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지난 호에 이어 강의 도중 필자가 받는 질문이 주로 어떤 것이 있는지 좀 더 살펴보자. 이미 언급했던 과자남(?)은 과자를 술, 담배 등 기호품처럼 여긴다고 한다. 해악의 대명사인 음주나 흡연보다 차라리 과자를 먹는 게 낫지 않냐는 지론을 가지고 있다. 핑계를 즐기는 자들의 특징은 자신의 퇴로를 확보하기 위한 방편으로 자신의 선함과 정당함을 악함, 그리고 부당함과 교묘하게 견주는 특성이 있다.

과자를 즐기는 남성이 자신의 습관을 싱싱한 채소를 즐기는 여성과 비교하지 않듯 말이다. 덜 나쁜 것은 좋은 것보다 나쁜 쪽에 가깝다. 이 남성은 특히 옥수수로 만든 작은 고깔 모양의 과자를 즐기는데 자신만의 먹는 방식이 있어 그것들을 열 손가락에 끼운 후 하나씩 빼먹는다고 한다. 양손에 과자를 가득 끼운 채 택배를 받은 적도 있다는 말에 청중들 사이에서 폭소가 터져 나왔다. 빈 방에 들어 앉아 손가락 끝 과자를 빼먹는 40대 덩치남의 모습은 상상이 어렵다.

제2의 천성인 습관처럼 버릇이 굳어 과자를 손에서 놓을 수 없다는 게 그의 고민이다. 나쁜 식습관에 재미적 요소까지 부여한 결과다. 장가를 빨리 가야겠다며 그 남성을 거든 옆자리의 여성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가지고 있다. 60대로 보이는 그 여성은 청중과 흉금 없이 고민을 나눈 남성과 달리 자신을 비만으로 이끈 원인을 좀처럼 털어놓지 않는다. 비만인은 비만의 대표적 원인 두 가지인 잘못된 식습관과 운동 부족을 공통분모처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강의가 끝난 후 강사 대기실에 앉아 휴식을 취하는 필자를 그녀가 찾았다. 그녀의 문제는 다름 아닌 떡이었는데, 봄 쑥을 갈아 넣고 만든 찰떡을 냉동실에 넣어둔 후 전자레인지에 돌려 식사 대용으로 먹는다고 했다. 떡소리만 들으면 흥분하여 입이 떡 벌어지는 떡녀였는데 조, 중, 석식을 모두 떡으로 해결한 적도 있다 한다. 따끈한 찰떡과 뜨겁게 덥힌 우유만 있다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는 그녀다.

꽁꽁 언 떡을 레인지에 녹이면 떡이 녹으며 접시에 달라붙는데 이것을 포크로 휘감아 갈비처럼 뜯어 먹는다 한다. 떡이라는 단어를 언급할 때마다 그녀의 얼굴에 형언키 어려움 행복감이 피어남을 느낄 수 있었다. 인간이 추구하는 원초적 쾌락의 순위에 식탐은 결코 밀림이 없다. 자신이 탐닉하는 음식을 최적의 상태로 만들어 누구의 훼방도 받지 않는 공간에서 입에 넣었을 때 그 음식이 주는 질감과 그것을 통해 받는 행복감은 당사자 외 상상하기 힘들 것이다.

음식이 혀에 닿는 촉감은 온몸의 신경계를 깨워 먹는 자 자신의 존재감을 느끼게 할 정도니 맛있는 음식의 힘은 인간을 위대(?)하게 만든다. TV 먹방에서 원하는 햄버거 브랜드는 “가까운 거”며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라는 명언이 탄생하기도 한다. “먹고자 하면 먹을 것이요, 못 먹고자 하면 못 먹을 것이다”라는 결기로 음식을 먹으면 위장의 용적도 더 높일 수 있다며 호기롭게 식욕을 불사르기도 한다.

개개인이 각자가 좋아하는 음식에 갖는 충성도는 대단히 높은 편이다. 떡을 좋아하는 여성은 떡이 우리 고유의 전통 음식이라는 측면, 과자를 좋아하는 남성은 기업이 대중을 상대로 만들었으니 까다로운 검증을 거치지 않았겠나 하는 측면을 강조한다. 기호는 독특한 향기나 맛이 있어 즐기고 좋아한다는 사전적 정의를 갖는다. 문제는 잔치 때나 맛보던 떡, 또는 심심풀이 군것질로 치부되던 과자 따위의 기호성 식품들이 희소성을 상실해 상시 음용이 가능해졌다는 데 있다.

여성은 떡을 한 말씩 뽑아 냉동 보관함으로써 장기 저장성을 확보했으며 남성은 거주지 옆에 24시간 편의점을 두고 자신의 간식을 상시 보관(?)하고 있다. 다음 호에 베지테리안을 자처하는 또 한 명의 남성이 등장할 예정인데 그 역시 뱃살을 줄이고 싶어한다. 육식을 전혀 하지 않는 그의 문제는 과연 뭔지 다음 호에 살펴보자.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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