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박은혜의 4차산업혁명 이야기] 목수였던 밥 굿맨은 전기설기 작업 중 감전 사고를 당해 오른팔을 절단했다. 그는 이후 정교한 동작은 못하지만, 크게 행동하는 일은 할 수 있는 로봇 팔을 달게 되었다. 그는 자신의 로봇 팔에 대해 ‘나는 이것이 얼마나 빨리 나의 일부로 바뀌기 시작하는지를 보고 대단히 놀랐습니다. 이것은 제2의 본성이 되었습니다’라고 이야기 한다. 마치 휴대폰을 쓰는 것처럼 어느 사이에 거부감 없이 자신의 일부처럼 느끼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로봇 팔을 달고도 할 수 없는 일은 여전히 존재한다. 특히 거리낌 없이 사람을 포옹하는 것이나 춤을 추는 것 등은 로봇 팔로는 감당하기 힘들다고 한다. 그는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에게 ‘꿈에서는 진짜 팔을 가지고 있는가?’라는 질문을 받았는데, 처음 1-2년은 진짜 팔을 가진, 그리고 그 이후에는 가끔씩은 인공 팔을 가지거나, 가끔씩은 팔이 없기도 하는 꿈을 꾸었다고 한다. 무의식중에서도 팔이 없다는 것을 인식한 이후에는 꿈에서도 로봇 팔을 달고 등장하는 것처럼, 실제로 로봇 팔은 자신의 진정한 일부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휴 헤르는 등산을 하다 동상에 걸려 양 다리를 잃어버린 사람이다. 그 이후 그는 의족 연구소에서 일을 하며 중추적 역할을 하고 있다. 그는 로봇 다리를 가지게 되었는데, 이 다리는 수동적이기 때문에 속도를 조절 할 수 없고 일반적인 이동만이 가능하기에, 여러모로 불편한 점이 많다고 한다. 그가 의족을 연구하며 생각하게 된 것은, 인간의 관절 자제를 미리 계산해 만들어 내기란 불가능 하며 오로지 환자가 이러한 장치를 달게 된 이후에 그 장치가 그 사람의 걸음이나 동작을 습득하는 방식이 연구되어야 할 것이라 한다.

그가 생각하는 로봇이란 로보캅과 같은 기계가 아닌, 살아있는 근육을 이용한 기계를 만드는 것이다. 로보사피엔스의 의미처럼 사람도 아니며 기계도 아닌 혼합, 혼종 되어있는 존재를 만들기 위해 연구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그는 기계에 대한 이해나 생각보다는 일단 음직이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며, 로봇 제작자들은 마치 신의 역할과 유사하게 사람과 살아가는 동반자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전망한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MIT에서 개발한 핑키는 엉덩이를 밑면 그 힘을 걷는 동작으로 바꾸어 걸어 다니는 로봇이다. 다른 로봇처럼 전동기, 발전기를 통해 혼자 걷는 것과는 달리, 사람이 미는 힘에 따라 걸어 다니는 로봇인 것이다. 핑키에는 모터가 많이 들어있지 않으며, 힘의 변환기 등으로 걸어 다닐 수 있는 로봇이다. 이전에도 걷는 로봇은 수도 없이 많았지만, 다른 로봇들은 상체가 있는 등 다른 형태를 지니고 있는 반면에, 핑키는 단지 걷는 동작 자체에만 집중해있기 때문에 복 잡한 환경 속에서도 잘 걸을 수 있고 다른 로봇들에 비해 훨씬 적은 이미지로 능률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이러한 로봇의 핵심은 걷는 동작을 만들기 위한 중추장치, 즉 인간의 대뇌와 같은 기관에서 명령을 내릴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단시 걷는 명령만을 따로 추출해, 별도로 제어하는 걷기 지능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와 같은 걷기 동작에 대한 연구가 여러 차례 수행되었는데, 고양이의 척수를 절단해 대뇌의 명령 전달 체계를 끊은 상태에서도 러닝머신과 같은 기계에 올려놓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이 잘 걷는다는 실험 결과가 있다. 즉, 걷는 행동이라는 것이 대뇌의 명령을 받는 것이 아닌, 따로 척수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로봇의 연구 이전에도 생물학에서 이러한 연구가 이루어졌던 것이다.

미국 내 수 십 곳의 병원에서 일을 하고 있는 헬프메이트라는 로봇은 병원에서 물건을 나르는일을 한다. 이 로봇은 각 병원마다 다른 이름을 붙이고 있는데, 간단한 대화가 가능하고 이름을 붙인다는 점에서 이 로봇이 마치 마스코트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이 로봇을 만든 엥겔버거는 혼다나 아톰과 같은 로봇처럼 인간의 모습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학습능력을 지닌 어린아이와 같은 로봇을 만들고 싶어 하지만, 엥겔버거는 ‘선천적 지식이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 과소평가되는 경향이 있다. 또한 기억장치의 가격 또한 매우 저렴해지고 있기 때문에, 애써 어린아이와 같은 로봇을 만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라고 말한다.

사실 미래의 로봇들이 의료의 목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은 100에 가깝다. 물론 그것들이 우리의 예상과는 다른 모습이거나 기능을 가지게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가 그것을 거부하거나 그것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기보다는, 그 또한 우리가 사는 세계의 일부임을 받아들이는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지 않을까.

[박은혜 칼럼니스트]
서울대학교 교육공학 석사과정
전 성산효대학원대학교부설 순복음성산신학교 고전어강사
자유림출판 편집팀장
문학광장 등단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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