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조연수의 뮤직톡톡] 대중들은 위대했던 음악가들 이름 앞에 수식어를 붙여 말하는 것을 좋아한다. 음악의 아버지, 어머니를 비롯하여 음악의 신동, 음악의 성인, 건반위의 마법사, 피아노의 시인, 가곡의 왕 등으로 위대한 예술가에 대한 호의와 존경을 담은 별칭을 부르는 것이다.

하지만 바이올린 하나로 관객을 웃다가 울게 했고, 천국에서 지옥으로 데려갔으며, 현실세계에서 마법의 세계를 경험하게 하는 탁월한 능력을 가진 니콜로 파가니니(1782~1840)에게 붙여진 수식어는 다름 아닌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무대에 등장하는 그의 기이한 외모에 조롱과 비웃음을 보내다가도 그의 음악이 시작되는 순간 모든 사람은 그의 포로가 되어 마음을 온통 빼앗겼고, 연주가 끝나면 그 격정적 감정에 사로잡혀, 실신하고 고함치고 환호와 박수를 보냈으며, 다시 그 시간들이 믿기지 않아 악마의 조종을 받는다거나, 연인을 살해하고 그 창자로 바이올린 줄을 만들었다는 등의 의심과 소문을 만들어 냈다고 한다.

▲ 니콜로 파가니니(Niccolò Paganini, 1782년~1840년)는 이탈리아 제노바 출신의 바이올린 연주가, 작곡가이다.

도대체 그의 바이올린소리는 어떤 소리였을까. 파가니니는 어려서부터 큰 바이올린으로 연습했던 탓에 바이올린을 든 팔을 몸에 닿을 정도로 축 늘어뜨리는 등 독특한 자세를 취했었다. 또 그에 연주법은 연주불가 판정을 받을 정도의 까다롭거나 괴상한 주법들이 많았으며 즉흥연주의 달인이었다고 한다. 그는 바이올린하나로 오케스트라를 연상할 정도의 소리를 낼 수 있었고 바이올린 G현 한 줄로 연주하여도 네 줄 전체로 연주하는 것과 다를 바 없었다고 한다. 또 바이올린으로 동물소리나 사물의 소리를 묘사하고, 활 대신 나뭇가지로 연주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퍼포먼스를 하기도 했는데 그것은 경박하다거나 악마를 떠올리게 되는 원인이 된 것이었지만 오히려 그의 인기를 부채질하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의 대화하는 듯한 표현법은 듣는 이들을 경탄케 하는 이유가 되었던 것 같다.

이 기발한 천재의 곡 중에는 우리에게 익숙한 곡들도 많이 있다. 파가니니 바이올린 협주곡 2번 b minor 3악장 La campanella 는 종소리를 묘사한 음악인데, 이미 우리에게도 익숙하다. 또한 파가니니의 연주에 깊은 인상을 받고, 크게 자극받았던 리스트가 피아노곡으로 편곡한 La campanella 도 피아노를 배운 사람이라면 꼭 연주하기를 바라고, 드라마에도 자주 등장하는 명곡이다.

1995년에 sbs에서 방영하였던 드라마 ‘모래시계’는 방영시간이 되면 거리가 한산해질정도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던 드라마로 그해 각 부문의 연기상, 예술상을 휩쓸었던 드라마였는데, 그 쓸쓸한 ost도 긴 여운을 남기고 있다. 러시아음악인 메인테마 백학과 더불어 혜린의 테마 역시 그 애잔한 멜로디로 드라마의 분위기를 한껏 살려준다. 드라마 전체에서 여러 가지 편곡으로 이 멜로디가 사용되는데 바로 파가니니의 violin& guitar sonata no 6 의 멜로디이다.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시간을 뛰어넘어 오늘날에도 우리의 호기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파가니니의 이야기는 영화인들이 탐낼만한 소재이기도 한 것 같다. 이미 두 편의 영화가 개봉 되었는데 1989년 클라우스 킨스키가 기획하고 연출했으며 주연까지 맡았던 영화 ‘파가니니’ 와 2014년 버나드 로즈감독과 모델이며 바이올리니스트인 데이비드 가렛이 호흡을 맞춘 ‘악마의 바이올리니스트 파가니니’ 다음 글에서는 영화 속 파가니니와 역사 속 파가니니의 이야기를 비교해보며 계속 이어가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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