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에게 친근했던 주요섭의 소설 ‘아네모네 마담’의 그 아네모네 꽃 역시 그리스 신화에 등장한다. 쌍떡잎식물인 아네모네는 유럽의 지중해가 원산지로 미나리아재비과의 꽃인데 학명은 ‘anemone coronaria’이다. 꽃말이 ‘사랑의 괴로움’, ‘단념’, ‘허무한 사랑’인 아네모네 꽃의 유래를 살펴보자.

첫번째 설은, 아프로디테의 연인인 아도니스의 죽음에서 연유되었다.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의 아들 큐피드의 화살을 맞거나 스치면 처음 본 이성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는데 어느 날 장난기가 발동한 큐피드는 아프로디테의 가슴에 활을 쏘았고 그 화살을 맞은 어머니는 사냥 나온 미남의 용맹한 아도니스를 보고 사랑에 빠졌다.

이를 안 그녀의 남편인 헤파이토스는 질투에 사로잡혀 산돼지로 변장해서 사냥을 좋아하는 아도니스 앞에 나서게 되었다. 아도니스는 산돼지를 향하여 창을 던졌고 그 창이 빗나가자 아도니스는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산돼지는 그의 옆구리를 받아서 치명상을 입혔다. 이 광경을 지켜본 아프로디테는 급히 내려왔지만 이미 한발 늦었다. 아프로디테는 죽은 아도니스를 안고 슬프게 울었는데 그녀의 눈물은 장미가 되고 아도니스의 피에서는 아네모네가 피어올랐다고 한다.

두번째 설은, 이루지 못한 사랑 때문에 연유되었다. 로마 신화를 보면 꽃의 여신 플로라에게는 아름다운 아네모네라는 시녀가 있었다. 공교롭게도 플로라의 남편인 바람의 신 제피로스가 아네모네를 사랑하고 있었기 때문에 플로라는 그녀를 남편에게서 멀리 떨어뜨리기 위하여 포모누의 궁전으로 추방했다.

하지만 한번 일어난 사랑의 불꽃을 주체하지 못하고 남편은 바람을 타고 따라와 사랑의 바람을 계속 피웠으므로 플로라는 그녀를 아예 꽃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녀를 볼 수가 없어서 서글퍼진 제피로스는 그녀를 잊지 못하여 해마다 봄만 되면 따뜻한 사랑의 바람으로 꽃을 피우게 하였다. 그래서 아네모네를 다른 이름으로 바람꽃이라 부른다. 아네모네속의 총칭인 ‘windflower’는 바람꽃속 수종의 초본은 물론 모든 종류에 사용된다.  

‘아네모네(anemone)’의 꽃이름의 유래는 세 가지 설이 있다.

첫번째 설은, 사람 이름인 ‘아도니스(Adonis)’와 ‘아네모네(Anemone)’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설이다. 두번째 설은, 옥스포드 영어사전에 의하면 ‘anemos(wind, 바람의 신)와 여성형 접미사 ‘-õne(딸)’이 합성되어 탄생한 고대 그리스어 ‘anemõne(바람의 딸)’가 라틴어 ‘anemōnē’로 유입되어 최종 정착을 했다는 설이다. Pliny는 바람이 불 때 꽃이 피기 때문에 이런 이름이 지어졌다고 주장했다. 세번째 설은, 제왕을 연상시키는 아네모네<Anemone coronaria(crown)>는 아랍어 이름이 ‘Shaqa’iq An-Nu’man(누만의 상처/ 조각)’이다. 이 이름은 페니키아 통칭으로 ‘Neaman’으로 불리는데 시리아어에서 온 아랍어 ‘An-Nu’man’과 그리스어에서 온 ‘Anemone’가 기원으로 본다. 다른 기원으로는 Al-Hirah(582~609AD)의 마지막 Lakhmid왕인 An-Nu’man 3세의 이름에서 연유되었다고 보는데 아도니스의 죽음과 꽃으로의 탄생과 유사하게 안누만의 무덤에는 그의 통치기간 동안 보호하였던 꽃이 무성히 자랐다고 한다. 그래서 ‘아네모네’는 ‘안누만(An-Nu’man)’에서 연유했다고 보는 것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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