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엄태윤 교수의 북한 경쟁정보(Competitive Intelligence)] 문재인 정부는 출범후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과 한반도의 평화정착 구축을 위해 한반도 운전자론을 주장하였다. 그리고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였으며, 미북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도록 중재자 역할을 적극적으로 수행하였다. 우리 국민들이 이러한 협상 과정을 지켜보면서 북한의 비핵화가 이번에는 꼭 이루어지기를 기대하였다. 그런데 기대했던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은 또다시 답보상태에 빠지고 말았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금년 들어 북한이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을 다시 발사하는 무력 시위를 시작하였고, 문재인 정부를 향해 원색적인 막말 등 거친 비난을 퍼부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서를 언론에 공개하면서 자랑하는 반면, 한미연합훈련에 대해 “마음에 든 적이 없다”, “터무니없고 돈이 많이 든다”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하고 있고 북한의 단거리 탄도미사일 발사들에 대해서는 대수롭지 않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우리 국민들은 최근의 한반도 상황에 대해 혼란스럽고, 걱정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도대체 최근의 남북관계는 어떻게 돌아가고 있고, 무엇이 문제란 말인가 ? 북한의 비핵화는 어떻게 된 것인가 ? 한미동맹 관계는 제대로 유지되고 있는 것인가 ?’ 라는 의문들이 국민들의 마음속에 자리 잡고 있다. 그러나 아무도 현 상황에 대한 시원스러운 답변을 해주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울 뿐이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과 최근의 남북관계 상황을 복기해 보고,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둘러싼 한반도 지형이 어떻게 변해가고 있는지 살펴본다. 북한은 2017년 대륙간탄도미사일과 중장거리 탄도미사일을 연이어 발사하였으며, 9월 3일 6차 핵실험을 하였고, 11월 29일 ‘국가핵무력완성’을 선언하였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대북 군사옵션까지 준비돼있다고 언급하였다. 2017년은 한반도에서 군사적인 긴장국면이 최고로 고조된 한해였다. UN의 대북제재와 한미동맹 관계가 더욱 강화되었고, 한·미·일간의 긴밀한 협조체제도 작동되었다. 반면에 중국과 러시아의 경우, 북한과의 관계가 소원해졌다. 한마디로 북한이 국제사회에서 고립된 상태였다.

2018년부터 한반도 상황이 달라지기 시작하였다. 남북정상회담, 미북 정상회담을 통해 남북관계와 미북관계가 대화국면으로 급격하게 전환되었으며, 북한의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과 핵실험도 잠정적으로 중단되었다. 마치 북한의 비핵화도 곧 이루어질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한반도에서 새로운 평화 분위기가 정착될 것으로 기대하였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남북한은 2018년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위기상황에서 대화 분위기로 바뀌었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을 포함한 북한 대표단이 서울에 왔고, 2018년 3월 문재인 정부의 대북특사단 도 방북하여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는 등 한반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러한 여세를 몰아 문재인 정부는 판문점에서 2차례, 평양에서 1차례 남북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또한 문재인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고 가교역할을 하는 중재자로서 입지를 다져 왔다. 그 결과로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미북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지난 6월 30일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간에 깜짝 회동이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협상 과정들이 세계 각국으로부터 많은 주목을 받았다.

우리 국민들은 2차 미북정상회담에서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오기를 기다렸으나, 기대와는 달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양측의 분명한 입장 차이만 확인하고 성과 없이 종료되었다. 그리고 판문점에서 열린 미북정상 간의 깜짝 회동에 대해서도 세간의 이목을 끌기 위한 정치적 홍보 성격이 강했다는 부정적인 반응도 많았다. 현재 트럼프 대통령과 북한의 김정은 위원장은 서로 서신을 교환하는 관계로 발전하였다. 반면에 북한은 그동안 북한의 비핵화 문제 해결을 위한 중재자 역할을 담당한 문재인 정부에 대해 도리어 입에 담기 민망한 비난 발언을 쏟아붓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여전히 진전이 없다. 이것이 현시점에서의 남북관계이다. 답답한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지난 2년간 중재자로서 의 노력이 한계에 직면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우리는 또다시 새로운 딜레마에 빠져있다. 한반도 정세를 언뜻 보기에는 그동안의 대화 분위기에 따라 평온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반도 정세가 더욱 복잡해지고, 걱정스러운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첫째, 한반도는 물론 동북아지역 안보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북한의 비핵화 문제가 해결될 조짐이 없다. 미국을 비롯한 국내에 있는 많은 안보 전문가들이 북한의 비핵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 둘째, 북한이 여전히 다량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10월 1일 국회의 대정부 질문에서 조명균 통일부 장관은 “북한이 적게는 20개에서 많게는 60개까지 핵무기를 가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리고 북한이 2019년 5월 4일부터 8월 16일까지 8차례에 걸쳐 단거리 탄도미사일들을 발사함에 따라 안보에 대한 우려감이 확산되고 있다.

셋째, 북한이 통미봉남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북한이 남북정상회담과 미북정상회담을 지렛대로 삼아 국제사회에서 외교적 고립을 벗어나게 되었다. 그러나 최근 북한은 미국과 직접 협상하는 반면, 남북한 간의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넷째, 강력한 한미동맹 관계가 훼손될 가능성을 우려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방위비 부담 문제를 둘러싸고 문재인 정부에 대해 공개적으로 압박을 가하고 있다. 이것은 트럼프 정부가 한미동맹 관계의 전통적인 가치보다 미국 우선주의에 입각한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서, 한미 간에 불편한 관계를 초래할 소지가 다분하다. 또한 중거리 미사일의 한국배치 문제를 놓고도 논란을 일으킬 수 있다.

