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 세이건 : 창백한 푸른 점

[미디어파인=어쩌다 농부의 귀농이야기] 1990년 어느 날, 한 장의 사진이 우주로부터 전송되었다. 그 사진은 우여곡절 끝에, 긴 시간이 걸린 후에 촬영되었다. 깜깜한 암흑을 바탕으로 수많은 점들이 찍혀 있었고, 그 점들 중에 하나의 파란 점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 사진은 지구와 태양의 40배 거리에 있는 해왕성에서 탐사임무를 마친 무인탐사선 보이져호에서 보낸 것이다.

과학적으로는 무의미하다. 고비용의 프로젝트로 무모하다는 반대에도 불구하고 한 과학자의 끈질긴 노력과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몇몇 사람들에 의해 탄생할 수 있었다. 칼 세이건은 사진의 제목을 ‘창백한 푸른 점’이라 불렀다.

이 사진을 놓고 앞으로 이야기할 귀농이라는 화두에 대해 말하고 싶다. 귀농은 단순한 공간적 이동이 아니다. 귀농을 작정하고 시골이나 산골로 이동했다고 해서 그렇게 멀리 간 것은 아니다. 귀농은 먹고 살기 위해 선택하는 또 다른 삶의 수단이 아니다.

도시와 마찬가지 시골도, 인간이 인위적으로 변경해 놓은 자연의 일부분이다. 도시에 빌딩과, 건물과, 지하철이 많은 사람들을 수용하고, 이동하고, 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연위에 지어졌듯이, 시골 역시 많은 논과 밭이 사람들이 먹고 살기 위한 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인위적으로 만들어 진 곳일 뿐이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귀농을 해도 일 해야 하고, 생계가 유지되어야 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아야 한다. 도시도 시골과 같이 자연의 한 부분을 계속해서 지켜나가야 한다. 그렇기에 귀농은 오히려 생각의 이동일 수 있다. 그것이 귀농을 바라보는 나의 관점이고 앞으로 그 생각의 이동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이야기 하고 싶다.

도시에서의 일자리 창출의 한계, 농촌의 인력감소로 인한 농업생태계 유지의 어려움으로 인해, 정부주도에 의한 귀농 지원 및 장려가 다양한 형태로 매스컴을 통해 들려온다. 마치 지상낙원이 바로 옆에 있는데 서둘러 가서 도전해 보라고 말이다. 과연 그것이 전부일까? 그것이 전부가 아니기 때문에 귀농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불안함을 은연중에 느끼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 글을 읽게 될 분들 중에 나의 생각에 공감할 분이 얼마나 있을지는 모르겠다. 다만, 내가 귀농을 하면서 느끼는 점들을 서술할 것이고 상당 부분은 왜 귀농하는가? 이며, 어떻게 귀농할 것인가? 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을 것이다. 경제인으로 살던 내가, 그 이전에 자연인임을 깨닫고 나를 찾아가는 과정을 함께 공유할 것이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집과 음식, 그리고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에 대해서 얘기할 것이다.

위의 사진를 다시 한 번 보며, 이 사진에 대해 언급한 칼 세이건의 생각을 한 번 음미해 보자

(전략)

‘저기가 여기이고, 저기가 우리의 집이며, 저기가 우리입니다.

저기에,

우리가 사랑하는 모든 사람이 있고, 우리가 아는 모든 사람이 있고, 우리가 들어본 적 있는 모든 사람들, 모든 존재했었던 사람들이 여기에 살았습니다.

모든 기쁜과 슬픔, 모든 종교와 경제체제, 모든 사냥꾼과 약탈자,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시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경작인, 사랑에 빠진 젊은 여인들,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희망에 찬 아이들,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선생님,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스타, 모든 고위지도자, 모든 역사적 성인과 죄인이 저기에 있습니다. 햇빛에 떠다니는 티끌 같은 곳 저곳에

지구는 우주의 거대한 극장의 아주 조그마한 무대입니다.
저곳의 한곳을 차지하고 지배 위해 흘렸던 피의 강을 생각해 보십시요.
저 점 위 한 모퉁이에 살던 한 침략자들이 다른 모퉁이의 사람들에게 저지른 악랄한 행위들을 생각해 보십시요. 그들은 얼마나 서로를 오해했었나요? 얼마나 서로를 죽이고 싶어 했나요? 그들이 얼마나 서로를 증오했을까요?

우리의 허세, 자만심, 우리의 망상에 대해 이 푸른 점이 이의를 제기합니다.(요약)

지구는 거대한 우주에 외롭게 떠 있는 하나의 알갱이입니다.
우주의 광활함 속에서 우리를 우리로부터 구해 줄 존재는 보이지 않습니다.
지구는 현재까지 우리가 알고 있는 생명체를 품은 유일한 곳입니다.

언젠가는 우리가 이주할 곳을 찾을 수는 있겠지요? 그리고 그곳을 방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당분간 우리가 살아야 할 곳은 바로 여기입니다.(중략)

나에게 이점은 우리 서로를 친절하게 대하고, 우리가 사는 이 푸른 창백한 점을 보존하고 아껴야 한다고 가르쳐 줍니다. 우리가 아는 유일한 집을요.

▲ 백두관 대표

[백두관  대표]
도원백주가  대표
천주교 농부학교 강사(귀농귀촌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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