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경아의 ‘특별한 당신’]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더니 딱 그 짝이다. “엄마 최고!!!” 굴러다니는 페트병을 주워, 콩밥 안치다 남은 콩 몇 알 넣고, 싹뚝 싹뚝 가위질로 하트모양 오려 붙여주니 장난감 완성! 우리 딸, 신 났다. 궁딩이 실룩 실룩 거리며 노래에 맞춰 흔들어 보기도 하고, 데구르르 굴려가며 잡았다 굴렸다 공놀이를 하기도 한다. ‘마라카스’며 ‘차임볼‘이 뭐 별거겠는가. 흔들 때 소리 나면 ‘마라카스’요 굴릴 때 소리 나면 ‘차임볼’이지. 페트병놀이에 신나 엄지손가락 치켜들며 칭찬하는 딸아이의 웃음소리를 듣고 있자니, 괜스레 어깨가 으쓱하다. 투박하기 그지없는 서툰 솜씨도 어깨 춤 추며 계속 노력하게 하는 칭찬의 마법. 요 맛.. 요 맛에 오늘도 가위를 든다.

‘에듀푸어(Education–Poor:수입에 비해 과다한 교육비 지출로 경제적 어려움을 겪는 계층을 일컫는 말)’가 염려되는 요즘이다. 돌쟁이부터 입시생까지. 아니, 요즘은 취업에도 엄마들의 치맛바람이 거세게 분다하니 ‘베이비 붐’ 세대 지출의 1순위가 ‘자녀뒷바라지’라는 통계결과가 틀린 말이 아닌가 보다. 기저귀도 못 뗀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는 옆 집 훈이네만 봐도 학습교구며 장난감이 집 안 가득이다. 한 두푼도 아니고 몇 십, 몇 백씩 하는 교구세트를 보기 좋게 진열해 놓은 훈이 엄마도 가계부 계산기를 두드릴 때면 한 숨 쉬기는 마찬가지지만, “교육은 때가 있는 거”라며 아이교육용품에 만큼은 구멍 난 지갑을 서슴없이 연다.

앞 동 유림네는 사정이 다르다. ‘엄마표 교구’로 이름난 유림엄마는 오늘도 유림이의 손을 잡고 재활용품의 세계에 빠져있다. 싹뚝 싹뚝 쓱싹 쓱싹. 엄마는 오리고 유림이는 자르고, 외관부터 그럴싸한 교구세트는 없지만 엄마와 유림이의 손때가 묻은 ‘엄마표 교구’들을 가지고 놀다보면 하루가 금세 지나간다. “저희 집에는 시중에 판매되는 장난감이 없어요.” 종이접시로 만든 가방, 물티슈 뚜껑으로 만든 동물맞추기 판, 휴지심으로 만든 망원경, 빨래판으로 만든 악기, 파프리카 꼭지로 만든 도장 등등.. 재활용품 부활의 기적이 날마다 일어나는 유림이네는 장난감이며 교구비 지출이 상대적으로 ‘0원’이다.

‘누구의 교육방식이 옳은가’의 문제는 ‘틀리다’가 아닌 각 가정의 환경과 신념에 따라 ‘다르다’의 문제로 남겨두고, 무엇보다 사랑하는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을 주고 싶어 하는 ‘다 같은 엄마마음’인 두 엄마의 열정과 정성에 박수를 보낸다. 이미 딸아이 엄지손가락 칭찬의 맛을 알아버린 나는, 다음 과제를 엄마표 주방놀이로 정했다. 튼튼한 사과박스와 커다란 온풍기박스를 붙여 주방놀이 뼈대를 만들고, 두꺼운 종이와 우드락을 이용해 지붕을 붙였다. 붙였다 뗐다 여러 번의 시행착오 끝에 제법 엄지칭찬 받을 만한 주방놀이 탄생. “우와~ 엄마 최고!!!” 좋아 하는 딸아이를 보니 오늘도 어깨가 들썩거린다. 이제 또 뭘 만들어볼까? 센스 쟁이 유림엄마의 노트를 들춰봐야겠다.

“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재활용품으로 만드시면 되요. 여기에 아이의 눈높이에 맞춰 꾸며주면 더 좋아하죠. 아이가 좋아하는 캐릭터나 쉽게 꾸미기가 가능한 스티커를 이용해 아이의 흥미를 유발시켜 주세요. 아이가 교구를 충분히 탐색할 수 있게 기다려주고, 호응에 격려해 주세요. 세상에서 제일 좋은 선생님은 엄마랍니다.” 요리하다 버려지는 파프리카 꼭지, 새송이 버섯 끝, 브로콜리 기둥부분을 잘라 스템프에 찍어주니 금세 도장이 완성됐다.

친근한 야채가 여러 가지 모양으로 찍히는것이 신기한지, 고사리 같은 손으로 꼭 잡은 ‘야채도장’을 스템프에 찍어 쾅 쾅! 찍고 웃고 또 찍고, 잘 찍혔나 확인 하고, 누르는 힘에 따라 스템프의 농도가 달라짐을 알아차리는 여유까지~! 신이 난 아이를 보며 도장놀이 다음단계로 인도하는 엄마는 이내 미리 그려놓은 포도송이 그림을 가져온다. 동그란 포도알에 야채도장을 쾅쾅~! 포도송이에 색이 입혀지니 참 탐스럽기도 하다. 놀면서 배우는 특별한 시간. 야채 짜투리가 도장놀이 ‘교구’가 되고, 엄마가 그린 포도송이그림이 ‘학습지’가되니 소 근육 발달과 집중력향상이라는 학습효과는 자연스레 따라 온다. 내일은 유림이가 좋아하는 뽀로로 친구 크롱으로 ‘치카치카놀이’를 할 계획이다. 엊그제 먹은 케이크 받침대를 깔판삼아 녹색펠트로 오려낸 크롱 얼굴을 붙이고, 플라스틱 음료수 뚜껑을 하나 줄맞춰 붙이니 새하얀 이빨을 드러내고 활짝 웃는 크롱, 양치할 준비 끝! 뚝딱 뚝딱 금세 ‘양치교구’ 또 완성이다. 크롱 덕에 내일은 육아 난이도 ‘중’ 단계의 미션, ‘양치질 전쟁’에서 해방 될 듯하다.

세상에서 단 하나 뿐인 ‘엄마표’ 장난감. 아이는 엄마 사랑 가득담긴 자기만의 장난감을 갖게 되니 엄마에게 “최고~!!”, 엄마는 생각보다 잘 따라오며 지혜가 자라나는 아이가 기특해 아이에게 “최고~!!”를 외치며 엄지손가락 치켜드는 이 귀한 시간은,엄마와 아이에게 서로의 칭찬 속에서 웃고 놀고 먹고 배우는 ‘행복’이라는 소중한 선물을 안겨준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며 무엇이든 스폰지처럼 빨아드리는 아이를 보며 매일 반복되는 ‘오늘은 뭐 하고 놀아야 하나?’의 고민. 오늘의 보물, 센스 만점 유림엄마 덕에 이렇게 해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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