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꽃말이 ‘명예’인 월계수는 남유럽 지중해 연안이 원산지로 녹나무과 상록 교목으로 암수가 다른 나무이다. 우리 나라의 경우 남부지방에 분포하는데 높이가 15m 정도 자라고 짙은 회색의 나무껍질로 가지와 잎이 무성하다. 황색의 꽃은 4~5월에 피며 잎겨드랑이에 달려 있는데 꽃잎은 4개로 이루어졌다. 과일은 타원형으로 10월경에 익는다.

나무 줄기로 만든 월계관을 시저가 개선할 때 사람들이 그의 머리에 씌어 주어 그의 승리를 찬양했다는 일화는 유명한데 잎은 기름을 짜며 말린 잎(bay leaf)은 향기가 좋아서 요리나 차에 향신료로 넣었고 과일은 약용으로 사용한다.

고대 그리스의 상징으로 여겨진 월계수는 (고대)올림픽에서 우승자에게 잎과 줄기로 월계관을 만들어서 씌워 줌으로써 명예를 높이는데 사용했다. 또한 무성한 잎은 좋은 향이 나기 때문에 신성한 기운이 있다고 여겨졌다. 그래서 평소에 악귀를 쫒고 벼락으로부터 사람들을 보호해 주며 먼 여행에서 무사하게 해주는 등 복을 가져다주는 나무로 여겼다.

그리스 신화 속의 월계수를 살펴보자. 태양의 신 아폴로는 어린 큐피드가 자기 활을 가지고 놀고 있는 것을 보자 놀려줄 겸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그 활은 만질 자격이 있는 이가 만지는 것이지 너 같은 애송이가 만지는 것이 아니다. 너는 내 활이나 챙기고 그것은 나에게 넘겨라!”. 그러자 빈정이 상한 큐피드가 대꾸했다. "당신의 화살은 모두 다 관통할 수 있지만 내 것은 당신도 관통할 수 있다”. 그리고 큐피드는 파르나스산에 올라가서 황금으로 된 사랑을 일으키는 화살은 아폴론의 가슴에 쏘았고, 사랑을 거부하고 식게 만드는 납화살은 개울의 신 페네이오스 딸인 요정 다프네를 쏘았다.

다프네는 많은 남자들이 그녀의 사랑을 얻고자 쫒아 다니는 대단한 미모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납화살을 맞은 그녀는 사랑에는 별 관심이 없고 사냥에만 몰두하니 그녀의 아버지는 외손주를 보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반대로 황금 화살을 맞은 아폴로는 그녀에 대한 그리움으로 몸이 후끈 달아올랐다. 그의 눈에는 다프네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고 그녀를 소유하고자 안달이 났다. 그가 가까이 갈수록 그녀는 더 멀리 달아났다.

사랑에 눈이 먼 아폴로가 자기가 제우스의 아들이며 진심으로 사랑해서 쫒아오는 것이라면서 그녀를 쫒아왔지만 그가 싫은 그녀는 끝까지 도망가다 붙잡히자 아버지에게 구원을 요청했다. 그녀는 아폴로에게서 벗어나고자 “땅을 열어 숨겨 주거나 외모를 바꾸어 달라”고 간청했다. 말이 끝나자마자 그녀는 나무로 변하기 시작했는데 머리 카락은 잎으로, 팔은 가지로, 얼굴은 줄기로 그리고 발은 뿌리가 되었다. 그는 비통해 하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당신을 내 아내로 맞을 수 없다면 나의 성수로 만들고 당신을 왕관으로 만들어 쓰겠다.

활통을 당신으로 장식하고 위대한 로마 장군들이 개선 행진을 할 때 그들의 머리를 당신으로 장식하게 하며 영원히 잎을 시들지 않게 해주겠다”. 이후로 다프네가 변한 월계수는 아폴로의 성수가 됨은 물론 시합 우승자, 음악, 글에 뛰어난 사람들에게 월계관을 씌워 주어 영광스런 자리를 빛나게 하는데 항상 같이 했다.

월계수의 어원을 살펴보자. ‘월계수(laurel)’는 라틴어 ‘laurus(월계수)’가 ‘lor’로 변형되어서 고대 프랑스어로 유입되어 ‘lorier’가 되었다. 이 단어가 중세 영어 ‘lorrer’로 유입되어 최종 ‘laurel’로 정착하였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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