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꽃말이 ‘순결’, ‘평범’, ‘순수’, ‘희생’, ‘깨끗한 사랑’ 등인 백합은 주로 그늘진 수목이나 숲 등 서늘한 곳을 좋아하는 식물이다. 가을에 심는 알뿌리 식물로 땅 속의 비늘 줄기는 채소로도 쓰이는데 지구의 북쪽지역에서도 특히 동 아시아의 온대지역에 100종 정도가 자생한다. 

백합은 흔히 나리꽃이라고도 하는데 다년생초로서 백여개의 비늘이 하나의 구근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백합’이라 이름이 붙었다. 백합꽃은 꽃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다른 꽃들과는 다르게 남에게 선물할 때는 상당한 주의가 필요하다. 흰 백합은 그 의미가 천국을 상징하기 때문에 우리가 조문시 사용하는 흰 국화처럼 죽은 사람에게, 붉은 백합은 살아있는 사람에게 바치는 꽃이라고 한다.

백합에 대한 많은 유래 중 널리 알려진 몇 개만 살펴보자.

첫번째 설은, 아기인 헤라클래스의 젓 동냥 사건 때문에 유래가 되었다는 설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는 외도로 태어난 헤라클레스 때문에 항상 불안했다. 그것은 외도 사실을 아는 아내 헤라가 아들을 죽일 거라는 불안감 때문이었다. 아들을 위해 노심초사하던 불안한 제우스는 한가지 묘안을 생각해냈다. 헤라는 자신의 젖을 먹고 자란 헤라클레스를 제2의 자식이라 인정을 못할망정 죽이지 못할 것이고 또 헤라의 젖을 먹으면 신들처럼 영생하리라는 희망을 품고 제우스는 헤라의 젖을 몰래 먹이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제우스는 약을 먹여서 헤라를 잠들게 하고 그 사이에 아들에게 젖을 빨게했다. 하지만 아무리 애기라 해도 천하의 장사인 헤라클레스 아닌가? 아들이 젓을 너무 힘차게 빨아먹으면서 그 중에 몇 방울이 땅에 떨어지게 되었다. 땅에 떨어진 젖 방울에서 식물이 하나 피어올랐는데 그것이 백합이라는 것이다.

두번째 설은, 이브의 눈물이 백합이 되었다는 설이다. 뱀의 유혹에 빠져 천도화를 먹은 아담과 이브가 에덴동산에서 쫒겨날 때 이브가 앞날의 험난함을 생각하며 흘린 눈물이 식물이 되었는데 이것이 백합이라고 한다.

세번째 설은, 독일 민화 속에 나오는 이야기로 할츠 산에 어여쁜 소녀인 아리스가 어머니와 함께 살고 있었다. 변사또 같은 그 지역의 성주가 어느날 말을 타고 나왔다가 아름다운 아리스를 발견하고 그녀를 소유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그는 부하들을 시켜서 자기의 성으로 그녀를 데려오게 했다. 아리스는 그의 손아귀에서 벗어 나고자 갖은 방법을 다 써 보았으나 방법이 없자 성모 마리아 앞에 꿇어 앉아 ‘제발 성주의 손 아귀에서 벗어나게 해달라고’ 기도를 올렸다. 마리아는 아리스를 측은히 여겨서 그녀를 아름다운 백합꽃으로 만들어 주었다. 그래서 백합은 기독교 의식에서 많이 사용된다고 한다.

고고한 꽃 ‘백합(lily)’은 어디에서 유래되었을까?

‘lily‘는 꽃을 의미하는 이집트 콥트어 ‘hleri’가 고대 그리스어 ‘leírion(흰 백합)’으로 변형되어 라틴어 ‘lilia’가 되었다. 이 말이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lilie’로 변해 최종 ‘lily’가 되었다. ‘lily’는 옛날에는 꽃피는 많은 식물에 적용되던 이름이었는데 종종 water lily, fire lily, lily of the Nile, ginger lily, Peruvian lily 등 진짜 백합과 외모적으로 유사한 식물에도 붙였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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