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그렇게 크기가 크지도 나무의 굵기가 굵은 것도 아닌 정원수인 라일락. 따사로운 5월의 봄에 라일락 나무 주위를 거닐면 달콤하면서도 은은한 향기가 코를 매혹시킨다. 꽃을 보면 ‘카랑코에’처럼 별 모양의 수많은 꽃이 송이를 이루고 있는데 강렬한 향을 내뿜는 그 작은 꽃의 색은 다른 색도 있지만 주로 보라색이 주종이다.

향기가 강해서인지 다른 꽃 보다도 지난 날의 추억을 강하게 이끌어 내는 것도 라일락 꽃이다. 가수 윤형주의 노래인 ‘우리들의 이야기’ 속에도 “… 라일락꽃 향기 흩날리던 날 교정에서 우리는 만났네…”라는 가사가 있다. 꽃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라일락 꽃의 향기가 최고가 아닐까 한다. 이 나무를 프랑스에서는 ‘리라/ 릴라(lilas)’라고 부른다. 꽃말은 ‘순결’, ‘첫사랑의 감격’, ‘젊은날의 추억’, ‘청춘’, ‘친구의 사랑’, ‘우애’ 등이다.

해방이 되면서 미국에서는 수많은 우리의 식물 종자를 무단으로 몰래 혹은 무능한 독재자들의 방관 속에 가지고 가서 우리가 거꾸로 로열티를 내는 것이 많다. 피클을 만드는 오이도 우리 품종이고 크리스마스 트리로 쓰는 나무 중 최고의 대접을 받는 것도 우리 종자인데, 우리나라에서 미국으로 간 라일락 품종은 영어인 자기 나라 말로 붙이는 것이 미안했는지 ‘Miss Kim’이라 불린다.

‘라일락(lilac)’의 어원을 살펴보면 페르시아어 ‘nil(푸른색, 보라색)’에서 파생한 ‘nilak(bluish : 푸른)’이 어원인데 이 단어가 아랍어, 스페인어를 거치면서 ‘lilac’이 되었다. 이 단어가 프랑스어 ‘lilac’으로 유입되어서 영어로 최종 정착되었다. 참고로 이집트의 나일강도 ‘nil’에서 파생한 말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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