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현영의 감성이 있는 일상] 일본 메이지 대학 교수 사이토 다카시의 ‘혼자 있는 시간의 힘’ 이라는 책이 있다. 책에서 저자는 현대인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것을 독려하며, 그 시간을 잘 이끌어낼 수 있는 방법들을 소개한다. 우리는 매순간 대인 관계에 대한 고민을 하며 살고, 그러다 문득 혼자 있고 싶을 때를 만난다. 바빠서, 편해서, 혼자 있고 싶어서 등 이유도 다양하다.

혼자 하고 싶은 일들이 생기고, 혼자 시간을 보내며 새로운 인연을 기다리고 싶어진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면서도, 그 시간을 제대로 보내는 것을 두려워한다. 그 이유는 타인의 시선 때문이다. 학교, 아르바이트, 동아리, 대외활동까지. 너무 많은 관계들을 만들어가는 데 익숙한 세대여서일까. 혼자에 익숙해지기보다는 ‘왜 혼자냐’고 묻는데 익숙해져 가는 것 같다.

요즘 SNS에는 웃지 못할 ‘인증샷’ 들이 올라온다.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자니 자신을 일명 ‘아싸(아웃사이더)’ 로 생각할 학우들의 눈이 신경 쓰여, 화장실에서 혼자 몰래 도시락을 먹는 인증샷이다. 학교 식당에서 혼자 밥을 먹게 되었을 때, 이를 위장할 수 있는 옷을 아이템처럼 소개하여 웃음을 자아낸 방송프로그램도 있었다. 그저 혼자 먹는 사람을 그대로 이해하면 될 일인데, 왜 혼자 밥 먹는 일에도 의미를 부여하는지. 공강 시간이 각자 다른데, 그 시간마다 밥 같이 먹을 사람을 구해야만 하는지 한 번쯤 생각해볼 일이다.

나는 혼자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한다. 영화 시간표도 미리 보지 않고, 그냥 극장에 가서 끌리는 영화를 보고 오는 것이 행복하기 때문이다. 영화를 혼자 보러 간다고 하면, 꼭 되묻는 사람들이 있다. “너 혼자?” 라고 물어보거나, 남자친구가 있을 때는 “남자친구는 어쩌고?” 라고 되묻는다. 사실 그렇게 물어볼 이유는 거의 없다. 감정의 저울질이 필요 없는 관계를 바라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기 때문이다. 함께 있다 각자 다른 마음을 가진 사람들 속에서 감정의 크기를 재는 일을 잠깐 내려놓고 싶어서, 또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고 싶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있다. 혼자에 익숙해지는 것도, 자신을 들여다보는 것도 용기라는 걸, 그대로 존중하면 그만이다.

고등학생 시절, “대학 가서 연애하라” 라는 말을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많은 새내기들이 입학 후에 이성 친구가 생겼으면 하게 되고, 그렇게 어설픈 연애를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혼자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주변사람들은 그들에게 “너는 언제쯤 연애해?”, “뭐가 문제야?” 라며 장난스런 질문을 던지곤 한다. 이런 분위기는, 우리로 하여금 SNS를 통해 이런 글들을 접하게 한다. ‘25살인데, 모태솔로에요. 무엇이 문제일까요?’, ‘저는 혼자인 것이 불편하지 않은데, 주변 사람들이 계속 연애하라고 부추겨요. 정말 누군가를 만나야 하는 걸까요?’ 등의 사연들. 그렇게 혼자 지내는 이유를 굳이 찾으며, 남들이 다 한다는 이유로 연애를 시작하는 사람들이 생긴다. 누군가를 좋아해서 만남을 시작하는 게 아니라, 누군가를 만나보기 위해 좋아할 사람을 찾는 경우들을 주변에서 심심찮게 보았을 것이다. 그런데 정말 혼자인 것이 문제가 될 일이고, 연애가 부추겨야 할 일인가?

우리는 미래를 위해 학점 관리도, 인턴도, 대외활동까지도 도전할 것을 권유 받고 때로는 경쟁이라는 이름 아래 강요받기도 한다. 그런데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는, 계획하고 꼼꼼히 체크하는 일들과는 다르다. 계획대로, 노력하는 대로 이루어지지도 않는다. 때문에 의도한 대로 되지 않는 사랑까지 강요받을 필요는 없다. 혼자라면, 언젠가 나타날 사랑할 사람을 위해 혼자의 시간에 감사할 수 있기를. 그리고 혼자인 사람들을 존중해 주는 분위기가 찾아오기를 바란다.

언제부턴가, 혼자 있는 시간을 신기하게 여기는 것이 신기했다. 매순간 함께 할 누군가를 계속 찾는다고 해서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게만 흘러가는 것도 아니기 때문이다. 혼자가 되는 일은 누구에게나 감당하기 어려운 일이므로, 혼자가 되어 버리라는 것이 아니다. 혼자 있는 시간의 가치를 믿고, 다른 사람들이 그들만의 시간을 보내는 일을 존중했으면 하는 것이다. 자신을 재충전하는 시간이 있어야, 더 좋은 관계들을 만들어 나가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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