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화탁지의 음양오행 성격론] 사람의 인연이란 엄청난 것이어서 함부로 맺지 말아야 하지만, 사실 함부로 맺어지지도 않는다. 다시 말해, 인연은 내 의지대로 되는 것이 아니란 소리다. 한 사람이 만날 수 있는 상대가 한 명인 사람도 있고 여러 명인 사람도 있을 수 있다. 수가 중요한 것은 아니다. 인연이란 것은 만나는 상대와 내가 해결해야 될 공동의 숙제를 풀어가는 과정이라고 보면 되겠다. 그런데 여러 명과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풀 숙제가 많다는 의미이니 과연 좋게만 볼 수 있을까?

외로운 것도 문제지만 너무 많은 인연에 치이는 것도 문제다. 외롭다는 것은 능동적 외로움과 수동적 외로움으로 나눌 수 있다. 사람만나는 것을 꺼리거나 귀찮게 느끼는 사람의 경우에는 전자이고, 아무리 노력해도 주변에 인연을 맺을 만한 사람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는 후자이다. 인연에 치이는 경우도 능동과 수동으로 나눌 수 있겠다. 흔히 말하는 오지랖이 넓은 사람은 전자일 것이고, 매력이 철철 넘쳐나 원하지 않아도 이성이 꼬이는 경우는 후자겠다.

남녀가 만나는 것은 자연의 이치로 볼 때 서로 다른 음과 양이 만나 형성되는 자연스러운 결과이다. 서로 다른 성격과 문화적 배경을 갖는 두 남녀가 만나 아웅다웅 다투며 만나고 헤어짐을 반복하는 것은 어찌보면 너무나 당연한 과정이다. 궁합을 보러오는 커플들에게 나는 이렇게 말한다. “궁합이 좋기란 정말 힘들고, 사실 궁합이 좋은 사람들은 남녀로 만나지 않아요. 안좋으니 만나서 서로 배울거 배우고 고칠거 고치라고 만나게 하는 겁니다.”

한 사람이 만나는 상대를 보면 그 사람을 알 수 있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유유상종이라고 봐야 할까 아니면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는 상생관계라고 봐야할까? 물론 둘 다 해당된다고 해야겠다. ‘결’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을 필자는 ‘근본’이라고 바꾸고 싶다. 기본적 성정이 비슷한 사람끼리 일단 만나게 되어 있는 것이다. 사람이 먼저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 돈을 사람보다 중시하는 사람과 사귈수 있을까? 가슴이 따뜻한 사람이 냉정한 사람을 만날 수 있을까? 아니라고 본다. 결은 비슷하되 성향이나 습관은 다소 차이가 나는 사람들이 만나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것이 좋은 인연이라 생각한다.

따뜻한 사람을 연인으로 가진 사람은 그 사람의 심성이 따뜻하다고 봐도 탈이 없다. 겉으로 보여지는 측면에서 한 명은 감성적이고 연인은 이성적일 경우 그것은 겉으로 드러나는 성향의 차이인 것이지 분명 이성적인 사람도 심성은 따뜻할 것으로 믿는다. 그렇지 않으면 커플이 되기란 어렵고 설사 된다해도 오래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다.

초한지에 나오는 항우와 유방의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항우의 경우는 무사로서의 실력과 의리를 갖춘 사람이지만 사람을 다스리는 능력이나 지혜는 부족하지 않았을까 싶다. 유방의 경우는 특별한 능력은 없지만 주변의 사람들을 쥐락펴락하는 권모술수에 능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역사란 승자의 기록이기 때문에 결국 한나라를 세운 유방에게 더 유리한 해석으로 흐를수 있지만 우직한 면이 있는 항우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꽤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두 사람에게는 두 여인이 있었다. 항우에게는 우희라는 여자가, 유방에게는 여치가 있었다. 항우와 우희의 사랑이야기는 영화 ‘패왕별희’에서 경극으로 보여지는 등 유명하기도 하다. 우희는 항우가 유방과의 전투에서 패하자 그에 대한 믿음을 끝까지 지키며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유방의 경우 황제가 되고 나서 수많은 첩을 두게 되었는데, 여치는 그것을 참을 수 없어했다. 유방이 유독 사랑하던 척희라는 후궁의 사지를 잘라 ‘인간돼지’의 형상으로 만든 일화는 소름끼칠 정도이다. 그녀의 본성이 여실히 드러나는 일화라고 하겠다. 두 여인의 이러한 성정만으로도 항우와 유방의 일면을 알 수 있다. 물론 사람을 다 알고 인연을 맺을 수는 없지만 무엇을 중시하는지가 우선시 되는 경우라면 깊히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인 것은 분명하다.

▲ 오경아 비엘티 아케아 대표

[오경아 대표]
건국대 철학과 졸업
전 수능영어강사(번역가)
현 비엘티 아케아 대표
현 교환일기 대표
현 세렌 사주명리 연구소 학술부장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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