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백남우의 근현대문화유산이야기 : 삼일로 창고극장] 쇼핑의 메카 명동, 명동성당이 보이는 삼일로 대로를 따라 퇴계로 방면으로 가다 보면 나지막한 언덕길 하나를 만나볼 수 있다. 그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언덕 위에 소극장 하나가 지나는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우리 연극계의 보물 같은 이야기들이 스며있는 곳이다.

바로 대학로 연극시대를 열기 전, 연극의 중심지였던 명동을 40년 동안 지키고 있는 최장수 소극장, 삼일로 창고극장이다.

삼일로 창고극장은 1975년 명동성당 인근의 2층 가정집을 개조해 ‘에저또 창고극장’이란 이름으로 처음 개관되었다. 이곳은 추송웅, 박정자, 전무송, 최종원, 유인촌, 명계남 등 수많은 명배우들을 비롯해서 연출가, 예술인들을 배출시킨 한국 공연 예술사(史)에 중요한 의미를 갖는 극장이다.

배우 추송웅을 널리 알리며 모노드라마 붐을 일으켰던 ‘빠알간 피이터의 고백’, 연출가 오태석의 ‘고도를 기다리며’, 한국 연극계의 대들보 같은 연극인들이 일구고 지켜온 삼일로 창고극장은 연극계의 신화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빠알간 피이터의 고백’은 추송웅 혼자 제작, 기획, 연출, 장치, 연기까지 1인 5역을 해낸 1인극으로 무대 데뷔 15년 자축공연이었다. 이 연극이 객석 1백30석도 안되는 삼일로 창고극장 무대에 올려지자 첫날부터 관객이 장사진을 이루어 개막 3시간 전부터 만원, 되돌아가는 관객이 입장객보다 많은 이변을 낳기도 하였다. 삼일로 창고극장보다 앞서 명동에 ‘카페 띠아르뜨’라는 카페 영업도 하고 공연도 하는 아주 작은 공간도 있긴 했지만 삼일로 창고극장은 극장 형식을 갖춘 최초의 민간 소극장이다.

남산예술센터, 명동예술극장과 함께 연극의 중심지 명동의 구심지 역할을 했던 삼일로 창고극장은 명동이 상업지로 변모하며 작은 소극장 역시 연극의 중심지에서 벗어나게 된다. 1980년대 대학로에 많은 소극장들이 생기면서 연극의 명동시대도 퇴색하게 된 것이다.

결국 지난 40년 전 정치적으로 암울했던 시대, 젊은 연극인들의 실험적인 작품을 선보이며 연극인들과 관객 모두에게 문화 해방구로 등장한 소극장은 재정난으로 개관된 지 1년여 만에 폐관 위기에 직면하기도 하였고, 서울시의 공원화 계획으로 존폐 위기에 놓이기도 했지만 문화 예술인들과 국고지원으로 회생된 역사를 가지고 있는 곳이기도 하다.

명동만의 문화 속에서 국내 최초의 소극장으로 한해 한해 넘어온 삼일로 창고극장.
서울 도심의 예술과 문화를 상징하며 추억을 간직해온 삼일로 소극장이 2016년까지만 공연하고 또다시 문을 닫는다는 소식에, 이 곳 공연을 보러 왔던 관객들은 배우들의 체취가 아직도 구석구석 남아있는 이곳을 그리워하며 서운함을 금치 못하고 있다.

창작콘텐츠, 순수 예술의 활성화를 기대해보지만 상업화된 대형 공연에 밀려 점차 그 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삼일로 창고극장은 우리 문화 예술계의 슬픈 자화상이다. 

<삼일로창고극장 편> 프로그램 다시보기 : http://tvcast.naver.com/v/72706

tbs TV에서는 서울 일대에 남았거나 변형된 근현대문화유산을 주제로 서울의 역사․문화적 의미와 가치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으로 제작하고 있으며, 프로그램은 네이버 TV(http://tv.naver.com/seoultime), 유튜브(검색어: 영상기록 시간을 품다) 또는 tbs 홈페이지에서 다시 볼 수 있다.

▲ tbs 백남우 영상콘텐츠부장

[수상 약력]
2013 미디어어워드 유료방송콘텐츠 다큐멘터리 부문 우수상 수상
2014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PP작품상 수상
2015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지역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2016 케이블TV협회 방송대상 기획부문 대상 수상
2019 한국방송촬영감독연합회 그리메상 다큐멘터리부문 우수작품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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