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조민수의 사이다] 작년 12월 구글은 학술지 <네이처>에 현존하는 가장 강력한 슈퍼컴퓨터(IBM 서밋)에서 약 1만년이 걸리는 연산을 단 200초만에 해결하는 양자컴퓨터 기술을 구현했다는 논문을 실었습니다. 처음으로 ‘양자 우월성(Quantum Supremacy)’에 도달한 것인데, 양자 우월성은 양자 컴퓨터가 최고의 슈퍼 컴퓨터를 능가하는 지점을 일컫는 말입니다.

양자 우월성 도달은 꿈의 기술로 거론되던 양자 컴퓨터의 출현이 임박했음을 나타내는 것인데 구글만이 아니라, IBM과 인텔 등도 양자컴퓨터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 수준에서 실용적 양자컴퓨터가 등장하려면 십년 이상의 상당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과학기술 전문지 <뉴 사이언티스트>는 지난 28일 양자 컴퓨팅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에 대한 조망을 기사로 다뤘습니다. 매사추세츠공대 교수 윌 올리버는 양자 우월성 도달을 라이트형제의 비행 성공에 비교하면서 라이트형제의 비행 성공 실험이 곧바로 항공 여행의 대중화로 나타나지 않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의 연구개발과 상품화를 가능하게 만들어 마침내 인류가 하늘을 이동공간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양자(Quantum)이라는 단어 또는 개념은 양자역학(Quantum Mechanics)이라 하는 현대 물리학에서 탄생한 것입니다. 현대 물리학은 바로 우주를 구성하는 모든 에너지 또는 물질이 연속적인 상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불연속적인 조합이라고 믿고 있는데 우주는 에너지나 물질을 이루는 기본 단위들의 정수배로 구성되어 있다는 의미입니다. 이때 그 기본 단위를 양자(Quantum)라 하는데, 이는 특정 입자의 이름이 아니라 에너지의 상호작용의 단위를 통칭하는 것입니다.

미세화로 전자의 양자역학적 특성이 점점 강해져, 현재의 반도체 기술 향상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지금까지는 양자역학적 특성을 억제하는 방식이 반도체 기술 개발의 초점이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오히려 양자 역학적 특성을 활용한 새로운 기술 패러다임이 필요해졌습니다.

컴퓨터가 발전한다는 것은 보다 많은 정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트랜지스터가 필요하게 됩니다. 이를 위해 일정 공간에 더 많은 트랜지스터를 집적(Integrate)해야 했고, 이것이 반도체와 컴퓨터 기술의 발전을 이끌어온 핵심 줄기입니다.

트랜지스터의 크기가 작아지면서 컴퓨터의 성능은 비약적 발전을 하게 됐지만, 트랜지스터의 소형화는 이제 양자역학적 한계에 부딪치기 시작하고 있고, 트랜지스터 회로의 선폭이 한계 수준 이하로 가늘어지게 되면서, 회로 내에 있어야 될 전자들이 회로 밖으로 빠져나가 버리는 터널링 효과가 발생하게 됐습니다. 이는 전자가 입자이면서 동시에 파동이라는 양자역학적 성질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터널링 효과로 트랜지스터에 담겨 있는 정보는 신뢰성을 잃게 되고, 반도체 회로는 정확한 연산을 수행할 수 없게 되는 것입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이 양자 컴퓨터 기술입니다.

양자 컴퓨터는 정보의 기본 단위로 큐비트(Qubit)를 사용합니다. 비트는 0과 1 중 하나를 표현할 수 있지만, 큐비트는 0과 1의 중첩 상태(a|0>+b|1>)를 표현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큐비트 한 개는 두 가지 상태를, 큐비트 두 개는 네 가지 상태를 담을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서, N개의 큐비트는 2N 가지 상태를 동시에 중첩하여 표현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2015년 말 구글은 D-Wave Two를 테스트한 결과 특정 연산(퀀텀 몬테카를로 알고리즘으로 알려져 있음)에 있어 기존 싱글코어 컴퓨터보다 약 1억 배 빠르다는 결과를 공식 발표했습니다. 1억 배 빠르다는 것은 기존 컴퓨터로 12.7년 걸리는 계산 문제를 단 4초 만에 풀어낸다는 의미가 됩니다.

미국은 2008년 국가양자정보과학비전 수립하고 IARPA, DARPA, NSF 등의 다양한 R&D 프로그램 지원하고 있으며 EU는 2016년 중장기 연구개발 프로젝트 Quantum Manifesto (10억 유로/10년) 발표하고 있으며 중국은 2017년 국립 양자정보과학 연구소 설립 추진(약 13조 원 규모)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는 ETRI가 2005년 양자암호통신을 국내에서 처음 시험했고, 일부 대학이나 연구소 등이 개별적으로 연구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직 초기 단계이고 선두업체와는 상당한 차이가 나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까운 미래에 양자 컴퓨터가 현존 기술로는 풀어내기 어려운 시뮬레이션과 빅데이터, 인공지능, 신약 및 신소재 개발, 우주탐사, 양자통신, 금융보안 등에 있어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술적 진보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작권자 © 미디어파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