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박창희의 건강한 삶을 위해] 며칠 전 필자의 생일이 있었다. 나이 먹는 게 축하할 일은 아니지만, 그냥 보낼 재간이 없어 처가 식구들을 불렀다. 누군가 사온 케이크를 보자 다시 마음이 불편해진다. 시베리아 동토에서 온 듯 얼어있는 고급 케이크인데 몇만 원은 족히 돼 보인다. 다들 어려운 데 없어도 되는 저따위는 뭐하러 어쩌고 하려니 벌써 아내가 필자를 꼬집는다. 돌덩이 같은 케이크를 나누기 위해 처남은 부엌에 들어가 칼을 들고 나온다.

정육점에 가서 육절기 빌려오느냐는 매형의 농담에 처남은 전기톱 없느냐며 응수한다. 필자의 40대 마지막 생일엔 와인의 코르크 마개를 병 안으로 밀어 넣는 대형(?)사고를 친 처남이다. 와인 따개가 없어 나사를 돌려 박고 펜치로 잡아채다 생긴 일인데 덕분에 참석자들은 와인을 마신 후 코르크 파편을 뱉아 내거나 이 틈새에서 빼내야 했다. 올해 역시 변함없이 배불리 먹고, 마시며, 촛불 켜고 노래하는 생일이 이어진다.

잠시 후 잔뜩 배부른 이들에게 촛농이 떨어지고 침이 튄 설탕 덩어리를 돌리는데 일부는 먹고 일부는 남긴다. 처제의 두 살배기 아기는 입으로 가져가기도 하고 얼굴에 바르기도 한다. 장모님은 축하의 의미니까 남김없이 먹자고 하는 데 그 순간 필자의 머리에 떠오른 것이 있다. 학습하지 않았으나 일상에서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하는 행동을 지양해야 한다는 거다. 우리의 주위에 무수히 많은데 긍정적인 것이 별로 없다.

이를테면 고기를 먹고 냉면을 먹거나, 햄버거를 먹고 콜라를 마시는 행위 등이다. 또는 라면을 먹고 찬밥을 말아먹거나 자장면을 먹고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것도 마찬가지다. 음주 후 해장, 치킨에 맥주 등이 모두 해당 되는데, 대부분 고열량 식사 후 다시 열량을 추가하는 행위들이다. 생일잔치를 벌인 후 케이크로 마무리하는 습관 역시 같은 맥락인데 우리 몸엔 거의 재앙이다. 높아진 혈당을 치솟게 하여 인슐린의 생성 속도를 높이는데 이때 췌장의 베타세포가 망가진다. 기계로 따지자면 불이 붙어 폭발 직전인 자동차에 휘발유를 끼얹는 행위로 볼 수 있다.

생일을 맞은 아이를 축하하던 중세 독일의 전통이 한국인의 비만과 당뇨를 부추기는 셈이다.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특정 음식끼리 짝을 짓는 입맛 차원의 연결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하다. 살찌는 입맛을 가진 사람들에겐 어떤 음식을 먹은 후엔 꼭 어떤 음식을 먹어야 한다는 공식이 넘친다. 입맛 궁합에야 맞겠지만, 건강이나 비만해소 차원에서 들여다보면 이로운 구석이 전혀 없다. 우리의 입맛이 특정 음식에 길들여 지면 그렇지 못한 음식에 대한 편견과 거부가 커진다.

어린이의 입맛을 예로 들어보자. 아이들은 어른이 집어주는 채소 한 점 조차 달갑게 여기지 않는다. 익숙하지 않은 맛의 음식을 접한 어린이는 곤혹스러운 표정으로 겨우 씹는 시늉을 한다. 이내 약을 먹듯이 물과 함께 삼켜버리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입맛 겁쟁이는 성인이 되었다고 달라지는 것이 아니다. 우리 몸이 따라야 할 섭생의 원칙은 간단하다. 매일 먹는 식사가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잘 새겨 쾌락만을 추구하는 식습관을 버려야 한다.

우리의 몸이 장구한 세월을 변화하며 적응해 왔듯이 분명 우리의 유전자에 적합한 음식이 있다. 인간뿐 아니라 모든 생물은 유전적으로 각자에게 적합한 음식이 결정되어 태어나는 것이다. 초식 동물인 소에게 생리적으로 맞지 않는 곡물이나 육류를 먹여 막대한 양의 젖을 짜내지만 결국 소들은 미쳐가지 않는가.

모두 돌아간 후 뒷 정리를 하는데 케이크 덕분에 접시, 포크 등 설거지도 순식간에 늘었다. 케이크 조각이 달라붙은 기름진 접시는 세척도 힘이 든다. 몇만 원 순식간에 날리고, 일거리는 늘고. 혼자 투덜거리는 소리를 아내는 들었을 테지만 대꾸가 없다. 나이먹어도 변함이 없는 남편의 잔소리에 지친 탓 일 거다.

▲ 박창희 다이어트 명강사

[다이어트 명강사 박창희]
한양대학교 체육학 학사 및 석사(동대학원 박사과정 중)
건강 및 다이어트 칼럼니스트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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