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가 바쁘고 시간이 없을 때 그리고 심야에 버스나 지하철이 끊겼을 때 유용하게 이용하는 ‘택시(taxi)’. 요금이 조금 비싸서 자주 이용하기에는 부담이 되지만 꼭 필요한 교통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다.

정치상황에 따른 사람들의 의식을 알고 싶으면 택시를 타보라고 했다. 그만큼 택시는 작은 사랑방 같은 의사소통의 장소이자 많은 사람들의 의견이 모아지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 택시는 어디에서 왔는가? 택시의 어원적 유래는 세 가지이다.

첫번째 위키백과사전의 설을 보자. 뉴욕 택시회사 Harry Nathaniel Allen은 프랑스로부터 뉴욕 택시용으로 600대를 수입하면서 ‘taximeter cabriolet’의 축약형인 ‘taxicab’이란 말을 만들었다. 이 단어의 축약형인 ‘taxi’가 지금 보편화된 것이다. 좀더 자세하게 살펴보자. ‘Taximeter’는 독일어 ‘taxameter’에서 기원한 프랑스어 ‘taximètre’에서 온 말인데 ‘taxameter’는 중세 라틴어 ‘taxa(세금)’와 그리스어 ‘metron(측정하다)’에서온 ‘meter’가 혼합된 말이다. 포장 지붕의 쿠페형 자동차 혹은 말 한 필이 끄는 2륜 포장 마차인 ‘cabriolet’은 라틴어 ‘capreolus(수컷 노루, 야생염소)’가 프랑스어 ‘cabrioler(깡총깡총 뛰다)’, 이탈리아어 ‘capriolare(점프하다)’를 거쳐 정착한 단어이다. 참고로 헤리 알렌은 가장 멀리서 잘 보이는 색이 노란색이라는 것을 알아내고는 그의 택시를 노란색으로 칠한 세계 최초의 사람이다.

두번째 설은, 첫번째 설과 거의 유사하다. ‘택시(taxi)’는 ‘택시미터 캡(taximeter cab : 택시미터가 설치된 승합마차)’에서 축약된 ‘택시캡(taxicab)’에서 왔다는 설이다. 자세한 역사를 살펴보자. 1891년 독일 프리드리히 빌헬름 브룬(Friedrich Wilhelm Gustav Bruhn)은 택시 요금 측정기를 발명하고 ‘taximeter(요금계산기)라 명명했는데 이 말은 ‘taxa(세금)’와 ‘meter(측정)’의 합성어이다. 하지만 아무리 훌륭한 발명품도 그것을 받아들이며 환영하는 쪽이 있고 반대하는 쪽도 있기 마련이다. 이전의 마차 마부들이나 미터기가 달리지 않은 택시 기사들은 손님으로부터 받은 돈의 일부를 주인에게 보고를 하지 않고 챙길 수 있었다. 운행을 못했다고 잡아 때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하지만 정확한 미터기가 나오면 상황이 돌변한다. 그가 발명한 택시 미터기도 처음에는 이익이 줄어 들 것을 염려한 마부들에게는 지탄의 대상이었기에 쉽게 적용되어 사용될 수가 없었다. 세계 최초로 택시미터가 장착된 휘발유차인 ‘Daimler Victoria’는 1897년 Gottlieb Daimler에서 만들었다. 택시미터가 장착된 휘발유차는 1899년 파리, 1903년 런던, 1907년 뉴욕에서 정식으로 운행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1905년부터는 마차를 밀어내고 택시가 대중교통의 왕자로서 올라서게 되었다.

세번째 설은, 독일의 가문 이름에서 유래가 되었다는 설이다. 독일 바이에른 주에는 평소 신성 로마제국을 후원해 오던 지역 유지인 Taxis 후작 가문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정치 세력을 후원하면 떡 고물은 자연스럽게 따라온다. 이 가문은 제국 후원의 대가로 독일 내의 우편사업을 독점하게 되었다. 사업이랍시고 시작을 하다 보니 마차에 남들과 구별 지어줄 그 무엇이 필요하게 되어서 우편마차에 오늘날의 로고 개념으로 가문의 이름인 ‘TAXI’를 붙였는데, 그 로고가 널리 알려지면서 로고명에서 대중교통 승용차인 ‘택시(Taxi)’가 유래되었다는 설이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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