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그루터기치과 윤정진 원장의 이(齒)로운 이야기] 주변에 아이를 키우시는 분들을 보면 아이와 수시로 애정 표현을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보고만 있어도 사랑스러운 내 아이에게 애정표현을 많이 하고 싶은 마음은 당연합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자주 하는 애정표현이 바로 뽀뽀일 것입니다. 어린 자녀의 충치 때문에 치과에 내원하신 분들 중에 아이 충치의 원인이 뽀뽀 때문인 것 같다고 속상해하시는 분들이 종종 계십니다.

정말 입맞춤만으로 충치가 전염될까요?

먼저 충치가 발생하는 과정에 대해 이해할 필요가 있습니다. 충치는 충치균에 의해 발생합니다. 구강 내에 충치균이 없다면 당연히 충치는 발생하지 않습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덧붙이자면 방금 태어난 아이의 입안에는 충치균이 없습니다.

그렇다면 충치균은 어디에서 올까요? 그 경로는 매우 다양합니다. 주로 아이와 가장 가깝게 지내는 엄마와 아빠, 할머니 등의 양육자와 형제, 자매 등이 처음 충치균을 준 사람이 될 수 있습니다. 뽀뽀뿐만 아니라 식기나 컵 등을 통해 이동하거나, 뜨거운 음식을 호호 불어서 주는 행위나 대화 중에 침이 튀면서 전달될 수 있는 것입니다.

충치를 유발하는 여러 세균 중 ‘뮤탄스균’은 충치 발생에 있어서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어린아이에게 감염되면 충치가 생길 위험이 큽니다. 뮤탄스균은 식품에서는 발견되지 않아 유일한 감염경로를 가족으로 간주합니다. 이 때문에 입에 하는 뽀뽀가 충치 전염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하는 것입니다. 정확하게는 충치가 전염이 된다기 보다 충치균이 전염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뽀뽀 외에도 충치균을 옮기는 경로는 다양합니다. 방금 태어난 아이를 무균실에서 키우지 않는 한 주변 사람들로부터 충치균이 전달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충치균이 있으면 무조건 충치가 생기는가에 대한 문제입니다. 충치는 세균의 한 종류입니다. 세상에는 어느 곳에나 세균 및 바이러스, 곰팡이 등이 존재하고 이들은 늘 인류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세균이나 곰팡이, 바이러스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전염되어 병에 걸리게 된다면 인류는 무사할 수 없습니다.

충치 역시 여러 가지 조건들이 함께 작용했을 때 발생합니다. 기본적으로 일정량 이상의 충치균이 있어야 하고 이들이 증식할 수 있는 먹이가 있어야 하며 충치균이 치아에 안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거꾸로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구강 내에 일정량 이상의 충치균이 존재하게 된 경우, 치아 곳곳에 남아있는 음식 찌꺼기는 세균의 좋은 먹이가 되므로 오랫동안 꼼꼼하게 양치질을 하지 않으면 충치가 생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정확한 칫솔질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충치균이 있더라도 이들이 증식해 치아에 영향을 미치기 전에 바른 칫솔질로 치아를 깨끗하게 해준다면 충치는 충분히 예방할 수 있습니다.

올바른 칫솔질을 결정하는 것은 ‘습관’입니다. 어릴 적 부모님이 식사 후 바로바로 칫솔질을 하는 모습보다 자주 간식을 먹고 칫솔질 없이 그냥 자는 모습을 많이 봤다면 그 아이는 충치로 고생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지게 됩니다. 뽀뽀로 충치균 전염돼 이가 썩을 확률보다 부모의 안 좋은 칫솔질 습관이 전염돼 충치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 그루터기치과 윤정진 원장

[그루터기치과 윤정진 원장]
-대한 치과 보존학회 인정의
-대한 치과 근관치료학회 정회원
-대한 구강악안면 임플란트학회 정회원
-단국대학교 치과대학 보존과 외래교수
-그루터기치과 이수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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