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미국의 저명한 셀럽들이 주요 대학에서 연설하는 장면이야말로 졸업식의 백미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근래에도 많은 유명한 졸업 연설들이 있었지만, 페이스북의 창립자 마크 주커버그가 하버드 대학의 2017년 졸업식에서 했던 연설이 특별히 눈에 띈다. 결국 하버드를 졸업하지 못했던 주커버그가 하버드 졸업식 연단에 선 것만으로도 화제가 되었겠지만, 그보다는 그가 알려주는 메시지를 살펴볼 가치가 있을 것 같다.

주커버그는 우리가 우리 세대로부터 배운 점과 더불어 우리가 함께 만들어야 할 세상이 어떠해야 할지를 나누려고 한다. 그가 핵심으로 제시하는 단어는 ‘사명감’이다. 보통의 연설이라면 각자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라는 주제로 흘러갈 것이다. 그러나 주커버그는 다르다. 그는 말하길, 오늘날에는 나 자신의 사명감을 찾아내는 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과 같은 새로운 양상의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의 과제는, 모든 사람이 사명감을 갖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다.

그가 서두에 제시하는 일화가 의미심장하다. 존 에프 케네디 미국 대통령이 NASA 우주 센터를 방문했을 때 어느 청소부를 발견하고 다가가 무얼 하고 있는지 물었다고 한다. 청소부의 대답은 이랬다. “대통령님, 저는 인류가 달에 가는 것을 돕고 있습니다.” 분명 이 청소부는 어떠한 종류의 사명감을 가지고 있음에 분명하다. 그 내용이 무엇인가 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이다. 우선은 사명감 그 자체를 갖는 것이 중요하다. 사명감이라 함은 우리 각자가 우리 자신보다 위대한 무언가의 한 부분이고, 꼭 필요한 존재이며, 더 나은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따라서 사명감은 진정한 행복을 창조한다.

타인을 위한 사명감
지금의 기성세대들은 대학졸업장의 의미란 주로 직장과 같은 공동체에 한정되어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는 첨단기술과 자동화로 많은 직업이 사라질 전망이며, 공동체 의식도 축소될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단절되었다고 느끼고 우울해하며 공허함을 채우려고 하는 모습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도 중요한 문제로 남을 것이다. 무언가 할 일이 있기를, 어딘가 갈 곳이 있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점차 늘어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가 앞으로 나아가게 하기 위한 진정으로 중요한 과제는 새로운 직업을 창조하는 것뿐 아니라 새로운 사명감을 창조하는 것이어야 한다.

주커버그는 하버드의 작은 기숙사 방에서 페이스북을 처음 시작했던 날 밤을 회상한다. 그는 자신이 하버드의 커뮤니티를 전부 연결하게 되어 신났지만, 이 일이 전 세계를 연결하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그런 일은 자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가 할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세상에는 많은 자원과 기술을 가진 거대한 기업들이 있으니 당연히 그들 중 누군가가 그런 일을 하게 될 것 아니겠는가. 그러나 결국 그 일을 해낸 사람은 다름 아닌 주커버그였음을 우리 모두는 잘 알고 있다. 분명 다른 누군가가 하게 될 거라고 생각하는 그런 세상의 변화들이 사실은 내가 해야 할 일일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렇게 스스로 사명감을 갖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새로운 시대에는 타인을 위한 사명감을 창조해내야 한다. 그가 원했던 것은 회사를 차리는 일이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일이었다.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의 꿈은 회사가 팔리는 것임에도, 그는 그럴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회사를 파는 대신 뉴스피드를 만들었다. 불과 그가 22살밖에 되지 않았던 나이였다. 더 높은 사명감을 가지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도록 만드는 것은 우리 자신의 몫이다.

4차 산업혁명 앞에서 사명감을 갖기 위한 세 가지 방법
그렇다면 모든 사람들이 사명감을 갖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무엇을 해야 할까? 주커버그는 세 가지의 방법을 제안한다.

