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청춘칼럼=윤쓰의 ‘피터팬 증후군’] 애니메이션 ‘인사이드아웃’이 픽사 역대 최고의 호평을 받으며 흥행을 이루었다. ‘라일리’라는 소녀의 몸속에서 감정을 조절하는 기쁨이, 소심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의 좌충우돌 이야기를 그려내면서 많은 어른들의 공감을 샀기 때문이다. 애니메이션은 더 이상 어린이를 위한 영화가 아니라는 것에 이제 다들 공감을 한다. ‘미니언즈’ 영화의 피규어를 이벤트 상품으로 한 맥도날드에서 ‘해피밀 대란’이 일어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한정판으로 출시한 해피밀 미니언즈 장난감의 인기가 너무 많아 맥도날드에서는 2차까지 판매를 확대했다. 이렇듯 아이(kid)와 어른(Adult)의 합성어인 키덜트(Kidult)들은 그들의 동심을 자극해줄 것들을 갈구하고 있다. 이런 키덜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몇 가지 소개해보고자 한다.
디즈니 : 감성을 적셔주는 애니메이션을 원해?
디즈니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작품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그 중 ‘라이온 킹’,‘겨울왕국’,‘빅 히어로’는 어른이 봐도 손색없을 정도의 스토리와 감동을 가지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라이온 킹’은 총 3개의 시리즈로 1편과 2편의 주인공은 부자 관계여서 스토리가 맥락적으로 이어진다. 영화를 보지 않았을 때는 단순한 동물들 이야기처럼 보일 수 있지만 이 영화 속에는 사극 못지않은 세력다툼과 욕망에 눈이 먼 교활한 캐릭터, 그와 대비되는 ‘왕’ 사자의 현명함을 보여준다.
아빠 사자의 신념을 이어받은 아기 사자의 성장 과정 또한 단순한 애니메이션 치고는 가슴에 와 닿게, 섬세하게 그려낸다. 초원을 배경으로 한 영화와 잘 어울리는 음악,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주는 동물 친구들의 활약이 더해져 라이온 킹은 감성을 적셔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의 대표작이 되기에 손색이 없는 영화가 된다.
빅 히어로는 라이온 킹이나 겨울왕국만큼 흥행을 하지는 않았지만 필자의 손에 꼽을 수 있을만한 키덜트들을 위한 영화이다. 겨울왕국이 자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하였다면 빅 히어로는 형제의 이야기가 영화의 바탕이 된다. 첨단 과학 시대에 알맞게 ‘베이맥스’라는 힐링 로봇이 나오고 영화의 배경 또한 21세기 지금, 현재의 모습이다.
목숨을 건 과학 실험으로 인한 희생자, 슬픔과 욕심에 눈이 멀어 잘못된 마음을 품은 교수의 모습은 지금 현실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애니메이션답게 영화의 후반부에는 다소 비현실적인 내용이 나오긴 하지만 과학이 바탕이 되었기 때문에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일이다. 힐링 로봇이 선사하는 감동 또한 감성을 적셔주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에 알맞다.
몽환적이고 신비스러운 음악과 함께 애니메이션을 즐기고 싶다면 ‘크리스마스의 악몽’이라는 영화도 추천한다. 디즈니 애니메이션 중의 하나인 ‘라푼젤’ 또한 탄탄한 스토리와 개성 강한 캐릭터로 키덜트들을 공략하기에 충분하다.
픽사 : 동심을 되찾기를 원해?
픽사는 모두 한 번씩은 들어봤을 만한 많은 명작 애니메이션들을 만들어냈다. 토이스토리 시리즈, 몬스터 주식회사 시리즈, 최근 흥행한 인사이드아웃 등 재미있는 스토리와 귀여운 캐릭터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무엇보다 픽사가 키덜트들에게 사랑을 받은 이유는 ‘공감’을 이끌어냈기 때문이다. 어렸을 적 마음속에 가지고 있던 것을 어른이 되면서 잃어버린 우리에게 다시 그걸 되찾게 해준다.
인사이드아웃의 ‘빙봉’이 대표적인 예이다. 빙봉은 한때 ‘라일리’의 하나밖에 없는 상상의 친구였다. 그러나 라일리가 어른으로 성장하고 현실 친구를 사귐에 따라 빙봉은 할 일이 없어지고 라일리의 마음속에서 방황을 한다. 이러한 빙봉의 쓸쓸한 모습은 우리의 마음속의 빙봉을 생각나게 하고 미안한 마음을 갖게 한다. 밤에 자고 있는 아이의 방에 몰래 들어가 놀래 켜서 아이의 비명으로 에너지를 얻는 몬스터 주식회사의 모습은 어렸을 적 우리의 모습을 떠올리게 하고 웃음이 나오게 한다. 픽사의 이러한 애니메이션들은 버림받은 장난감들의 이야기를 통해, 방황하는 빙봉을 통해, 동심으로 먹고 사는 몬스터 주식회사를 통해 우리의 메말랐던 동심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중에 할머니를 먼저 여읜 할아버지가 말썽쟁이 꼬마와 함께하는 모험을 그린 ‘업’도 짠한 감동을 주며 우리의 가슴속에 스며든다. 이미 알 사람은 다 알만한 ‘니모를 찾아서’, ‘월-E’ 도 단순한 애니메이션을 넘어서 어른들에게 메시지를 주는 픽사의 키덜트 영화로 손꼽힌다.
몸은 어른이지만 어른의 세계에 끼지 못하는 ‘어른아이’가 늘어나는 사회 현상을 반영한 용어를 ‘피터팬 증후군’이라고 한다. 피터팬은 어른사회로부터 ‘공상의 섬’으로 떠나, 이 꿈나라에서 모험하는 영원한 소년이다. 우리는 모두 어렸을 적 놀던, 공상의 섬으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가져본 적 있다. 그러나 바삐 돌아가는 현실의 섬에서 어른이 되어버린 몸을 바라보며 이내 체념하고 만다. 우리에게는 팅커벨의 가루가 되어줄 애니메이션이 있다. 지친 일상에서 어린아이 같은 즐거운 마음이 필요할 때 팅커벨의 가루를 뿌리고 공상의 섬으로 떠나보는 것이 어떨까. 이미 저 멀리 날고 있는 피터팬 옷을 입은 키덜트들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