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인류는 오랜 기간 남성은 수렵을, 여성은 채집을 하며 생존해 왔다. 오랜 생활의 습성이 우리의 유전자에 내재하여 현재의 우리 행동을 지배한다는 사실은 무척 흥미롭고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 말은 우리에게 적합한 식습관이나 행동양식은 이미 정해져 있지만, 그것을 제대로 지키지 못하므로 여러 건강상의 불이익이 발생한다는 논리로 이어진다.

재미있는 예를 몇 가지 들어보자. 여성과 함께 마트에 간 남성은 장 보는 일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 작살로 물고기를 잡거나 멧돼지의 멱을 따던 사냥꾼들이 장바구니를 들고 채집 행위를 하는 것이 유전적 형질에 어울리지 않는 탓이다. 오죽하면 외국의 한 대형할인매장은 여성들의 느긋한 채집(?) 행위를 위하여 남성을 보관해주는 휴게실도 있다 한다.

어쩔 수 없이 동행하여 지루해하는 남자들을 가둬 모아두니 매출이 늘었음은 물론이다. 남성들이 휴게실에서 담배를 피우며 신문을 뒤적일때 여성들은 신이 난다. 음식을 구하기 위해 산이나 들을 헤맬 일이 없는 현대 여성들의 채집 유전자가 살아나는 곳이 대형할인매장이다. 풀뿌리, 열매, 작은 새의 알 등, 채집하던 모든 것들이 일목요연하게 보관돼 있으니 모처럼 유전자가 살아난 여성들은 지겨운 기색 없이 카트를 끌고 다닌다.

이와 같은 행태는 봄나들이를 떠난 여성에게도 관찰된다. 상춘객을 태운 관광버스가 용무가 급한 사람들 때문에 도로변에 차를 세웠다 치자. 잠시 후 버스에 오르는 여성들의 손에는 그새 뜯어낸 산나물들이 쥐어져 있다. 채집을 위해 망태기를 메고 다니던 여성들의 본능은 21세기에도 과도하게 큰 가방을 들고 다니는 습성으로 이어진다. 남성에게는 보기 드문, 여성에게만 관찰되는 채집 유전자 탓이다.

마트에 간 남성도 활어회 코너에서는 본능이 살아난다. 뛰는 물고기를 보자 잠재된 사냥꾼의 본능이 되살아난 것이다. 비록 돈을 지불하긴 했지만, 사냥에 성공한 수렵인은 그때부터 집으로 갈 생각뿐이다. 동굴에서 굶으며 자기를 기다릴 여자와 아이들을 머릿속에 떠올리기 때문이다. 물고기 사냥으로 식구들의 끼니를 해결한 기특한 남성은 잠들 때도 안방의 문 쪽을 고집한다. 동굴생활 당시의 습성 때문인데 혹 있을지 모를 맹수의 위협으로부터 가족들을 보호하기 위함이다.

혹자는 안방의 문 쪽에서 잠들려는 남성들의 습성이 아내의 손길을 피해 빨리 달아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너스레를 떨기도 한다. 남성이 우렁차게 코 고는 소리는 타종족 또는 맹수를 쫓으려는 경고성 메시지다. 잠든 남성에게 "'딱" 하며 부러지는 나뭇가지 소리를 들려주면 무척 예민하게 반응하는데 숨죽이고 다가오는 적이나 짐승의 발자국 소리로 인식하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다. 동굴에서 밤새 흙먼지를 마시며 잠을 잤으니 목이 탈 것이다. 샘 가에 모이는 작은 동물들을 노리는 사냥꾼은 우선 물로 허기진 배를 채웠을 것으로 생각된다. 

아침 공복의 물 한잔이 우리에게 유용한 이유다. 지구 위 생명의 기원은 40억 년이며 인간의 출현은 약 250~400만 년 전쯤으로 추측된다. 올바른 섭생은 아주 오래전에 형성된 유전자가 지시하는 것을 따르며 사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기름과 소금, 정제된 설탕이나 탄수화물, 조미료 등 타고난 맞춤 식생활에서 크게 벗어난 모습으로 살아가고 있다. 건강에 좋은 음식은 조리법이 간단한 식품이므로 위에 열거한 것들은 우리의 몸을 해치거나 음식의 섭취를 늘려 몸을 불리는 첨가물일 뿐이다.

인간은 유전자가 지시하는 원래의 식생활을 실천하면 얼마든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다. 음식에 관한 한 우리의 자유의지는 중요하지 않다. 인간은 유전자의 지배를 받으며 정해진 음식을 기계적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에 불과하다. 웬 괴변이냐며 필자에게 돌을 던져도 어쩔 수 없다. 자동차와 마찬가지로 인간의 연료도 이미 정해져 있는 걸 난들 어쩌겠나.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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