첫째, 의미 있는 프로젝트를 함께 하는 것이다. 우리의 세대는 자동화 기술로 수많은 일자리가 대체될 세상에 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함께 더욱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갖고 있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각 세대에는 그 세대를 정의하는 직업이 있는데, 한때는 30만 명이 넘는 사람이 단 한 명을 달에 보내기 위해 힘을 모으기도 했다. 앞서 인용한 그 청소부를 포함해서 말이다. 프로젝트에 참여한 사람들뿐만 아니라 전 국민에게 위대한 일을 해냈다는 자부심을 심어 주는 그런 일들이었다. 우리의 차례에서는 어떠할까?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는 아무도 모른다. 아이디어란 것은 처음부터 완성된 채로 나오지 않고 실행하는 과정을 통해 명확해지기 때문이다. 일단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 우리 세대를 정의할 프로젝트는 무궁무진하다. 태양광 패널의 생산, 유전자 공유를 위한 건강 데이터, 민주주의의 현대화를 위한 온라인 투표 등, 사명감을 만들어내는 커다란 일들은 우리의 테두리 안에 있다.

둘째, 모두가 자유롭게 자신의 사명감을 추구할 수 있도록 균등한 기회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우리의 세대는 뭔가를 시작하든, 역할을 수행하든 모두 기업가적인 측면을 가지고 있다. 기업가 정신은 우리 문명의 발전을 위한 원동력이다. 새로운 시대에 이런 기업가적 문화가 번창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새로운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일이 쉬워져야 한다. J. K. 롤링은 해리 포터를 출간하기 전에 12번이나 거절을 당했다. 위대한 성공은 실패할 수 있을 자유에서 기인한다. 그럼에도 오늘날에는 많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기회의 빈부격차가 존재한다. 자신의 아이디어를 가지고 역사적인 기업을 만들어 낼 수 있는 자유가 없다면 우리 모두는 실패하고 말 것이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많은 위대한 기업가들 중에 그 누구도 충분히 돈을 벌 수 없을 테니 창업은 관두자라고 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실패하면 받아줄 수 있는 안전망이 없기 때문에 꿈을 좇지 않은 사람은 너무나 많다. 이제는 우리 세대의 새로운 사회 계약을 정립할 차례이다. 보편적 기본 수입과 같은 아이디어를 탐구해 모든 이들이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안전망을 구축하고, 한 회사에 얽매이지 않는 보육 시스템과 의료 시스템을 갖추고, 실패한 사람에게 굴레를 씌우거나 낙인을 찍지 않는 인식이 필요하다. 모든 이에게 사명감을 추구할 수 있는 자유를 줄 수 있도록 말이다.

셋째, 세계 전반에 걸친 공동체를 만드는 것이다. 사명감은 직업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모두가 사명감을 가지는 세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을 때, 여기서의 모두란 전 세계 모든 사람을 일컫는 것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 우리 세대의 정체성을 정의하는 것은 국적, 종교, 민족이 아닌 ‘세계 시민’이 될 것이다. 이는 매우 놀라운 변화이다. ‘우리’라는 범주는 끊임없이 확장되어 왔다. 인간은 함께 모일수록 더욱 위대한 일을 이루어낸다는 사실을 역사가 가르쳐 준다. 따라서 새로운 시대의 우리에겐 전지구적인 위대한 기회가 주어진다. 현대사회에서 진보란 도시나 국적 차원이 아니라 전지구적 공동체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여전히 우리에게는 자유, 개방성, 세계 공동체의 힘과 권위주의, 고립주의, 국수주의의 힘이 서로 맞서고 정보의 흐름, 무역, 이민이 가진 힘이 이를 저지하려는 힘에 맞서는 어려움을 가지고 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지금 당장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는 것이다. 가정이든, 스포츠 팀이든, 교회든, 음악 단체든 상관없이 공동체는 우리가 보다 큰 무언가의 한 부분이며 혼자가 아니라는 느낌을 줄 것이며, 우리의 지평선을 넓혀줄 것이다.

변화는 작은 곳에서 시작된다. 심지어 세계적인 변화도 처음엔 작게 출발한다. 우리는 사명감을 필요로 하는 세계로 뛰어들고 있으며, 사명감을 만드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 박은혜 칼럼니스트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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