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류충렬의 파르마콘] 위스키・브랜디는 수입만 떠올려야 하나?
위스키(whisky)는 곡물을, 브랜디(brandy)는 과일을 발효하여 증류한 술이다. 현재 국내 시장의 위스키와 브랜디는 수입 술만 판매되고 있다고 해도 틀리지 않는다. 국내에 위스키와 브랜디를 생산하는 제대로 된 제조장이 없고, 상당한 기간 수입 술에 익숙해지면서 위스키‧브랜디하면 의례히 수입 술을 떠 올리게 된다. 왜 한국에는 국내에 생산된 재료를 이용한 위스키나 브랜디를 만들지 못하고 있을까?

한국에는 어디에 내 놓아도 좋은 과일들도 있다. 예들어 사과는 어떠한가? 사과는 어느 나라의 과일 못지않게 품질이 좋다. 그러면 사과를 이용한 제대로 된 ‘브랜디’ 하나쯤은 있어야 하지 않는가?

국산은 ‘홍길동’같은 위스키‧브랜디’가 되어있다.

그러면 국산 브랜디는 정말 없을까? 현재 한국에도 시장에서 판매하지 못하나 만들어 자가 소비 중에 있는 위스키‧브랜디는 여기 저기 있다.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홍길동과 같은 ‘홍길동 식 위스키와 브랜디’는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즉 제조 허가를 받지 못하여 상표를 부쳐 시중에 판매하지 못하면서 자체적으로 제조하여 주변에 돌려 마시고 있는 포도, 사과를 이용한 브랜디인 것이다. 왜 만들어 지고 있다는 국산 브랜디가 상품화되지 못하고 홍길동과 같은 신세일까? 제품의 질이 낮아서는 조그만 이유이고 기본적이고 큰 이유는 규제에 있다면 어떻게 생각할까?

현재 국내 시장의 위스키・브랜디는 거의 수입 술이 장악하고 있다. 이미 수입 위스키와 브랜디가 국내 시장을 거의 장악한 상태에서 팔릴지도 모를 국산 브랜디 제조에 대규모 투자모험을 시도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게 된다. 다만 대규모 투자가 아닌 소규모로 시작하여 시장에 상품을 내어 놓고 소비자의 반응에 따라 생산시설을 늘려가는 투자방식이면 가능할지도 모른다. 결국 현재 수입 술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는 시작하는 투자 부담이 적어야 수입에 경쟁해 보자는 모험적인 국산 브랜디 출시가 가능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소규모로 출발하는 국산 브랜디 제조허가가 가능하냐에 있다.

규제완화로 한국에도 브랜디(brandy)를 만들게 하자

그러나 한국은 불행하게도 소규모로 출발하는 지역별 특색 있는 위스키‧브랜디의 제조를 허락하고 않고 있다. 처음부터 큰 투자를 하는 상당한 제조시설만을 허용하도록 규제하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위스키와 브랜디 제조를 위해서는 ‘주세법 시행령(대통령령)’에 의해 일정한 사전 요건을 갖추어 제조장 허가를 득하여야 한다. 허가신청을 위한 사전요건(허가 여부는 별도)으로 일정한 시설과 장비를 갖추도록 하고 있다. 이중 시설요건으로 ‘담금(발효)조 총용량 5㎘ 이상, 원액숙성용 나무통 총용량 25㎘ 이상, 저장 및 제성조 총용량 25㎘ 이상 등’을 갖추어야 한다. 규제에서 요구하는 사전요건은 어느 정도의 투자를 요구하는 것일까? 원액숙성용 나무통을 살펴보자. ‘25㎘ 이상’의 규제는 개당 100만원 이상 하는 참나무 오크(Oak)통(225ℓ)통 114개 이상을 최소한으로 구비하여야 가능하다. 그 외에 더 많은 투자비를 요구하는 건물, 담금조‧저장‧제성조 등의 요건을 갖추려면 대규모 투자가 불가피하게 된다. 과연 수입 술이 시장을 장악한 상태에서 국내 과일을 이용한 브랜디 제조에 대규모 투자모험을 쉽게 시도할 수 있을까?

왜 브랜디 제조에 대형 규모만 가능하고 특색 있는 소규모 증류주의 탄생은 안 되는가? 정부의 규제의 이유는 소규모 제조 난립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한다. 결국 처음부터 대규모 생산이 아니면 허가가 불가능한 현재의 규제 하에서 소규모 생산부터 시작하기 어려워 대다수의 국산은 허가없어 판매하지 못하는 ‘홍길동 브랜디’가 되어버린 것이다. 작은 규모의 다양한 증류주(위스키, 브랜디)가 ‘소규모 난립’에 불과한 것일까. ‘소규모 난립’이 아니라 ‘다양하고 특색 있는 제조’로 긍정적으로 해석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현재의 규제에서 최소한 ‘원액숙성용 나무통(25㎘)’ 규제만이라도 폐지하거나 완화해 보았으면 한다. 사실 오크통의 구비는 국가에서 규제하지 않아도 시장의 수요에 따라 제조자가 갖추지 말라고 하여도 할 것이고, 수요가 많다면 자발적으로 규제기준보다 더 많이 구비할 것이다. 숙성용 나무통은 국민의 안전, 품질과 관련되지 않는 ‘시장수요 친화적 요건’이기 때문이다. 한국의 위스키・브랜디 시장여건에서 처음부터 대규모 시설을 갖추도록 한다면 국산 브랜디는 나타나기 어렵게 된다.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현) (사) 에이스탭연구소 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