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징크스는 개인이나 집단과 특정한 일이 인연이 되어서 오랜 시간에 걸쳐서 계속해 그들에게 좋은일(?) 혹은 나쁜일이 일어나기에 특정 현상과 기분나쁘고 불길한 현상이 인과관계가 있다고 개인이나 집단이 믿는 것이다. 특히 나쁜쪽과 연관을 짓는 일이 많다 보니 사전적 의미는 재수없는 것, 불길한 것, 불운 등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유사한 일이 반복되면 그 일과 징크스가 있다고 여겨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한다. 특히 운동선수들은 이 현상을 신봉(?)하는데 야구선수들에게 심하다. 경기가 있는 날 면도를 안하거나, 특정 배트를 사용하거나 특정 팬티를 입거나 뒤집어 입으면 경기가 잘풀린다는 식이다. 그러한 믿음 때문에 좋은 결과가 생기다 보니 계속 반복하는 것이다. 즉 우연이 졸지에 필연이 되어 버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징크스(jinx)는 어디에서 온 말일까? 징크스의 어원에 대해서는 두가지 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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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번째 설은, 영국에서는 개미잡이새(Wryneck bird, 딱다구리과)’로 불리는 고대 그리스의 흉조인 Junx(Jynx)가 징크스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이 새는 평소에도 뱀처럼 경계태세로 목을 180도 비트는 버릇이 있는데 암 수가 서로 구애를 할 때도 서로 마주보며 머리를 흔들고 분홍빛 목젖이 보일 정도로 입을 벌리는 구애행동을 한다고 한다. 그래서 고대 그리스 시대에는 이 새를 마법이나 마술 또는 점 등에 연관시켰다고 한다.

두번째 설은, 미국의 언어 연구가 Barry Popik의 주장에 의한 것이다. 그는 징크스(Jinx)가 “Captain Jinxs of the Horse Marines"라는 노래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이다. 이 노래는 1868년 William Lingard가 작사했는데 내용은 기병대 대위 징크스가 훈련만 나가면 불길한 일이 생기다보니 군에서 불명예 제대를 했다는 것이다. 불운한 징크스 대위 이야기에서 발전하여 음악과 소설 등에서 확대 재생산되어 쓰이다 보니 그 의미가 스포츠 슬랭으로 정착을 해서 보편화되었다는 설이다. 이 용어는 1910년 미국의 Allen Sangree의 저서 "The Jinx : Stories of The Diamond"에서 "징크스는 직업 야구선수에게는 불운을 가져오는 어떤 것이다"고 말했고 이 말이 널리 퍼지면서  미국 표준영어로 널리 사용되기 시작했다.

어원적인 발달을 보면 고대 그리스어 ‘junx(흉조)’가 라틴어 ‘Jynx’로 변화되었고 최종 영어 ‘Jinx(징크스)’로 정착을 하였다.

참고로 미국 프로 야구의 징크스와 연관된 유명한 저주가 두 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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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하나는 ‘밤비노의 저주(Curse of the Bambino)’이다. 이것은 보스턴 레드 삭스가 베이브 루스를 1920년에 뉴욕 양키스로 내보낸 후 월드시리즈에서 수십년 동안 우승을 못했기에 생겨난 말이다. 그를 내보내고 총 5회 우승했던 팀이 우승과는 거리가 멀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그를 받아들인 뉴욕 양키스는 홈런왕으로 대 활약을 하는 그 덕분에 우승을 도맡아하면서 미국 최고의 명문구단이 되었다. 이 두 팀의 운명이 뒤바뀌어서 수십년 지속이 되자 언론에서 보스톤 레드 삭스의 우승이 없는 것을 ‘밤비노의 저주’라 칭하면서 회자되었다. 그렇지만 보스톤은 2004년 커트 실링의 핏빛 스타킹의 역투를 발판삼아서 마침내 86년만에 우승하면서 저주로부터 벗어났다. ‘밤비노(Bambino)’는 이태리어로 갓난 아기를 뜻하는데 영어의 ‘babe(애기)’와 같은 의미이다. 이 애칭은 베이브 루스(Babe Ruth, 본명 George Herman Ruth)의 예명인 ‘베이브’를 ‘밤비노’라 한것에서 유래가 된 것이다.

두번째가 염소의 저주이다. 시키고 컵스는 1906~1910년까지 월드시리즈에서 두번 우승하는 강팀이었으나 1918년 월드시리즈 진출 이후 1929년부터 3년간격으로 네번동안 월드시리즈에 진출했지만 모두 패했다. 그러다 1945년에 드디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게 되는데 이때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와 4차전에서 역사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4차전에 리글리 필드에 컵스의 팬인 그리스 아르카디아 출신 이민자인 빌리 시아니스(Billy Sianis)가 염소 Murphy를 데리고 온다. 그는 자신과 염소를 위해 티켓 두장을 사서 그 경기를 보던 중에 컵스의 구단주 P.K. Wrigley로부터 “염소가 악취를 풍기니 경기장에서 나가라”는 통보를 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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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속 염소와 경기를 보겠다고 우기다가 쫒겨가면서 “컵스는 더 이상 이기지 못할 것이며 리글리 필드에 염소가 허용되지 않는 한 절대로 월드시리즈에서 우승하지 못할 것이다”라며 폭언을 퍼붓는다.  이 사건이 바로 ‘염소의 저주’이다. 그래서인지 이 4차전에선 컵스가 져서 최종적으로 컵스는 3 : 4로 디트로이트에게 패했다. 이후 1983년 7월 4일 빌리 시아니스의 손자인 샘 시아니스가 빌리 염소의 7대손 염소와 함께 리무진과 붉은 카펫을 동반, "모든 것이 용서됐다. 빌리고트여, 나로 하여금 컵스를 페넌트 경기를 우승하게 하소서"라고 저주를 풀며 리글리에 입장하려 했으나 또 저지되고 말았다. 컵스의 팬들은 저주가 존재한다고 믿는데 실제로 1969년에는 검은 고양이 때문에, 1984년에는 1루 실책으로, 1998년에는 좌익수의 실책으로 월드시리즈 진출에 실패했다. 그 저주는 계속되어서 컵스는 전력이 강할 때에도 우승은 물론이고 월드시리즈 진출도 못했다. 하지만 2016년 마침내 클리브랜드 인디언스를 4승 3패로 물리치고 108년 만에 우승을 맛보면서 염소의 저주에서 벗어났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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