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병규 변호사의 법(法)이야기] 임대차, 특히 상가임대차와 관련하여 임대인과 임차인간의 분쟁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임대차가 종료된 경우,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인데, 만일 임대인이 보증금을 공탁했음에도 임차인이 가게를 점유하고 있다면 임대인은 임차인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요?

임대차계약이 끝나고 임대인이 보증금을 적법하게 공탁변제했는데도 임차인이 임대차 목적물인 부동산에 물건을 놔둔 채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에 해당해 손해배상책임을 져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와서, 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A학원은 2015년 8월 부터 2017년 7월 까지 OO 건물 내 식당을 B사에 임대했습니다.

임대기간 만료 4개월 전인 2017년 3월 A학원은 B사에 임대차계약을 종료할 예정이라고 통지한 다음 같은 해 6~7월 임대차계약에 따른 원상회복을 요구했습니다. 그러면서 A학원은 2017년 8월 법원에 B사를 피공탁자로 한 뒤 임대차보증금에서 연체차임을 공제한 1억여원을 공탁했습니다.

하지만 B사는 임대차기간이 만료된 이후에도 식탁이나 집기류 등 장비를 둔 상태로 식당을 계속 점유했습니다. 이에 A학원 B사를 상대로 건물명도 등 소송을 제기하였습니다.

B사는 2017년 12월 A학원이 법원에서 "B사는 A학원에 식당을 인도하라"는 취지의 가처분 결정을 받은 뒤에야 이 식당을 인도했습니다.

1,2심 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임대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더라도 본래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않아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않은 경우에는 그로 인해 임대인에게 어떠한 손해가 발생하였다 하더라도 임차인의 부당이득반환의무는 성립하지 않는다"고 보아,

"B사는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부착하고 식탁 등 장비를 둔 상태로 식당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 인정돼 본래 목적에 따라 이 식당을 사용·수익했다고 볼 수 없다"며 식당을 A학원에 인도할 의무는 인정했지만, 손해배상책임은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민사3부는 A학원이 B사를 상대로 낸 건물명도소송(2019다252042)에서 원고일부승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수원지법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재판부는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다. 임차인이 그러한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했음에도 목적물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서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어 "A학원이 임대차계약 종료 후 연체차임을 공제한 임대차보증금을 적법하게 변제공탁했다면, B사는 식당을 인도할 의무에 대해 임대차보증금 반환과의 동시이행을 주장할 수 없다. B사가 식당을 점유할 적법한 권원이 없는 한 변제공탁의 통지를 받은 다음부터 식당을 인도할 때까지 적어도 과실에 의한 불법점유를 한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러면서 "원심은 A학원의 적법한 변제공탁으로 B사가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했는지, 변제 공탁이 통지된 때가 언제인지, B사가 식당을 점유할 적법한 권원이 있는지 등을 심리해 불법점유 여부를 판단했어야 한다"며 사건을 파기환송했습니다.

논의의 핵심은 임차인이 임대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였지만 본래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않은 경우에 과연 임차인의 책임이 인정되느냐 입니다. 이 사건의 경우 B사는 유치권을 행사한다는 취지의 안내문을 부착하고 식탁 등 장비를 둔 상태로 식당 영업을 중단한 사실이 인정돼 본래 목적에 따라 이 사건 식당을 사용·수익했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1,2심 법원은 임차인이 임대차계약이 종료된 이후에 임대차목적물을 계속 점유하더라도 본래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않아 실질적인 이득을 얻지 않은 경우에는 부당이득반환의무가 없고, 나아가 손해배상책임도 없다고 보아, B사의 부당이득반환 및 손해배상책임을 부정하였습니다.

반면에 대법원은 임차인의 목적물반환의무와 임대인의 보증금반환의무는 동시이행관계인데, 임차인이 그러한 동시이행항변권을 상실했음에도 목적물의 반환을 계속 거부하면서 점유하고 있다면 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보아 B사의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사안의 경우 B사가 본래 정한 목적에 따라 사용,수익하지 않았기에 B사의 부당이득책임이 부정됨이 맞지만, 손해배상의 측면에서 대법원의 태도는 타당하다고 판단됩니다.

▲ 박병규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박병규 변호사]
서울대학교 졸업
제47회 사법시험 합격, 제37기 사법연수원 수료
굿옥션 고문변호사
현대해상화재보험 고문변호사
대한자산관리실무학회 부회장
대한행정사협회 고문변호사
서울법률학원 대표
현) 법무법인 이로(박병규&Partners) 대표변호사, 변리사, 세무사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저서 : 채권실무총론(상, 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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