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정동근의 명리학 산책] 필자가 주지로 있는 승원사의 백중 49일 7제 및 회향식이 마무리 됐습니다. 현대 사회에서의 백중의 의미를 되새겨 보는 시간을 가져봅니다.

백중은 중국 중원절에서 전래된 우란분재가 중심행사였습니다. ‘우란’이란 ‘사람이 거꾸로 매달려 있는 것과 같은 심한 고통’이란 뜻으로 인도에서는 조상의 고통을 의미합니다. ‘분(盆)’이란 ‘그릇’의 의미로 범어로는 ‘발우(鉢盂)’라고 하며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그릇을 말합니다.

그래서 우란분재는 부처님과 스님들께 지극한 마음으로 공양을 올려 조상님들이 모든 고통과 속박에서 벗어나 극락왕생하게 하는 천도의식을 뜻합니다. 우란분재 49일 기도를 정성껏 올리면 다겁생래((多劫生來) 인연 있는 수많은 영가들과 고혼들을 천도하는 무량대복을 짓게 됩니다.

백중 기도는 중원절서 전래된 우란분재가 중심 행사

그러나 전승과정에서 조상령의 천도를 목적으로 하는 사찰의례행사인 우란분재와 고유의 농경생활에서 형성된 백중놀이가 같은 날 서로 다른 행사를 하는 이중적 구조로 전승돼 오늘에 이르고 있습니다. 백중 사찰행사로 행해지던 우란분재는 신라시대와 고려시대에는 왕성했으나 조선시대 억불정책으로 쇠퇴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엔 여전히 우란분재가 사찰행사로 행해지고 있습니다.

고려시대에는 한반도가 불교국가로서 왕실에서는 선왕들의 명복을 빌고 나라의 태평성대를, 서민들은 사찰에서 자신들의 조상의 극락왕생을 기원했다는 점에서 국가적 차원의 종교로서의 기능과 서민불교로서의 종교적 기능이 있었습니다. 조선시대에서는 왕실의 종교적 기능은 없어지고, 서민불교로서의 기능도 약화됐습니다.

그러나 유교 체제하에서 소외된 부녀자들이 사찰행사에 참여하게 됨으로써 백중은 부녀자들의 종교적 욕구를 실현하는 장으로서의 역할을 했습니다. 그러한 부녀자들의 종교 활동은 가택신앙이라는 우리 고유의 민간신앙과 불교와의 융화를 가져오는 종교 습합의 기능도 했습니다.

이러한 사찰에서의 백중의 불교적 기능은 오늘날의 백중기도에서 여성들의 종교적 활동이 두드러지는 요인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실제로 승원사 백중기도에서 여성 불자들이 대거 참여했습니다.

조선시대 유교체제하 여성들 백중기도 참여로 명맥이어

불가에서는 4대명절의 하나로 우란분재를 크게 행하고 있습니다. 조상의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재라는 원래의 의미는 변함이 없습니다. 지금도 불교신자를 중심으로 조상천도를 위한 우란분절 백중기도행사로 사찰마다 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대의 한국 사회는 무신론자가 늘어나고 기독교 중심의 유일신을 믿는 종교인이 늘어나면서 다신교적인 타종교에 대한 편견과 배타성도 강하게 됐습니다. 그로 인해 불교신자가 아닌 일반 사람들은 4월 8일 석가탄신일 이외의 사찰행사에 대해서는 거의 인식을 못하고 있습니다.

현대는 맞벌이 경제구조 등에 의해 의례를 간소화 함에 따라 가족이 함께 모여 지내는 조상제사를 부담스럽게 생각하는 가정이 늘어나고 조상제사에 대한 의식 자체가 희미해진 젊은 세대가 늘어나고 있다. 이러한 현대사회의 조상제사에 대한 부담을 어느 정도 해소 해 줄 수 있는 것이 사찰에서의 조상제사와 천도재입니다.

조상 극락왕생 기원하는 천도재...일반인들 거의 몰라

그 예로 인천시에 살고 있는 A씨는 불교신자가 아니지만 모친의 기제사 참여가 어려워 가까운 사찰에 백중의 조상 천도재를 의뢰했습니다. 또한 B씨는 한 가문의 장남이지만 독거노인인 탓에 한 해에 여러 번 지내야하는 조상제사가 부담이 돼 사찰에 맡기기로 결정했습니다.

현대인들에게도 백중 천도재는 망자가 좋은 곳으로 갈 것이라는 믿음과 부모의 죽음으로 인한 슬픈 마음을 위로해 준다는 인식이 있는 듯 합니다. 대부분의 사찰에서는 우란분절을 백중기도 행사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찰에서의 조상 천도재는 백중날 하루에 끝나는 행사가 아닙니다.

사찰의 백중기간은 47일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이는 백중기도의 일정이 백중날을 회향일로 하고 그 이전의 47일간에 걸쳐 주1회 전체 8회에 걸쳐 영가천도를 위한 백중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8회에 걸친 백중기도에 참여하는 사람은 거의 불교신자이며, 8회 참석이 어려운 경우에는 입제나 회향일에만 참석하기도 합니다.

현대인의 바쁜 생활 속에서 행사 전체에 참여하기 어려운 사람들의 마음을 가볍게 하기 위한 사찰의 배려이며, 의뢰인도 사찰에 시주하고 의뢰했기 때문에 사찰에서 책임지고 해줄 것이라 믿고 있는 것입니다. 백중의 사찰행사는 현세 중심의 분주한 삶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진 정한 효의 의미를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입니다.

▲ 정동근 승원역학연구원원장

[정동근 원장]
- 한국승원드론풍수협회·학회·연구회 회장
- 한국역술인협회·역리학회 상임부이사장
- 한국풍수지리협회 상임부이사장
- 국제역학대회 대상 수상(제26회 대만)
- 승원역학연구원 원장(舊 승원철학원)
- 대승불교본원종 승원사 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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