다섯째, 최근 한일 경제전쟁이 장기화됨에 따라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한 한일정부 간의 협조체제 구축은 물론 한·미·일 간의 안보협력에도 균열이 생길 가능성이 있다. 반면에 중국과 북한은 불편했던 관계가 해소되었으며, 전통적인 동맹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들어 한반도 주변에 중국, 러시아 군용기가 느닷없이 자주 출몰하여 우리의 신경을 자극하고 있다.

여섯째, 우리 군의 안보의식이 느슨해지고 있다. 지난 6월 북한 목선의 강원도 삼척항 진입 사건으로 인해 국방부 장관은 ‘안보에 구멍이 뚫렸다’ 라는 비난과 질타를 받은 바 있다. 군은 남북한 협상 분위기 국면과는 별개로 항상 대북 경계태세에 촉각을 세우고, 북한의 도발 행위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는 방위태세를 갖추어야 한다.

이러한 상황들을 종합해 보면, 현재 남북관계에서 최대 현안인 북한의 비핵화 문제는 전혀 해결되지 않고 있는 반면에 남북관계 개선, 한미동맹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새로운 문제점들이 불거지고 있어 우리 국민들이 걱정스러운 눈으로 지켜 보고 있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2020년 11월 3일은 미국의 대통령 선거일이다. 지금부터 선거일까지 약 1년 2개월 정도 남았다. 미국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재선 승리가 최대의 과제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경제 회복과 미북관계 개선을 트럼프 정부 1기의 성과로 내세울 것으로 본다.

현재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미북 간의 입장 차이가 뚜렷하여 앞으로 전격적으로 합의할 가능성은 작다. 따라서 트럼프 정부는 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 등 미국에 대한 북한의 추가 도발을 방지하고 내년 선거까지 최소한 현 상태로 안정적으로 관리해가는 것을 목표로 북한에 대해 유화적인 손짓을 지속할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는 UN의 대북제재 조치를 활용하여 북한을 계속 압박할 것이다.

북한의 경우, 트럼프 정부를 압박하여 대미 협상력을 높이고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한반도에서 잦은 도발을 시도하여 불안감을 조성할 것이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북한의 입장이 담긴 서신을 적극 활용하여 한미동맹을 훼손시키는 교란 전술도 전개할 것이다. 그리고 한국에 대해서는 통미봉남 전략을 강화할 것이다. 북한은 궁극적으로 비핵화 추진보다는 미국과의 협상 과정을 통해 핵보유국이라는 지위를 구축하는데 목표를 둘 것으로 본다.

우리로서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생각해보아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평소 대외정책에서 비즈니스적인 측면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있고, 재선을 목전에 두고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 성과로 만들고 정치적으로 활용할 소지도 배제할 수 없다. 다시 말하면,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 문제 해결에 대한 당초 입장을 완화하여 북한과 협상할 가능성도 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도 미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이러한 국면으로 미국을 몰고 가려고 애를 쓸 것이다.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미국은 북한과 섣불리 협상을 타결해서는 안 된다. 문재인 정부는 이것을 꼭 경계해야 한다.

▲ 사진=kbs 뉴스 화면 캡처

북한의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해 협상은 해야 한다. 그러나 남북대화 나 미북협상에 있어 명심해야 할 일은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도 미국과 북한 간의 중재자 역할에 그치지 말고 당사자로서 미국과 함께 보조를 맞추어 북한과의 협상에 임해야 한다.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북한의 군사적 도발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한 대응을 하는 등 단호한 입장을 보여주어야 한다. 트럼프 정부에 대해서도 한미동맹의 가치와 중요성을 강조하고 북한의 도발 행위를 묵인하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데 대해 유감의 뜻을 전달해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이 희망하는 남북한 경협이 활성화될 경우, 북한의 경제발전 에 획기적인 도움을 줄 것이다. 그러나, 북한의 비핵화라는 과제가 먼저 해결되어야만 한다. 그동안 북한의 거듭된 핵실험과 각종 탄도 미사일 발사 등 군사적인 도발 행위로 인해 UN 안보리에서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다. 현 상황에서 북한과의 대규모 경제협력을 위해서는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필요한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조급하게 움직여서는 안 된다. 속도 조절을 해야 한다. 물론 트럼프 정부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에 있어서 실무차원의 철저한 사전합의 없이 너무 성급하게 톱다운 방식의 미북정상회담에 의존함에 따라, 결국 성과 없는 정상회담으로 끝났다는 비난을 받았다.

현시점에서 문재인 정부와 트럼프 정부는 한미동맹 관계를 더욱 다지고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해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긴밀한 협조체제를 강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문재인 정부는 아베 정부와 외교력을 통해 갈등을 해소하고, 북한의 비핵화 문제에 대해 한·미·일간 협조체제를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UN 안보리의 대북제재 를 지렛대로 삼아 대북협상에 나서야 할 것이다. 한편 북한의 기습적인 군사 도발에 대비하여 방위태세에 촉각을 세우고, 국방력 증강에도 힘을 기울여야 한다.

▲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엄태윤 특임교수

[엄태윤 교수]
Pace대학 경영학 박사 (국제경영 전공)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관계학 박사
현 한양대학교 국제학대학원 글로벌인텔리전스학과 특임교수
전 대통령자문 동북아시대위원회 과장
전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전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전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저서
「한미양국의 대북정책과 남북경협」

논문
‘Global Export Strategy: High Technology Transfer Model for Accelerating Developing Country Growth’(공저)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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