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승환의 행복한 교육] 과외가 꼭 필요한 아이들도 적지는 않습니다. 여러 종류의 악기나 수영, 골프, 테니스 등 이론만으로는 독학하기 어려운 예체능 분야와, 그리고 우주에 존재하는 모든 정신적 물리적 인과관계가 몹시도 궁금한 아이들이 그들입니다. 직접 시범을 보여줘야 하는 예체능 분야는 어쩔 수 없겠지만, 세상의 인과관계가 너무나 궁금한 아이들에게는 때론 과외가 그들의 창의적 꿈과 호기심을 좀더 넓은 곳으로 안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혹시나 우리들이 부지불식중에 “쓸데 없는 생각 하지 말고 공부나 해!”라는 말들로 그런 아이들의 호기심을 짓밟지는 않았는 지 돌아볼 일인 것 같습니다.

과외가 필요한 또 다른 한 부류가 있습니다. 스스로가 과외의 필요성을 깨달아 부모님께 진지하게 요청하는 아이들이 간혹 있는데 이에 대한 허락 여부도 사실 신중을 기해야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어느 어느 과외 선생님께 배웠더니 성적이 올랐다고 하더라 그래서 나도 시켜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는 것 같습니다.

아인슈타인이 환생하셔서 과외를 하더라도 아이들이 받아 들이지 않고 생각하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즉 자기 주도적 학습이 되지 않으면 헛수고가 되는 것이 대부분입니다. 다만 이 경우에는 아이가 배우고자 하는 열정(경쟁심)은 있기 때문에 이러한 긍정적인 부분은 고려가 필요할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로 과외를 하고 싶어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아이와 신중하게 대화를 하는 것이 바람직 한 것 같습니다.

족집게 과외는 아이의 실력향상과는 무관합니다. 과외는 산술적으로 단기간 성적(등수)을 올리기 위한 수단이 되면 전혀 의미가 없으며, 알고 싶은 지식의 근본을 뇌 속에 각인시키고 이를 통해 학습 능력을 배가하는 보조적 수단이 될 경우에 가치가 있습니다. 이런 경우라 하더라도 과외로 인해서 지출되는 경제적인 비용 측면과 이로 인한 파급 효과에 대해서도 아이와 충분히 얘기가 되고 부모님들이 지출하는 교육 비용에 대한 이해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는 심지어 재벌가의 아이들이라 하더라도 예외 없이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자, 그럼 이쯤에서 “과외도 안 시키고, 게임만 하는 아이들을 학원도 안 보내고 도대체 어떻게 하란 말이냐?” 라고 많은 분들이 물으실 것 같습니다. 다음의 예가 모범 답안이 될 수는 없겠지만 바람직한 모델중의 하나를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되어 소개 드립니다.

국내 한 일간지에서 ‘수박’, 소위 수학박사 탄생의 비밀에 대하여 게재한 글이 있었습니다. 어느 고등학교 학생의 사례를 들어 신문 1면 전체를 할애해 ‘수박’이 된 이유를 분석하고 심층 취재한 기사인데 이 학생이 사용하는 특정 교재를 과목별로 가감 없이 정리하여 그 정보를 제공하였습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참고서 광고로 오해될 여지도 있었지만 읽을 만한 기사로 보였습니다.

이 기사를 참조하면 공부를 좀 하는 아이들의 특성은 ‘스스로 하는 꾸준한 노력과 매일 일정 시간의 공부 습관이 전제가 된 자기 주도적 학습’으로 간단(?)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학생의 부모는 아이에게 “공부하라”고 강요하거나 무리한 선행 학습을 요구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다만 초등학교 때부터 하루 2시간씩 바르게 앉아 공부하는 습관이 몸에 배도록 하였는데,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아이 혼자서 공부한 적이 없다는 것입니다. 부모가 항상 아이들과 같은 시간에 책을 읽거나 공부하면서 함께하는 시간을 공유하는 모범을 보였다고 합니다. 저녁 식사후 오후 8시부터 10시까지는 공부하는 시간으로 정하고 가족이 함께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고 하네요. 물론 이 학생은 수학 뿐만 아니라 다른 과목들도 매우 잘하는 소위 엄친딸로 보입니다.

그러나 상당한 가정에서 맞벌이를 할 수 밖에 없고, OECD 국가중 최고의 노동 시간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에서 아이들의 교육을 위해 정기적으로 저녁 시간까지 낼 수 있는 부모님들은 과연 얼마나 될까요? 쉽지 않은 일입니다. 농담 반 진담 반입니다만, 이것이 바로 전교 1등이 한 학교에 한 아이만 있는 이유이며, 내 아이들만 놓고 보자면 이상하게도 상위권이나 최상위권에 들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예외적으로 부모가 아이들 교육을 위해 그렇게 노력하지 않은 상황에서도 자기 혼자서 주도적인 학습을 하는 아이들을 만난 부모님은 소위 로또 당첨보다 더한 운을 타고 나셨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이렇게 나름 교육관은 투철(?)하지만 인생사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만한 사람들을 다 아실 겁니다. 그래서 저는 선택을 했습니다. 소위 좋은 대학을 가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왜 대학에 가야 하는 지에 대해서, 그리고 대학을 갈 필요가 없는 경우에 대해서도 아이들과 진지하게 고민하고 함께 이야기하기로 하였습니다. 어떻게 하면 학업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학교를 즐겁고 행복하게 다닐 수 있는 지를 공유하기로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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