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마리아 주의 맛과 멋] SNS를 즐겨 하는 이들이라면 선글라스를 쓴 포마드 헤어스타일의 남자가 잘 구워진 스테이크 위에 마치 금가루를 입히듯 섬세한 손길로 소금을 흩뿌리는 장면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다소 코믹하고 과장되어 보이기도 하지만 화려한 퍼포먼스로 전 세계에 인스타그램 팔로워 1천7백만명을 보유한 터키 사나이 솔트배 (본명:누스렛)를 두고 하는 말이다. ‘솔트배’는 자신의 조국인 터키에서 본인 이름을 내건 'Nusret(누스렛) 스테이크 하우스'를 시작으로 두바이, 마이애미, 뉴욕 진출까지 성공한 사업가이자 셰프로 스테이크 계의 장인으로 불린다.

▲ 사진출처= Nusret 인스타그램

‘솔트배’의 1분 남짓한 SNS 영상은 발골부터 숙성, 스테이크를 구워 성스럽게 소금을 흩뿌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되는데, 소금 엔딩씬은 마치 스펙타클했던 영화의 마지막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한다. 솔트배의 영상에서 볼 수 있듯, 소고기는 등급도 중요하지만 어떻게 발골해서 숙성하는지, 또 어떻게 구워서 썰어내는지에 따라 맛이 주는 경우의 수도 무한히 늘어난다.

예전부터 최상급 식재료로 꼽혔던 한우는 1992년 쇠고기 등급제가 도입된 후 1997년 1+등급이 새로 생겼고, 2004년 1++등급이 추가되고 2009년에는 마침내 생산 이력제까지 도입되며 축산업의 양적 질적 성장을 가져오게 된다. 그리고 이때부터 한우는 빠르게 대중화되며 판매자와 소비자 양측의 눈높이는 점차 상향 평준화 되어왔다. 한우 등급제가 도입된 90년대 강남 새벽집으로 대표되는 한우등심 숯불구이와 강북 대도식당으로 대표되는 한우 철판구이는 대부분 특별한 날에야 경험하는 최고의 한식이었다.

▲ 새벽집, 대도식당

2000년대 들어서는 정육점과 식당이 함께 운영되는 정육 식당이 등장하며, 보다 저렴하게 원하는 한우 부위를 직접 고를 수 있게 되며 한우가 빠르게 대중화되기 시작한다. 시장이 커질수록 제품도 다양화되고 차등화되는 시장 논리에 따라 이후 프리미엄 한우전문점이 하나 둘 생겨나기 시작했고, 고급 레스토랑의 다이닝에 버금가는 세련된 분위기와 서비스로 한우를 구워 먹으며 와인을 즐기는 손님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최근에는 한우를 직접 구워 먹는 것에서 한층 진화해 셰프에게 모든 것을 일임하는 ‘한우 오마카세’가 등장하게 된다.

‘오마카세’는 별도의 주문 없이 셰프에게 모두 맡긴다는 뜻으로 고급 일식집에서 주로 쓰이는 단어이다. ‘한우 오마카세’는 1인분을 소비자가 원하는 부위별로 추가하며 먹는 기존 방식이 아닌, 1인당 정해진 가격으로 셰프가 그날 엄선한 가장 좋은 부위의 한우를 다양한 조리법의 코스로 내어주며 먹는 방식이다.

▲ 소고기를 구워서 한 점씩 내어주는 한우 오마카세

‘파인 다이닝’에 버금가는 수준 높은 요리와 서비스로 손님과의 교감을 통해 한 점 한 점 내어지는 코스는 고급 일식집의 서비스와 흡사하다 하여 ‘한우 오마카세’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한국을 대표하는 한우와 일본어 오마카세의 조합이 썩 유쾌하지 않은데 막상 이를 대체할 더 좋은 한글 단어를 떠올리기가 쉽지 않아 아직까지 ‘한우 오마카세’라 불리지만, 한류를 대표하는 음식으로써 새로운 개명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한우 오마카세의 등장으로 높은 등급 한우의 좋아하는 부위를 선택해 잘 구워 먹는다는 단순한 공식은 등급에 따른 숙성의 방법, 자르고 굽는 기술과 코스를 즐기는 순서 등의 요소들이 더해지게 되었다.

2013년 강남역에 처음 문을 연 모퉁이우는 오직 더 맛있는 소고기를 먹기 위한 대표의 집념으로 탄생되어 국내에 한우 오마카세를 처음 도입한 식당으로 초기에는 하루 한 팀만 받는 원 테이블 레스토랑으로 운영되었다. 당시 고급 스테이크 하우스에서나 맛볼 수 있었던 드라이 에이징(공기에 건조 숙성하는 방식)과 웻 에이징(진공포장하여 습성 숙성하는 방식)으로 숙성한 한우를 부위별 코스로 구워주는 방식은 미식가들에도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고, 기존에 원하는 부위를 시키면 구워주는 서비스에 머물렀던 요식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 모퉁이우 초기 모습과 최근의 모퉁이우 ripe

이후 2016년 청담동 모퉁이우와 2017년에는 한우와 프리미엄 고급 식재료를 결합한 모퉁이우wx가 연이어 문을 열었다. 모퉁이우 wx에서는 한우와 우니, 캐비어, 트러플을 이용한 다양하고 색다른 음식을 선보였고 전체요리부터 국물요리, 식사까지 프리미엄 코스의 진수를 느낄 수 있는 한우 오마카세를 선보였다. 최근에는 이에 그치지 않고 유럽 귀족의 사교장이 연상되는 최고급 인테리어와 서비스로 삼성동에 모퉁이우ripe을 오픈하여 한우를 활용한 한식의 파인 다이닝 그 끝이 어디까지인지를 보란 듯이 보여주었다.

모퉁이우는 한국의 자랑스런 대표 식재료를 더없이 고급스럽게 풀어낸 ‘한우 오마카세’가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 있는 최고의 ‘파인 다이닝’이 될 수 있음을 최초로 보여준 사례라 할 수 있다. 한국을 대표하는 최고의 식재료 한우를 활용한 ‘한우 오마카세’의 열풍이 BTS와 같은 거대한 한류 쓰나미를 일으키려면 다양한 레스토랑에서 한식과 양식을 결합한 새로운 시도와 최고의 서비스를 위한 노력은 물론, 한우 세계화를 위한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과감한 투자가 뒤따라야 할 것이다.

▲ 마리아 주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마리아 주 ‘푸드바코드’ 대표]
-푸드스타일리스트
-레스토랑 컨설팅&푸드스타일링 ‘푸드바코드(Foodbarcode)' 대표
-푸드코디네이터, 일식·중식·양식 조리기능사 자격증
-서울국제푸드앤테이블웨어 박람회 ’테이블세팅‘ 개인대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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