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꽃말이 ‘날 잊지 말아요’인 관상용의 여러해살이 지치과 물망초는 북아프리카, 서아시아, 유럽이 원산지로 20~50cm정도의 크기이다. 사람들은 물망초의 꽃, 잎, 줄기를 이용하여 요리용으로 많이 쓰는데 꽃은 셀러드를 만들 때는 물론이고 요리의 장식에도 사용한다. 또한 호흡곤란이나 가슴통증에도 약용으로 사용한다. 다섯개의 꽃잎으로 구성된 꽃은 흡사 벗꽃이나 딸기꽃 모양과도 유사한데 색은 백색, 파란색(보라), 하늘색, 분홍색 등이다.

이 꽃이 물망초라 이름이 붙은 데에는 여러 설이 있다.

첫번째는, 아담이 꽃의 이름을 붙였다는 설이다. 그가 에덴 동산에서 살고 있을 때 '튜울립'이나 '패랭이꽃' 등 많은 꽃나무에 이름 붙인 후 꽃들이 이름에 만족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동산을 걷고 있을 때 작은 꽃이 말을 걸어왔다. "내 이름은 없나요?"하고 묻자 그는 “이런 예쁜 꽃의 이름을 빼먹다니?” 탄식을 하면서 "다시는 너를 잊지 않겠다. 너의 이름은 ‘물망초(Forget-me-not)’다”라고 이름을 지어 주었다고 한다. 유사한 독일 전설에서는 신이 꽃들의 이름을 다 지었을 때 작은 식물 하나가 탄식을 하면서 “신이시여, 저도 잊지말아요(forget-me-not)“라고 하자 신이 뉘우치며 “그것이 너의 이름이다”라며 ‘forget-me-not’이 이름이 되었다는 것이다.

두번째는, 독일전설에 따르면 한 소녀와 사랑에 빠진 청년이 그녀와 도나우(다뉴브) 강변을 산책하였다. 그는 강 한 가운데 섬에 핀 아름다운 하늘색 꽃을 보고는 그녀에게 선물해 주고 싶었다. 그래서 섬으로 헤엄을 쳐간 그는 꽃을 꺾었지만 돌아오는 길에 그만 급류에 휩쓸렸다. 그는 급류에 휩쓸려 가면서 필사적으로 꽃을 그녀에게 던져 주면서 외쳤다. “나를 잊지 말아요”란 말 한 마디가 그의 마지막 말이었다. 그녀는 죽은 연인을 생각하며 평생 그 꽃을 가슴에 품고 살았다고 한다.

그 후 그 풀의 이름이 ‘물망초(forget me not)’가 되었다. 이와 유사한 독일 전설을 보면 성주의 딸이면서 마음과 얼굴이 예쁜 벨타와 젊은 미남 기사 루돌프는 서로 사랑하는 사이였다. 하지만 신의 시샘인지 그녀는 불치병에 걸려 오래 살지 못하는 운명이었다. 어느 화창한 봄날 루돌프는 벨타와 다뉴브강을 거닐었다. 이 연인들이 강기슭을 걷다보니 강 맞은편 언덕 낭떠러지에 보라색 꽃 한송이가 피어 있었다.

그녀를 그 아름다운 꽃을 보면서 다음과 같이 중얼거렸다. “아름답고 사랑스러운 저 꽃을 갖고 싶은데 꽃이 너무 슬퍼보이는구나”. 이 말을 들은 그는 그녀를 위해 꽃을 선물하고자 낭떠러지로 가서 꽃을 꺾고 되돌아 오려고 할 때 목의 머플러가 바람에 날아갔다. 그 때문에 그는 발을 헛디뎌서 강에 빠지고 말았다. 그는 급류를 헤치고 나오려 했지만 나올 수 없었다. 그는 마지막으로 그 꽃을 벨타에게 던져 주며 외쳤다. “나를 영원히 잊지 마세요”라고. 그래서 그 꽃 이름이 물망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물망초’는 우리가 영어 ‘forget me not(scorpion-grass)’을 번역한 것인데 어원을 살펴보자. 세 단어가 합성된 영어명은 어려울 것이 없는데 이것은 프랑스어 ‘ne m’oubliez pas’ 혹은 독일어 ‘vergissmeinnicht’를 그대로 영어로 직역을 한 것이다. 이 꽃의 학명은 ‘Myosotis sylvatica’로 이 용어의 어원은 부드럽고 귀여운 잎새귀의 모양 때문에 나왔다. 고대 그리스어 ‘생쥐(mûs/ myos)’와 ‘귀(oûs/ otis)’가 합성된 ‘muosōtis’가 라틴어로 차용이 되어 ‘myosōtis’가 되면서 최종 정착을 했다. 이 단어는 프랑스어에서 속칭 ‘ne m’oubliez pas(물망초)’라 불렸는데 이 의미를 차용하여 영어에서는 1532년에 처음으로 ‘forget-me-not’이라 사용되었고 유사한 이름과 변용이 여러 언어에서 보인다. 물망초의 다른 미국식 이름인 ‘scorpion-grass’는 원래의 학명을 존중한 이름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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