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성현석의 푸드 에세이] ‘음식이 정치다’란 책이 있다. 전주대 식품산업연구소 연구교수로 계시는 송영애 교수가 지었다. 송 교수는 책에서 ‘음식과 정치는 적어도 본질적인 면에서 공통점이 있다. 음식의 본질은 먹어서 생명을 유지하고 생활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데 있다. 정치와 정치인이 존재하는 이유 또한 국민들을 잘 ‘먹고’ 잘 사는 데 있지 않는가. 음식이 정치고, 정치가 음식인 것이다.’라고 적고 있다.

송 교수가 말한 ‘음식이 정치다’라는 말은 춘추시대 정치가 관중이 말한 ‘왕자이민위천, 민이식위천, 능지천지천자, 사가의’와 일맥상통한다. 이 말은 ‘왕은 백성을 으뜸으로 여기고, 백성은 음식을 으뜸으로 여긴다. 능히 으뜸의 으뜸을 아는 자만이 왕이 될 수 있다’란 의미다. 군주는 백성을 배불리 먹여야 자격이 있다는 것이고, 음식이 결국은 국가 존립의 핵심이란 뜻이다.

왜 이 구절을 인용했냐면 기명 에세이, 그것도 음식과 관련한 푸드 에세이를 쓰게 된 이유를 밝히기 위함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식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싶었다. 음식의 본질은 무엇인가. 송 교수는 음식이 정치라고 하듯 보는 시각, 공부한 학문 분야에 따라 내놓는 답은 천차만별일 것이다.

필자는 음식의 본질을 소비자가 아닌 서비스 제공자의 시각에서 찾을 예정이다. 음식점을 찾아 음식을 소비하는 소비자가 아닌 음식점을 하는 사람의 시각에서 음식의 본질을 다루고자 하는 것이다. 에세이는 우리 음식을 기반으로 식자재의 생산과 유통, 그리고 식당에서 가공에 거쳐 소비자에게 전달되기 까지 전 과정을 촘촘하게 들여다보고 다뤄볼 심산이다.

아울러 외식업에 몸담으면서 벌어진 여러 에피소드를 가볍게, 때론 진지하게 풀어볼 것이다. 외식업을 남들이 부러워할 정도로 크게 성장시켜도 봤고, 간신히 기둥 하나 남겨 놓고 폭삭 망해보기도 했다. 이 과정을 가감 없이 소통함으로써 이 글을 읽은 예비창업자들에게 조금이나마 성공 가능성을 높여주고, 우리 음식을 사랑하는 소비자들과 교감하고 싶은 마음에서 글을 시작한다.

▲ 평양냉면·불고기 전문점 ‘서경도락’ 주요 메뉴

우리 음식 기반으로 식자재 생산·유통·소비 연구

영화 <줄리 앤 줄리아>의 실제 인물인 미국의 요리연구가 줄리아 차일드(Julia Child)는 ‘인생이란 모름지기 먹고 마시는 한바탕 잔치’라고 했다. 인생에서 ‘먹방’을 빼면 무미건조하단 의미다. 음식은 인생을 향기롭고 유채색으로 만든다고 생각한다. 시각, 청각, 후각, 미각, 촉각 등 오감을 자극하는 음식은 노동과 쉼이란 밋밋한 우리 인생을 다이내믹하고 흥미롭게 만든다.

음식은 인류의 시작과 시점이 동일하다. 모든 생명은 생육을 위해 영양분이 필요하다. 영양분을 섭취하는 행위 자체가 ‘음식’(飮食)이다. 음식은 ‘마시고 먹다’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음식의 지속가능성은 인류의 생존과 맞닿아 있다. 태초의 음식은 식재료와 문화 교류를 통해 혼종과 변화를 거듭하고 있다. 음식에는 인종과 정치, 전통과 체제, 종교와 문화가 내재돼 있다. 이렇게 음식을 표현하고 바라보는 시각은 다양하고 재미있다. 그런 재미도 에세이에서 양념처럼 함께 녹이고 싶다.

음식인문학자인 주영하 교수(한국학중앙연구소 민속학)는 그의 저서 <식탁위의 한국사> 서문에서 ‘음식점과 메뉴를 통해 한국 근현대사의 또 다른 측면을 해석하고자 노력했다...지금부터 나는 색다른 요리사가 되어 식탁위의 20세기 한국사를 풀어내려고 한다.’고 적었다. 필자도 그런 마음가짐으로 에세이를 시작한다.

▲ 평양냉면·불고기 전문점 ‘서경도락’ 주요 메뉴

한국인의 식탁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시작

음식점을 10여년 운영한 노하우와 현장 경험을 통해 ‘외식산업’에 대한 이해와 공유의 폭을 넓히는 시간을 만들고 싶다. 이 에세이를 진행하면서 필자도 시장에 대해 더 배우고 익히는 시간이 될 것이다. 부족한 역량은 시장과 현장에서 ‘답’을 찾을 생각이다. 열심히 다니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나 현장 이야기를 듣고 외식산업에 대해 깊숙이 알아가고 싶다.

특히 필자가 주력으로 했고 현재도 하고 있는 육류 분야에 대해 유통구조 전반을 자세히 들여다 볼 예정이다. 평양냉면에 대한 공부와 업그레이드를 위한 방법을 지속적으로 해나갈 것이다. 그리하여 최고의 ‘선육후면’(先肉後麵) 조합을 찾아가는 여정을 보여줄 심산이다.

이탈리아 출신 유명 성악가 루치아노 파파로티는 “인생의 가장 좋은 점 한 가지는, 우리가 무엇을 하든 어김없이 그 일을 멈추고 먹는 것에 온 신경을 쏟아 부어야 하는 풍습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먹는 행위는 매우 중요한 일이다. 그래서 식당업, 외식업은 막중한 소명의식이 앞서지 않으면 지속이 힘들다. 외식산업은 생명산업의 일환이라고 필자는 늘 생각한다.

작게는 음식점 경영, 크게는 외식산업이 발전하려면 최저임금제 등 노동분야의 변수도 중요하지만 식자재 원가에 대한 정확한 접근도 중요하다. 식자재 원가를 이겨내는 방법은 유통을 알아가는 수밖에 없다. 식자재 유통서 ‘승리’하는 자가 결국은 그 이윤을 임금 근로자와 셰어하면서 안정적이고 지속가능한 업장을 꾸려나갈 수 있다. 이런 선순환 생태계를 찾아가는 여정이다.

갈 길이 멀다. 다만 시작이 반이란 말에 위안을 받는다. 이번 여정은 전적으로 외식산업에 대한 공부를 위한 것이다. 공유경제 시대, 지식과 정보를 공유할 것이다. 홀로 가지고 있는 것이 ‘노하우’란 이름으로 포장되는 시대는 지났다. 공유가 새로운 가치를 만든다는 게 필자의 확고한 생각이다. 같이 가치를 찾아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 성현석 서경도락·장수가 대표

[성현석 대표]
- 평양냉면·불고기 전문점 <서경도락> 대표
- 삼겹살·부대찌개 전문점 <장수가> 대표
- 푸드 에세이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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