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백악산에서 바라 본 삼각산_이 산 넘어 왕방산 가는 길

[미디어파인 칼럼=최철호의 한양도성 옛길] 겨울이 없이 화창한 날씨가 입춘까지 왔다. 눈 하나 없이 겨울이 가는 듯하다. 하늘은 맑고 구름이 없다. 오후가 되니 바람이 차가워진다. 비만 내리면 봄이다. 창의문을 지나니 빗소리가 멈춘다. 소복소복 눈이 내린다. 봄을 마중 나가는데 눈으로 바뀌는 찰나다. 홍제천을 걸으니 물 위에 눈송이가 떨어진다. 우수 경칩이 내일인데 눈이다. 세상사 참 알 수가 없다. 걸음을 재촉하여 세검정천 지나 정릉방향으로 길을 나선다. 삼각산과 백악산 그리고 인왕산의 기운이 모이는 곳 자문밖 이다. 그 옛날 강화도령은 도성 안 창덕궁까지 어떻게 이동하였을까? 인정문에서 즉위식을 한 후 왕이 된다. 그의 아버지는 누구인가. 과연 함께 궁으로 왔을까..

인왕산 넘어 왕방산 가는 길 위에서 서다

▲ 삼각산 비봉에서 바라 본 백악산과 인왕산

홍지문과 홍제천을 바라보니 홍은동 근처에 잠들어 있었던 철종의 아버지가 생각난다. 강화도와 교동도에서 한 많은 삶을 살다가 죽음으로 다가온 유택이 있었던 곳이다. 바로 홍은동 그랜드 힐튼호텔 근처다. 철종의 아버지 전계대원군의 묘지가 있었던 공간이다. 그런데 왜 왕방산 선단동까지 이장하였을까? 인왕산을 넘어 왕방산까지 100리 길을 어떻게 걸었을까. 지금은 양주를 지나 동두천과 포천의 경계를 이루는 곳으로 1시간이면 차로 달리는 거리다. 이 지역에서 유명한 산이 바로 왕방산(王訪山)이다. 왕방산은 이름에서 오는 기운이 높이 만큼이나 장엄하다.

▲ 우수 지나 고드름이 녹는 바위_누굴 닮아을까

737m에 이르는 왕방산은 포천의 진산으로 양주와 경계이며, 그에 따른 전설과 유래가 많다. 신라시대 말 도선국사와 왕이 행차한 이야기부터 고려 말 목은 이색의 왕망산 이야기도 전해진다. 또한 태조 이성계가 함흥에서 한양가는 길에 왕방산과 사찰 왕방사를 오고간 내용이 구슬프다. 태종 이방원이 머물던 소흘읍 이야기도 왕방산에 덧붙여 전해진다. 광해군도 한때 해룡산과 왕방산에 와 사냥을 했다고 하니, 수많은 왕들이 방문한 유서 깊은 산이다.

661m의 해룡산(海龍山)은 산 위에 물이 거울같이 맑아 거울 못, 감지(鑑池)라 불렀다. 이 산은 영험하여 기우제를 지내면 비가 오거나 구름이 끼었다고 전한다. 오늘 같은 날씨가 비처럼 눈처럼 내리는 기이한 산이었다고 한다. 이 산에 살던 이무기가 이 물을 만나 용이 되었으니 강화도령 철종도 40여 년 귀양살이한 아버지 전계대원군을 그리며 이곳에 모셨을 것이다. 포천에는 참으로 신기한 산이 사찰만큼 많다.

포천에 신기한 산과 사찰이 많다

▲ 자문밖 홍제천 가는 길_비가 눈이 된 인왕산 자락

산이 깊어 포천에는 산마다 절이 많다. 수원산 수원사,향적산 향적사,해룡산 해룡사,백운산 백운사,보장산 보장사,청계산 원통사,주엽산 성불사,왕방산 왕방사등 수많은 사찰이 포천 일대에 있었다. 특히 백운산 근방이 가장 번성하였다고 한다. 이 지역의 사찰은 많은 종파가 어우러져 조화롭게 포천의 불교를 이어오고 있다. 조계종,태고종,천태종,법화종,관음종,삼론종,정토종,보문종,일붕종,법륜종,미타종,대승종,총화종,원효종,본원종,일승종,선학원등 수려한 산수를 배경으로 절이 위치했다. 산 많고 물 맑아 공기 좋은 곳에 사찰이 있어,도시민의 힐링처 역할을 하고 있다.

▲ 인왕산 정상 가는 길_기와 지붕 위 눈과 하늘 그리고 구름

선단동을 따라 산기슭에 멈춘다. 선단초등학교를 지나 길가에 논과 밭을 사이로 오르니 능 같은 묘가 보인다. 왕방산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고, 봉분 옆에 묘갈과 혼유석 그리고 망주석 및 무인석 한 쌍이 있다. 전계대원군 이광의 묘다. 완양부대부인 전주최씨와 합장한 봉분이 양지바른 곳에 있다. 섬세한 조각과 세밀한 무인석, 포천 시내가 내려다보이는 묘역은 왕의 아버지인 대원군으로 왕족의 마지막 품격을 지켰다. 전계대원군은 죽어 받은 품계지만, 증조부 영조와 조부 장조(사도세자) 그리고 아버지 은언군으로 이어지는 손이 귀한 자손이다. 아들인 강화도령 철종까지 아슬아슬 왕통이 이어져 왔다. 지금 자손은 어디에 있을까..

포천 향토유적 제1호가 전계대원군 묘이다

▲ 전계대원군 묘에서 바라 본 포천 시내 전경

전계대원군이 추봉되기 전에는 진관외동 은언군 묘 옆에 안장되었다가 강화도 그리고 여주로 이장된 후 철종 7년에 비로소 포천 선단동으로 이장되며 신도비도 세운다. 또한 철종의 생모인 용성부대부인 용담염씨의 묘도 바로 언덕 아래 조성하였다. 이리하여 철종도 아버지를 찾아 방문하니 비로소 이 산이 왕이 방문하는 왕방산으로 그 이름의 유래가 완성된다.

▲ 전계대원군 묘와 재실 가는 길_왕방산 자락_포천 선단동

전계대원군은 철종의 친아버지다. 살아 강화도에서 죽어 왕방산 기슭에 있는 전계대원군 묘와 신도비는 포천시 향토유적 제1호다. 강화도에서 바다 건너 한양도성 그리고 서울 홍은동에서 포천 선단동까지 170여 년의 시간여행이 이곳에서 마무리된다. 빈농에서 왕까지, 평민에서 죽어 대원군까지 파란만장한 삶 따라 공간여행을 함께 할 수 있었다.

역사와 문화가 숨 쉬는 포천,
미래를 꿈꾸는 선단동,
희망 가득한 동교동은 모든 이의 꿈을 연결하는 큰 다리가 될 것이다. 그 옛날 왕방산과 해룡산처럼...

▲ 최철호 성곽길 역사문화연구소 소장 - (저서)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최철호 소장]
성곽길역사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도성에 얽힌 인문학’ 강연 전문가
한국생산성본부 지도교수
지리산관광아카데미 지도교수
남서울예술실용전문학교 외래교수

저서 : ‘한양도성 성곽길 시간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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