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허승규의 여행의 조각] 지인을 만나기 위해 조금 일찍 도착한 카페에서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 맨" 작품 보면서 공간을 넘어 도시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고 전 세계를 잇는 힘을 지니고 있는 여행업계에 대해서 몇 가지 정리를 해보았습니다.

앞으로도 신종 바이러스(변종 코로나)와 시장혁신의 위기는 자주 그리고 강하게 올것 같은데, 여행업계 아니 저부터도 상황인식, 멘탈과 잔고 관리, 컨틴전시 플랜을 가지고 있어야겠습니다.   

하나투어와 모두투어
최근 사모펀드가 인수한 국내 최대 여행사인 하나투어는 OTA와 SNS가 시장을 장악해 나갈 때, 부동산(호텔) 매입, 홈쇼핑과 직판 등으로 대리점 압박, 가성비로 포장한 저가상품과 덤핑 패키지 출시, 주가 관리에 집중했습니다. 저렴한 가격과 편리한 플랫폼으로 여행자들에게 인기였던 해외 OTA와 강력한 모험정신과 상품·서비스로 무장한 스타트업계에 털리고 난 뒤에야 플랫폼 개발과 고객지향적 컬트립 테마상품 출시에 나서고 있습니다. 내부에서도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의견은 있었겠지만, 철저히 짓밟혔을 터..

향후 사모펀드는 부동산, 면세점, 화장품 사업, 여행서비스, 출판사 등의 자산을 팔기 좋은 형태로 쪼개고 쪼개서 적절히 매각하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상장된 모두투어리츠를 통해 호텔업을 영위하고 있는 모두투어도 유사하지 않을까 예단해 봅니다.

OTA와 스타트업
코로나 사태로 인해 글로벌 OTA 한계를 직접 경험했습니다. 통화 연결 힘든 콜센터, 항공사·호텔 등과 직접 처리하라는 대응방식, 항공·숙박·OTA 각각의 취소수수료 구조 및 태도, 복잡하고 어려운 환불 절차, 일정 변경 관련 OTA에 대한 한계와 의식 부재, 제대로 된 여행사의 역할을 인식하고 경험했습니다. 향후 존버 전략으로 살아남기에 성공한 몇 개의 OTA 중심으로 독과점 체재가 안착될 듯 합니다. 

여행업계
관광에 투입되는 모든 상담·계약·발권·취소·환불 서비스에 수수료를 청구하는 TASF제도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유명무실합니다. 일반적인 관광상품의 경우, 항공, 숙박, 교통, 식사, 쇼핑, 일정, 안전 등 여러 요소에 의해 여행사의 품이 많이 필요하지만, 시차와 업무시간외 상담, 문제해결 노력 등 무수한 수고에 대한 댓가는 없습니다. 그러한 댓가(가치)가 없었으니 여행업계 종사자들의 시간가치와 존재가치 역시 없습니다. 그 동안 여행사들은 제 코가 석자이고, 고양이 목에 방울달기라 선뜻 누구하나 나서지 못했습니다. 안타깝지만 향후에도 업계 내에서 불만을 토로하던 차원을 크게 벗어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우선 여행업계는 취소·환불 수수료 약관 및 절차(프로세스) 정비, 재무건전성 강화, 상품 포트폴리오 다양화, 컨틴전시 플랜 재정비 등 "백오피스 업무 강화"와 경기불황으로 인한 해외여행수요 감소 대책 마련, 차별적 상품 준비, 공동 캠페인 등 "여행 분위기 조성"에 집중할 듯 합니다. 

코로나가 진정되더라도 전 세계 모든 나라가 동시에 입국이나 운항, 관광을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니, 지역별~도시별 선별 허용에 따른 준비를 해두어야 합니다. 또한 한류관광, 코로나로 위상이 높아질 국내 의료관광, 문화관광, 산업관광, 품질 좋은 국내상품 직구서비스 및 수출 등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관심과 준비를 가져야 합니다. 향후 코로나 사태에서 살아남은 전문성과 브랜드 인지도를 갖춘 중대형 업체와 시스템, 콘텐츠, 서비스, 네트워킹 역량에 투자를 지속하고 있는 스타트업계의 비약적 성장이 예상됩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코로나 사태 이전에도 미국보다 많은 LCC(저가항공)와의 경쟁, 출혈 낭자한 불나방 지역 집중과 노선 확장, 사드와 노저팬 운동으로 힘겨운 상황이었습니다. 향후 자산 매각, 구조조정, 정부지원 유치, 기한 무제한 탑승 상품 등 특이상품 출시, 현금확보를 위한 취소·환불 창구 축소, 이합집산 등 필사적인 살아남기 노력을 통해 대형화가 이뤄질 것 같습니다.  

협회와 규제당국
권리 위에 잠잤던 협회와 규제당국 역시 재임기간내 관행과 문제들을 애써 들쳐내어 시끄럽게 공론화시키고 싶은 생각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코로나 사태가 협회와 규제당국의 존재 이유와 변화의 방향을 재확인시켜 주었습니다. 향후 여행사와 OTA의 역할, 예약·취소 업무대행수수료 약관, 여행취소 보상보험 도입 등을 명확히 정리해야 합니다. 특히 협회의 경우, 역할과 책임을 재정비해야 할 절호의 타이밍입니다. 

사실, 코로나 안정화 이후에도 당장 현실은 낙관하기 쉽지 않습니다. 경기침체로 생활비는 축소됐고, 유급휴가를 미리 쓴 직장인들은 하반기에 쓸 휴가가 별로 없고, 개학이 연기돼 방학은 더 짧아졌거든요.

그러나 상황이 아무리 힘들다고 의욕상실증과 미래막막증으로 마냥 손 놓고 있으면 회복기가 찾아와도 반등하기 어렵습니다. 유영호 작가의 그리팅 맨처럼 배려와 겸손, 소명의식과 성실한 노력이 더해져야 코로나 위기가 더 큰 기회의 발판이 될 듯 합니다.

무엇보다 관광업 종사자를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코로나가 빨리 잦아들고, 국내 항공사와 협회, 특히 관광과 여행사에 대한 여행객들의 인식과 위상이 재고되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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