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뷰티 인사이드>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박현영의 감성이 있는 일상] 해외 소셜필름을 원작으로 한 영화 ‘뷰티인사이드’는 한 남자가 자고 일어날 때마다 얼굴이 바뀐다는 기발한 상상을 전제로 했다. 오늘은 잘생긴 청년이었던 남자는 다음 날이면 배 나온 아저씨가 되기도 하고, 할아버지, 외국인, 어린 아이, 심지어 여자가 되기도 한다. 그러나 내면은 항상 똑같다. 그런 남자가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고, 여자는 남자를 마음으로 받아들인다.

자신의 남자친구가 내일이면 어떤 얼굴일지 모르면서도, 그의 내면만 보고 사랑하게 된 것이다. 이 영화는 우리에게 생각할 기회를 준다. 자신의 외모 가꾸기에만 급급한 이 시대에, 내면만 보고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을까?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면서, 상대방을 위해 외모가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을 가꾸려 노력한 적이 있을까?

내면을 가꾸라는 말은 그저 예전부터 들어온 식상하면서도 당연한 말이다. 첫인상이 중요하기 때문에 외모 가꾸기가 우선적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국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되는 것은 내면의 아름다움이고, 이를 위해서는 자신의 내면을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나는 얼마 전 몇몇 힘든 일을 겪으면서, 스스로 극복해보기 위해 마음수련 대학생 캠프에 다녀왔다. 그 곳에서는 밥 먹고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마음수련 명상을 하도록 권유했는데, 주로 자신을 되돌아보며 상처를 지우는 일이 수련의 내용이었다. 평소 남을 배려하고, 입장을 바꾸어 생각해 본다고 말하면서도 진심으로 남을 먼저 생각했는지에 대해 의문이 들었다. 이성적으로는 상대방을 이해하면서도, 나에게 무언가를 해주길 바라는 마음이 항상 있었던 것 같기도 했다. 그래서 일주일 내내 내 자신을 들여다보았고, 점점 느끼는 것이 있었다. 캠프에서 돌아온 후에는 친구들에게 힘들 때 이렇게 해보라고 권유하기도 했다.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

마음을 가꾸는 수련을 하면서 가장 가치 있게 느껴졌던 일은 자신을 되돌아보는 일이다. 사람들은 흔히 안 좋은 일이 일어날 때마다 자신을 되돌아보곤 한다. 왜 그랬는지, 어떤 마음으로 그런 행동을 했는지 돌아보고, 후회하며, 다음부터는 안 그러기로 마음먹는다. 그러나 자신의 유년 시절부터 계속 떠올려 보면서, 기억들을 꺼내 보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특히 상처를 받은 일들은 그냥 잊어버림으로써 덮어 두려고 하며, 굳이 다시 생각하는 일은 피하게 된다.

나는 항상 그래왔고, 힘들었던 일들도 그저 잘 잊고 밝게 산다고 생각했다. 이번에 수십 번씩 내 자신을 돌아보며 알게 된 것 같다. 상처는 잊은 게 아니라 덮어둔 것이며, 덮어두는 것과 들추어내어 버리는 것은 다르다는 걸. 힘들었던 일까지도 다 돌아보니 지금 내가 생각하는 나의 단점들이 어떤 일들로부터 시작됐는지가 보였다. 그래서 안 좋은 일이 있을 때마다 잠깐씩 자신을 돌아보는 일보다는, 한 번쯤 시간을 내어 나의 모든 삶을 돌아보는 일을 추천한다. 스스로도 몰랐던 자신의 내면을 보다 정확히 알아갈 수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서 벗어나는 일

자신을 되돌아보면서, 결국엔 오래된 나의 상처들로 인해 타인까지 힘들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 근본적인 기억들을 버리는 일은 마음을 편하게 해주었다. 많은 생각들로 꽉 차 있었던 내면이 비워지면서, 다른 사람들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긴 듯 했다. 굳이 이해하려 노력하지 않아도, 그냥 마음으로 수긍하는 일이 무엇인지 경험해 보기도 했다. 자신의 과거 기억은 자신만 알고 있고 그 누구도 모른다. 때문에 한 번 생각해볼 것을 권한다. 나만 알고 있는 기억들로 다른 사람들을 판단하는 기준과 잣대를 세워 온 것은 아닌지.

간단하지만 어려운 위의 두 가지 일을 하면서, 마음이 비워지고 편해지는 것을 느꼈다. 내 마음에 여유가 생겨야, 누군가를 내면으로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게 내면을 가꾸는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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