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승환의 행복한 교육] “…… 고3이 되면 도시락 두 개를 싸 들고 아침 7시 등교, 밤10시 하교의 쳇바퀴를 돈다. ‘3당4락’이니 ‘4당5락’이니 하는 선거판 에서나 쓰이던 말이 그럴듯하게 먹히는 분위기 속에서 아이들은 최대한으로 잠을 줄이고 그 중 5분의 3을 국영수 공부에 매달린다. ……”.

1992년 5월 24일, 가정의 달을 맞아 신문에 기고된 입시 교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당시 일간지 기사중의 일부입니다. 그로부터 정확히 24년이 지났습니다. 일반적인 공립 일반고의 현재의 모습과 비교해보면, 급식실 신설로 인해 부모님들이 도시락을 준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 등의 아주 미시적인 변화 이외에 지금까지 혁신적이라고 할만한 변화는 거의 없는 것처럼 보입니다. 우리 어른들은 지금까지 백년지대계(百年之大計)의 교육을 위해서 과연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었는지 저부터 엄청난 자괴감이 들 뿐입니다.

92년도에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바로 산업 현장에 뛰어 들거나 대학을 진학했던 그 아이들이 이제 이 사회의 중년이 되었습니다. 그들은 자신들이 경험했던 교육의 폐해를 인정하고 매우 비판하면서도 대부분은 자신도 모르게 24년 전의 그 모습을 아이들에게 대물림 하고 있거나 오히려 더 많은 짐을 지우는 경우도 다반사입니다.

노력의 징표로 여겨지는 “4당5락”은 우리 아이들에게 과연 효과가 있는 것일까요?우리는 “4당5락”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먼저, “4당5락”의 본질적인 면이라고 할 수 있는 수면 시간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수 많은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인간에게 보편 타당한 정도의 수면 시간을 꼭 집어 얘기할 수 없는 것을 보면 수면 시간의 표준에 대한 상당한 개인차가 있음은 확실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의학 전문가들은 인간이 생존하기에 가장 바람직하고 적합한 수면 시간을 대략 7 ~ 8시간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수면 부족으로 인한 인체의 영향은 어떻게 될까요? 그렇습니다. 여러분들이 짐작하시고 경험하신 바와 같습니다. 일상 생활측면에서 보면 정신적인 활동을 모호하게 하고, 이성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이 약해져 복잡한 문제의 해결력, 창의력 등을 요하는 경우에는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살아 있는 눈빛과 건강한 생기를 잃게 되며 때로는 쉽게 우울하게 되거나 화를 내는 등의 비정상적인 생리적 활동을 경험하게 됩니다. 효과 없는 노력은 결국 시간의 낭비로 귀결됩니다. 밤 늦도록 공부하는 21C의 고등학생들에겐 매우 미안한 이야기입니다만, 1년~3년 정도의 장기 레이스의 학습에서는 “4당5락”보다는 적정한 수면 시간을 확보하는 것이 학습 능률이나 생산성을 따지게 되면 더 큰 성과를 만들 확률이 매우 높습니다.

둘째, 학습방법의 합리성에 대해서 살펴봅니다. “4당5락”이 일반적으로 통용되고 보편적이기 위해서는 모든 인간이 같은 노력을 했을 때 반드시 같은 결과를 내야 한다는 말도 안 되는 전제를 가정해야 합니다. 우리는 가끔씩 지구상의 70억 인구 개개인이 모두 다르다는 당연한 사실을 간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대부분의 어른들은 이제 고지가 얼마 남지 않았기에 ‘조금만 참으면 된다’라고 얘기하지만 그저 열심히 한다고 해서 성취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이러하기에 우리는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가이드를 줘야 합니다. 오랫동안 열심히 하는 것만으로는 매우 비효율적이고 올바른 학습법이 아니란 사실을 일깨워줘야 합니다. 잠을 더 자고 덜 자는 것은 학습 능력의 향상과는 무관하다는 사실도 알려 주어야 합니다. 학습 능력의 향상은 많이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적정한 시간에 집중하고 합리적, 효율적 및 효과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지식을 창조적으로 결합하고 융합하는 시도를 고민할 때 이루어 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열심히 하라고 가이드를 주지 말고 개인별로 어떠한 학습 방법이 자신의 성취에 가장 적합하고 도움을 줄 수 있는가를 제시해 줄 수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부모와 학교의 중요 역할 중의 하나입니다.

더 이상 “4당5락”의 노력이 선의로 포장되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더불어 아이들이 바르게 학습 할 수 있도록 혁신적인 교육 개혁이 이루어진 그런 세상이 빨리 와서 행복하고 즐거운 공부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 김승환 대전지식재산센터장

[김승환 대전지식재산센터장]
한양대 공대 기계공학사 / 충남대 대학원 법학박사 수료
현) 대전지식재산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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