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소피아로렌의 영화 속 광활한 해바라기 밭이나 반고흐의 열정적인 해바라기 그림이 아니더라도 해바라기 꽃은 우리에게 친근한 식물이다. 꽃말이 ‘애모’, ‘당신을 바라본다’, ‘숭배’, ‘아름다운 빛’, ‘마음을 다해 사랑한다’, ‘그리움’ 등인 해바라기는 꽃이 태양을 따라 고개를 돌리기 때문에 향일화(向日花), 조일화(朝日花) 등의 이름으로도 불린다. 또한 우리가 간절한 소망을 가지고 일편단심 무엇을 추구할 때도 해바라기란 말을 쓴다.

국화과의 일년초인 해바라기는 원산지가 중앙 아메리카로 특히 러시아, 유럽의 중. 동부, 인도, 페루, 중국 등에서도 많이 심는데 기후가 맞아서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양지 바른 곳에서 재배된다. 약 2m의 크기로 꽃은 지름이 8∼60cm 정도로 다양한데 대부분 노란색으로 매년 8~9월경이면 해를 향해서 만발한다. 꽃이 크고 아름다워 화단, 공원 등에 관상용으로도 많이 재배된다.

한방에서 이뇨, 진해, 해열제 등으로 사용되는 해바라기는 씨는 아미노산과 단백질 함량이 높고 기름기가 많아 씨앗 자체를 먹거나 기름을 짜서 식용유로 하거나 비누나 도료원료 등으로 사용한다. 야구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볼 수 있는데 메이저리그나 우리나라 프로야구 감독들이 가끔 카메라에 비쳐질 때 무엇을 씹으면서 자꾸 밷는 모습이 보인다. 물론 다른 것을 먹는 경우도 있겠지만 상당수는 해바라기 씨이다. 스트레스나 경기의 긴장감을 떨치기 위해서 선수는 껌을 씹지만 감독은 해바라기 씨앗을 씹어 밷는 것이다.

그리스 신화 속에 등장하는 해바라기를 살펴보면 가슴이 아프다. 물의 요정 크리티에(Clytie)는 태양의 신 아폴론을 사랑하였으나 그는 바빌론 왕의 딸인 레우코토에를 흠모하고 있었기에 그녀에게 무관심하였다. 질투에 사로잡힌 크리티에는 왕에게 딸이 순결을 잃었다고 헛소문이 들어가도록 해서 레우코토에를 생매장시켜 죽도록 만들었다. 상심한 아폴론은 그녀를 살릴 수 없자 그녀를 향나무로 만들었다. 그녀의 죽음에 화가 난 아폴론은 크리티에를 더욱 철저하게 외면했고 나르시스를 흠모한 에코 요정처럼 사랑에 상심한 그녀는 하루종일 아폴론의 상징인 해가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앉아서 해만 바라보았다. 9일동안 식음을 전폐하고 매일 해만 바라보던 그녀의 다리는 땅속으로 들어가 뿌리가 되고 얼굴은 꽃이 되었다. 이 꽃이 해바라기로 '태양의 꽃(sunflower)'이라고도 한다.

태양의 꽃 ‘해바라기(sunflower)'는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sunflower'는 학명인 ‘헬리안투스’를 번역하면서 파생한 단어로 ‘helianthus’는 'helios'(태양)와 'anthus'(꽃)가 합성된 말이다. 이 헬리안투스를 영어로 번역한 단어가 ‘sunflower'이다.

‘sun’의 첫번째 설은, 이 라틴어 태양신의 이름인 ‘솔(sol)’에서 독일어 ‘sonne’로 변형되었고(네덜란드어 ‘zon’) 이 단어에서 고대 영어 ‘sunne’로 진화되어서 최종 ‘태양(sun)’이 되었다. ‘태양(sun)’의 형용사 ‘solar’ 역시 ‘Sol’에서 유래되었다. 두번째 설은, 인도-유럽 공통 기어 ‘sh̥₂uén(sun)'이 게르만 조어 ‘sunnǭ’가 됐다. 이 단어가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sunne’이 되었고 중세 영어 ‘sonne/ sunne’를 거쳐 최종 ‘sun’으로 정착했다.

‘flower’는 인도-유럽 공통 기어 ‘bhleh(to thrive, bloom)’가 모태로 여기에서 라틴어 ‘flõrem’이 나왔다. 이 단어가 앵글로 노르만어 ‘flur’가 되면서 중세영어 ‘flour’로 유입되어 ‘flower’로 최종 정착을 했다는 설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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