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류충렬의 파르마콘] 오늘날 융・복합화는 모든 산업에서 급속하게 진행되고 있다. 머지않은 미래에 농림업, 제조업, 유통업, 관광업 등 산업 구분이 무의미하거나 구분할 필요마저 없게 될지 모른다. 전통산업이라는 농림분야 마저도 이미 가공・유통・관광이 융・복합된 6차산업이 대세다. 거의 모든 분야에서 첨단기술이 활용되고 융・복합으로 기존규제로 대응이 어려운 새로운 산업형태가 나타나고 있다. 융・복합화는 4차산업 혁명시대의 전반적인 현상일 것이다.

이러한 융・복합화가 규제개혁 추진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 이해가 가능할까? 현재 법령들은 소관부처가 지정하여 책임 관리되고 있다. 종래 융・복합화의 정도가 낮은 시점에는 어떤 문제도 몇 개의 법령 검토로 해결이 가능하여, 하나의 규제개혁에 관련되는 부처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융・복합화가 급속하게 진행된 오늘날에는 규제개혁에는 많은 법령과 소관부처가 얽히게 된다. 비교적 얽힘이 적은 농림분야 조차도 2016년 애로규제 연구에서 농림축산식품부 소관 이외의 규제가 58.2%로 나타나고 있을 정도이다.

현재 정부의 규제개혁 추진은 주로 민간분야에서 애로를 건의(일부 선제적 발굴)받아 주관부처가 추진하면서, 문제해결에 관련된 규제의 소관부처들과 협의하는 방식으로 추진되고 있다. 이러한 추진방식은 여러 법령・부처가 얽히게 되는 오늘날에는 한계에 부딪히기 쉽다. 그간 부처 간 협의가 이루어지지 못하여 규제개혁이 이루어지지 못한 사례는 상당하다. 이때 실패한 규제개혁을 부처이기주의로 매도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상대의 입장보다 자신의 입장을 더 고려하는 부처를 단순히 이기주의로 치부할 수 있을까? 현행 소관부처별 규제 책임관리 체계에서 해당 부처가 규제개혁의 필요성보다 우려될 부작용을 더 크게 보려는 자세는 자연스러운 현상일 것이기 때문이다.

융・복합시대 규제개혁의 지연은 부처이기주의보다 걸맞지 않은 추진방식에 문제가 더 있을 수 있다는 인식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한다. 예들어 농업분야에서 잉여농산물을 활용하여 가공・제조・유통・판매하는 소규모 농촌 융・복합형 산업모형(예: 농장형 주류제조・판매업, 목장형 유가공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주류・유가공업의 소관부처가 농촌에만 예외적으로 허용하자는 규제모형에 짧은 협의과정에서 쉽게 동의할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융・복합시대, 이에 걸맞은 추진방식의 보완이 필요하다. 정부주도 개혁이라면 주관부처 단독추진・관련부처 협의방식에서 관련된 부처합동규제개혁추진단을 구성, 초기단계에서부터 관련부처가 함께 문제를 고민하고 대안을 마련하도록 한다면 성공 가능성은 더 높게 될 수 있게 된다. 나아가 상위 규제개혁 기구인 규제개혁위원회(국무조정실)에 융・복합규제개혁추진단을 구성하거나 기존규제에 대한 이견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방법도 필요할 것이다.

또한 융・복합된 규제는 이해관계자가 복잡하게 얽히게 되다. 정부주도만의 규제개혁 추진은 쉽게 한계에 부딪히게 된다. 현재 민간분야는 규제개혁 과정에서 주로 건의자의 역할에 머무르고 있다. 융・복합시대에는 단순 건의자에서 벗어나 정부-산업 파트너십 추진방식도 성공 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이다. 산업부분이 주도하는 합동규제개선단을 구성, 규제개선안과 함께 산업부분도 스스로 책임감을 갖고 이행할 방안을 함께 마련하여 제시토록 함으로서 규제개혁・집행에서 정부와 책임을 공유할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융・복합시대의 규제개혁에서 그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규제를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재설계한다는 시각일 것이다. 제로베이스에서의 규제 재설계는 정부주도의 주관부처 추진・관련부처 협의방식으로는 한계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현) (사) 에이스탭연구소 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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