오른다

인왕산은 화강암으로 기묘한 바위와 기괴한 돌이 많다. 다양한 이름들로 불리며 역사속에 시간이 쌓였다. 문화가 되고 문화재가 되었다. 거대한 2개의 바위가 스님의 장삼을 입은 모습같아 선(禪)바위라 하였다. 돼지를 닮았다는 돼지바위가 있다. 인왕산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범바위도 있다. 두꺼비바위,코끼리바위,얼굴바위,모자바위,해골바위,달팽이바위,매부리바위,치마바위,삿갓바위,부처바위,이빨바위,소반바위,지초바위,책바위,기차바위등이 자기 이름처럼 우뚝 서 있다.

▲ 삼각산에서 바라본 인왕산과 관악산_서울은 산이다
▲ 인왕산 수성동 계곡에서 바라본 서울 전경_옥인동에서 목멱산을 보다

봄 여름 가을 겨울 4계절 24절기 인왕산은 아름답고 절기마다 절경이다. 진달래꽃 피는 봄,복숭아꽃 피는 늦봄,밤꽃과 능소화 한창인 여름은 인왕산 자락에 시(詩),서(書),화(畵)에 능한 사람들을 모두 모았다. 작은 더위 소서를 지나 무더위 대서로 가는 인왕산은 울울창창하다. 인왕산 정상에서 부는 바람은 시원하다. 찬바람이 구름에 멈춘다. 바위마다 비를 머금고 바위를 타고 흘러 내린 물은 약수가 되어 고인다. 계곡이 되어 청계천을 향해 흐른다.

▲ 인왕산에서 바라 본 도성안과 밖 _목멱산 정상까지 이어진 성곽

비가 개인 인왕산은 바람소리와 물소리만이 정적을 깨운다. 계곡물이 모여 수성동 계곡에서 절경을 이룬다. 맑은 빗소리,옥구슬 구르는 물소리는 깊은 산속을 온 듯하다. 이 계곡을 나가면 광화문 역사광장이다. 걸어서 10여 분에 또다시 삭막한 도심속으로 간다.

▲ 인왕산 옥류동천 수성동계곡

옥인동은 옥류동천과 인왕산 인왕동을 합친 이름이다. 인왕산 계곡의 경치가 빼어난 곳이다. 경복궁의 서쪽에 위치하여 서촌(西村)이라 불린다. 서촌에 흐르는 옥류동천은 청계천으로 모인다. 인왕산 청풍계곡과 수성동계곡이 청계천의 원류이다. 4계절 중 비 내리는 여름이 그림 속 진경을 볼 수 있는 절정이다. 비 내리는 여름철 무더위 무탈하게 대서를 피하는 최적의 한양도성 옛길이 있다.

인왕산 옥류동천 수성동 계곡에서 겸재 정선을 만나 탁족하며, 시를 읽고 그림을 그려보는 작은 여유가 그립다.

▲ 한양도성 성밖에서 바라 본 인왕산 곡성과 인왕산 정상

서울은 산이다
산과 산이 이어져 지혜로운 산(山)이 된다.
서울은 천이다
천과 계곡이 이어져 아름다운 강(江)이 된다.

길 위에 길이 있듯
길 속에 삶이 있다.

이곳은 수성동(水聲洞) 계곡이다.

▲ 최철호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저서)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소장]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지리산관광아카데미 지도교수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외래교수

저서 :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