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하여 사람들이 갖은 대표적인 두려움은 직업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밥벌이’에 대한 걱정이 가장 크게 나타날 수밖에 없다. 이 이야기는 결국 직업에 관한 준비 역시 그 어떤 영역보다 집중적으로 수행되어야 함을 알게 해 준다. 물론 이 시대는 불확실성과 복잡성은 물론 변화 속도 자체가 빨라서 탄력적인 대응 자체가 어렵다고 보는 이들도 많이 있다. 그러나 조금 더 장기적인 차원에서 수요에 대한 다양한 변화를 살피고 그에 따른 바람직한 방향을 전망한다면 지금 가지고 있는 직업에 관련한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종식시켜 줄 수 있을 것이다.

복합적인 직업훈련 시스템
이전까지만 해도 우리는 직업훈련이라는 개념이 학업의 영역과는 조금 거리를 드러내었다.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대학 진학에 이르기까지, 구체적인 직업에 대한 논의는 뒷전인 경우가 대다수였다. 이는 소위 말하는 학교 간판을 확보하는 것이 입시 전쟁의 주목적이었기 때문이다. 입시에 대한 고민이 자신이 미래에 얻고 싶은 직업과 연관하여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학과나 전공이 어떠하든 일단 좋은 대학에 들어가고 보자는 경향이 강했기 때문에 오래토록 직업 훈련에 대한 가치가 중요하게 다루어지지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4차 산업혁명의 시기에 들어서면서부터, 이러한 경향은 철저하게 개선, 극복될 필요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혁신에 걸맞은 직업능력을 새로이 개발하고 적응해 나가는 것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는 우리에게 주어진 최대의 과제인 만큼 적어도 중・고등학교 시기부터 직업에 대한 본격적인 훈련과 관심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공교육’과 ‘세부적인 전공 및 직업 관련 훈련’, 더 나아가 ‘평생교육’, 이 세 가지가 긴밀하게 연결될 필요가 있다. 서로 동떨어지지 않고 상호 보완적인 훈련 체계를 갖추어야 4차 산업혁명에 걸 맞는 인재 양성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전 직업교육의 특징 – 직업 교육 1.0에서 4.0시대
이와 관련하여 과거에는 어떠한 방식으로 직업 교육이 이루어졌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흔히 직업교육은 1.0시대에서 4.0시대로 나누어 설명하는데, 먼저 직업교육 1.0 시대에는 직업교육이 ‘학교 중심의 산업 인력을 양성하여 제공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어서 직업교육 2.0 시대에는 직업교육이 평생교육 관점에서 다루어졌다. 곧 기업이나 특정 회사가 요구하는 전문적인 능력을 겸비한 인재를 키우려는 노력이 중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만큼 조금이나마 직업 중심으로 교육 방향이 틀어졌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다음으로 직업교육 3.0 시대의 경우에는 산업체가 요구하는 바와 학교의 특성이 서로 맞춤식으로 결합되는 시스템이 제공되었다. 곧 맞춤형 능력 중심 교육이 이루어진 것이다. 실제로 이 시기에는 산업체의 구체적인 요구 역량인 국가직무능력표준(NCS)과 학습모듈을 개발・적용되기 시작했다.

문제는 이 직업교육 3.0시대는 지난 시대가 아니라,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현재진행형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어쩌면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앞둔 이 시점에서 보면 다소 느린 전개라고도 볼 수 있겠다. 특히 아직 직업교육 3.0 시대가 정착되지도 않은 상황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요구되는 직업교육 4.0이 논의되고 있어 어느 정도 혼란이 예상되기도 한다. 하지만 이러한 구분이 반드시 칼로 자르듯 이루어질 필요는 없을 것이다. 어느 정도 혼재된 상태에서 발전이 이루어질 수도 있는 만큼, 두 가지 직업 교육 형태가 요구하는 바가 절충된다면 4차 산업혁명에 걸 맞는 직업 교육을 수행하는 데 별 문제가 없으리라 본다.

앞으로 전개되어야 할 직업교육의 방향성

그렇다면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 맞는 직업교육은 기본적으로 어떠한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할까. 가장 우선되어야 할 것은 기존에 교육환경에 내재되어 있던 편견을 종식하는 것이다. 사실상 근절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이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학력이나 학벌에만 집중하던 기존의 문화는 이 시기에 가장 우선적으로 해결되어야 할 과제임에 틀림없다. 이 부분이 개선되지 못하고 여전히 과거의 문화에 얽매여 있는 다면, 과거에만 적용되던 성공신화를 4차 산업혁명으로 이어가려는 시대적 착오에 빠지는 것에 불과할 뿐이다. 이를 위해 직업 교육이라는 대안이 학교 교육에서 도태된 자에게만 해당되는 교육적 환경이 아니라, 새로운 성공을 안겨주는 대안으로 인식되어야 한다.

물론 이러한 요구 사항은 수 십 년 째 이루어지지 않는 난제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 부분에 대한 근절이 어느 정도 희망을 가질 수 있는 이유는 앞으로의 직업 체계 자체가 완전히 흔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오래토록 버리지 못했던 학력, 학벌과 연관된 편견이 어쩌면 4차 산업혁명의 도래와 더불어 타파될지도 모른다는 가능성을 조심스럽게나마 점쳐볼 수 있겠다.

다음으로 맞춤형 직업 교육의 완벽하게 정착되어 나가야 한다. 기존에도 맞춤식 직업 훈련에 대한 논의는 물론 실제 관련 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전개된 바 있으나 아직까지도 우리에게는 거리가 먼 영역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기술의 발달로 1대1 교육 및 훈련이 가능해진 만큼 맞춤형 개별화 직업훈련은 필수적으로 적용되어야만 한다. 그것이 직업교육 4.0으로의 전환을 가능케 할 촉매제가 될 것이다.

마지막으로 평생토록 이어질 직업훈련의 체계화가 마련되어야 할 것이다. 특히 오늘날 고령화시대, 100세 시대로 돌입한 상황에서 더 이상 기존에 적용되던 정년은 무의미해지게 되었다. 이제는 적어도 정년 이후 20년간은 더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주어질 수 있는 만큼 오래토록 자신만의 직업이 유지되기 위한 기반이 마련되어야 한다.

그런 차원에서 처음 특정 직업에 발을 디딜 때만이 아니라, 이후에 그 직업이 평생으로 이어지고 노년에까지 나만의 직업으로 남을 수 있도록 지속적인 훈련 체계가 제공되어야 한다. 국가에서도 관련 기관을 세워야 하며 이 부분이 복지와도 연결될 수 있음을 인식되어야 한다. 특히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는 고숙련 일자리가 더욱 중요하게 다루어지는 만큼 이러한 평생교육기관이 고숙련 일자리의 영역을 확장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필요가 있다.

▲ 박은혜 칼럼니스트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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