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손해사정사 윤금옥의 숨은보험금찾기] 고지의무란 보험계약자 또는 피보험자가 보험계약을 체결할 때에 보험회사에 중요한 사실을 알려야 할 의무를 말한다. 보험의 특성 상 가입 당시에 보험회사가 보험가입자의 건강 상태에 대하여 일일이 확인하고 보험 가입을 승낙할 수 없기 때문에 정보의 우위에 있는 보험계약자 측에서 객관적인 위험률 유지를 위해 협조해야 하는 의무이자 보험계약의 사행계약성에 따라 보험계약자 측에 요구되는 신의성실의무다.

상법에서는 고지의무에 대해 보험회사에 ‘중요한 사항’을 알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사항의 종류와 범위에 대하여는 전혀 언급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일반 소비자 입장에서 과연 어디까지가 고지의무의 대상인지 모호한 경우가 많다.

이 밖에도 고지의무 위반의 요건으로 ‘고의’와 ‘중과실’을 들고 있는데,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고의뿐만 아니라 중과실에 의한 고지의무 위반도 고의와 동일한 효과가 발생한다는 점이다. 중과실에는 명백한 부주의로 중요한 사항의 존재를 몰랐던 것은 물론 중요성 판단을 잘못해 그 사실이 고지하여야 할 중요한 사항임을 알지 못한 것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몇 가지 사례를 통해 고지의무 위반이 실제로 어떻게 적용이 되고, 어디까지가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이 되는지 살펴보자.

▲ 사진 제공=천율손해사정사무소

#사례 1

A씨는 출가해 멀리 떨어져 사는 B를 피보험자로 하는 보험계약을 체결했다. 보험가입 후 1년여 경과한 시점에 B에게 갑상선암이 진단되어 보험금을 청구했으나, 현장조사를 통해 B가 보험가입 전 갑상선결절에 진단 되어 추적 관찰을 해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보험회사에서는 갑상선결절 진단 사실을 고지하지 않은 것이 고지의무 위반에 해당한다며 보험계약을 해지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에서는 딸에게 전화로라도 적극적으로 건강상태를 확인하지 아니하였다고 하여 A씨에게 중대한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고 판단했다. 즉, 피보험자와 보험계약자가 다른 경우에 피보험자 본인이 아니면 정확하게 알 수 없는 개인적 신상이나 신체상태 등에 관한 사항은 계약자 본인이 알고 있는 정도만 고지하면 되는 것이지 적극적으로 탐지하여야 할 의무까지는 아니라는 것이다.

#사례 2

C씨는 2010년 8월 경 만성 바이러스 B형 간염 진단을, 2011년 8월 경 간경화 진단을 받았다. 이후 2014년 4월경 D손해보험회사에 암보험을 가입했다. 보험 가입 약 1년 후인 2015년 5월 E의원에서 시행한 간초음파 검사 결과 간암 의심 소견으로 2015.6월경 F대학병원에서 수술 시행 후 간세포암 확정 진단을 받았다. 이에 대해 D손해보험사에 암보험금을 청구했고, C씨의 초진차트 상 B형 간염과 간경화의 과거병력이 있음을 확인한 보험회사에서는 C씨가 정기적으로 경과관찰을 시행했음을 확인하고 고지의무 위반을 이유로 계약을 해지했다. 또한 의료자문을 통해 금번 진단받은 간세포암이 가입 전 진단되었던 간경화와 간염이 99% 이상 원인이 되었음을 확인하고 암보험금 지급 또한 거절했다.

얼핏 보기에는 간염과 간경화라는 중대한 질병의 진단을 받고도 고지하지 않고 가입한 C씨의 잘못이 명백해 보인다. 하지만 법원에서는 D손해보험사의 주장과 달리 C씨에 대한 보험금 지급과 계약 유지로 판결을 내렸다. C씨가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실시하는 정기건강검진을 통해 해당 진단을 받았고, 이에 대해 진단서나 소견서를 받은 적이 없으며, 약을 복용하거나 직접적인 치료나 입원, 수술 등을 받지 않고 단순히 혈액검사와 초음파로 경과 관찰만 하는 상태였기 때문에 C씨가 건강상의 장애나 이상 증상 없이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매년 무료로 제공하는 검진 상 진단 받은 질병에 대하여 고지하지 않은 것에 대하여 고의나 중과실을 적용할 수는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러한 사례에서 확인할 수 있듯 어떠한 사실이 중요한 사항에 해당하는지는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는 문제이고, 보험계약자 측에 고의나 중과실이 있는지는 보험계약의 내용, 고지하여야 할 사실의 중요도, 보험계약의 체결에 이르게 된 경위 등 제반 사정을 참작하여 사회통념에 비추어 개별적이고도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할 부분이다.

다만, 앞서도 언급한 바와 같이 고지의무가 일반적인 채권·채무관계에서와 같이 그 이행을 강제하거나 불이행을 이유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는 없지만, 고지의무 위반 시 계약이 해지되거나 보험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등 불이익이 발생되므로 계약자 스스로 이러한 의무를 제대로 이행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

▲ 천율손해사정사무소 윤금옥 대표

[윤금옥 손해사정사]
-국민대학교 법무대학원 손해사정전공
-국토교통부 공제분쟁조정위원
-한국손해사정사회 정회원
-한국손해사정사회 업무추진본부 위원
-경기도청 학교피해지원위원회 보상위원
-INSTV(고시아카데미) 강사
-대한고시연구원 강사, 한국금융보험학원 강사
현) 천율손해사정사무소 대표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자격사항 : 3종대인손해사정사,4종손해사정사,신체손해사정사,개인보험심사역(API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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