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준원장의 아이케어]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보다 못하다(百聞不如一見)는 동양 고전이나 봐야 믿을 것(To see is to believe)이라는 서양 속담은 경험론을 강조한다. 정말 본다고 다 믿을 수 있을까. 안과를 찾아오는 노안 증상자의 슬픔도 정작 의사 눈에도 보이지 않고 들어야 알 수 있다.

<52세 남성> 이름만 대면 알만한 증권사의 임원이다. 초기 백내장이 시작되면서 노안이 왔다. 어느 날 결재 서류에 서명하려고 했더니 초점을 맞추기 어려워 돋보기를 구입했다. 노안 상담하러 안과를 찾아 온 그에게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건 아니니 걱정 마시라 했는데도 밝은 표정이 아니다. 그 회사 사장님이 툭툭 던지는 말 때문이다.

회의 시간에 결재 서류를 보려고 돋보기를 꺼내 썼더니 사장님 왈, “김 이사도 이제 나이가 왔나보네…”했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는데 돋보기를 쓸 때마다 똑같은 얘기를 거듭 하니 상처가 됐다. 회사 나갈 사람 취급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그 얘기를 들은 날이면 잠도 제대로 오지 않는다고 한다. 자신은 지금 한창 일할 나이라고 생각하는데, 노안이 뭔지.

<44세 여성> 친구들 사이에서 최강 동안(童顔)으로 꼽힌다. 학창시절에는 피부미인 얘기도 자주 들었다. 40대에도 여전히 탄력적인 피부의 소유자인 그를 힘들게 하는 일이 생겼다. 친구들을 만나 수다 꽃을 피우다가 딸에게서 온 문자를 보려고 휴대폰을 들었다가 생긴 일이다. 혼자만 알고 있던 노안이 들통 났다. 휴대폰을 손에서 멀찍이 들고 눈을 가늘게 뜨고 있는 모습을 친구들이 본 것이다.

“어머머, 너 벌써 왔니?” 친구들이 노안 왔다고 놀린다. 아직은 젊어 보이고 싶은 마음이 더 강한데 남들보다 늙었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그 일이 있고 나서는 모임에 나갈 마음이 똑 떨어졌다. 안과를 찾아 온 그에게 눈은 건강하고 노안 증상이라 설명해도 친구들의 놀림 소리만 떠올리는지 표정을 펴지 않는다. 노안이 자존감에 큰 상처를 줘 사회생활에 위축을 준 경우다. 노안 상담에서 굉장히 자주 듣는 얘기다.

<45세 여성> 미용 네일 피부관리와 관련 일에 종사한다. 주로 눈에서 가까운 근거리 작업을 하고 있다. 노안이 왔는데 돋보기를 끼지 못하는 사정이어서 답답하다고 한다. 젊은 고객층을 대하는 직업인데 돋보기를 끼면 나이든 티가 나 손님 발길이 끊어지지 않을까 걱정해서다. 이쯤 되면 노안이 생계를 위협할 정도다.

<60세 남성> 골프, 탁구, 테니스 등 활동적인 운동을 좋아한다. 구기 종목은 정확한 타점을 잡는 게 중요한데, 노안이 오자 시력이 떨어져 실력도 떨어졌다. 친구들끼리 모이면 운동을 하면서 가벼운 내기를 해왔는데 노안이 오면서 이길 때보다 지는 경우가 훨씬 많아졌다. 그러다 보니 운동에 흥미가 떨어졌다. 운동 횟수가 줄어드니 건강이 걱정된다. 건강한 노후생각에 안과 상담을 받으러 왔노라 했다.

상담 내용처럼 자존감 위축이나 사회활동 불편이 노안·백내장 수술의 주요 이유로 꼽히고 있다. 40~50대 백내장 수술이 2013년 18만명 수준에서 2017년 24만명으로 증가했다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통계도 같은 맥락이다. 평균 수명이 늘어나면서 수술을 통해 정신적으로도 건강한 노후를 기대하는 중년층이 증가했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여전히 건강한 40~50대인데 노안(老眼)의 그 노(老)자 때문에 당사자들은 남몰래 슬프다. 100세 시대에 걸맞게 노안을 대체할만한 다른 표현은 없을까. 

▲ 아이준 안과 김영준 대표원장

[김영준 원장]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졸업
세브란스 병원 안과전공의 수료
現 아이준 안과 대표원장
대한안과학회 정회원
대한안과의사회 정회원
노안·백내장 수술 1만 케이스 집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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