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류충렬의 파르마콘] 규제개혁은 관련된 이해관계자가 대립하고 타협하는 과정이다. 우리는 많은 규제개혁 과정에서 이해관계자들의 이해다툼으로 실패하거나 더 큰 목소리 쪽으로 유리하게 기울어지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보게 된다. 어쩌면 이해관계자 타협의 산물인 규제의 사회적 타당성을 갖게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규제개혁 과정에서 큰 축의 이해관계자인 수요자(소비자) 입장은 누가 얼마나 고려하고 있는 것일까? 최근 렌트카를 이용한 ‘타다’와 관련된 논란 과정에서 주된 이해관계자는 타다회사와 택시업계였다. 당시 논의과정에서 타다를 이용할 수밖에 없었던 수요자들의 입장은 얼마나 고려되었을까?

다수의 수요자 보다 상대적으로 공급자간의 파이조정에 더 치중되어 만들어 졌을지도 모른다는 의문을 제기해 봄직한 규제들은 많다.

우리의 생활주변에서 쉽게 접하는 규제에서 살펴보면, 도서정가제(도서판매 할인제한), 16인승이상 승합차 렌트금지, 원격의료 제한, 한의사의 x-ray장비 사용금지, 공유차량제도 금지, 일정규모이상 마트의 의무휴일제...

위에 예들은 규제들은 대체수단을 금지하여 공급자를 보호하거나, 규모가 다른 공급자 또는 이익집단간의 파이조정에서 시작된 규제들이라고 할 수도 있다. 이러한 규제는 현실적으로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고 할 수 있으나,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저가매입 또는 이용편의 기회를 상실하게 된다.

규제개혁에서 공급자간의 이해조정은 중요하다. 문제는 그간의 규제개혁에서 공급자들의 이해다툼에 더 치중하여 말없는 다수 수요자의 입장은 상대적으로 고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일 것이다.

현행 정부의 규제개혁 기본잣대인 규제영향분석(RIA)을 살펴보자. 규제영향분제도의 규제적정성평가 잣대에서 ‘목적과 수단의 비례적타당성’과 함께 평가고려사항으로 ‘기술영향평가, 경쟁영향평가, 종소기업영향평가 및 차등화’를 적시하고 있다. 이는 규제영향분석의 잣대인 제도에서도 주로 공급자간의 고려에 중점을 두고 수요자 측면에 대한 고려기준은 찾아보기 어렵다.

또한 수요자 입장의 상대적인 소홀은 규제개혁 과정에서 이루어지는 이해관계자 의견수렴에서도 유사하다. 현행 규제개혁 의견수렴의 이해관계자의 범위에는 주로 관계부처, 공급자단체・협회에 한정하거나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규제에서 공급자간의 이해대립에서 을(乙)의 위치인 소규모 공급자를 고려하고 보호하여 한다는 것은 타당하다. 그러나 공급자간의 이해조정 단계는 먼저 수요자와 공급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규제개혁의 방향을 결정한 이후에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규제개혁에서 목소리가 큰 공급자간의 파이 다툼에 먼저 매몰되면 소비자의 입장도 고려된 미래지향적인 규제개혁이 어렵게 된다.

규제개혁에서 정부는 조정자, 심판자의 위치이다. 모래알인 다수의 수요자 입장의 고려는 조정자인 정부의 몫일지도 모른다. 이런 점에서 규제개혁의 제도・형태에서 수요자를 고려하는 잣대의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만약 수요자 측면을 공급자간 파이조정 못지않게 고려했다면 위에서 예들은 규제 중 상당수는 개혁되지 않았을까?

▲ 류충렬 박사

[류충렬 박사]
학력 성균관대학교 대학원 박사
경력 2013.04~2014.01 국무조정실 경제조정실장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민관합동규제개혁추진단 단장
국무총리실 공직복무관리관
국무총리실 사회규제관리관
한국행정연구원 초청연구위원
국립공주대학교 행정학과 초빙교수
현) (사) 에이스탭연구소 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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