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묵주는 기독교의 대표적 성물로 구슬이나 나무 알 등 열 개씩 구분하여 다섯 마디로 엮어 만들었는데 끝에 십자가가 있다. 이것을 이용한 신앙 예절이 ‘묵주기도’이다. 묵주는 단수로는 1단, 5단, 15단, 20단 등이 있고, 생김새로는 일반, 반지 모양, 팔찌 모양의 묵주가 있다. 통상 알은 나무, 플라스틱, 유리, 압착한 꽃, 마노, 흑옥, 수정, 은, 금, 장미 씨 등으로 만든다.

성모송을 바칠 때 그 횟수를 세는 물리적 도구인 묵주의 기원을 보자. 첫번째 설은, 1214년 프루이유 성당의 성 도미니크에게 성모 마리아가 발현하여 준 묵주로 적인 알비파를 물리쳤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묵주가 기원이라 한다. 두번째 설은, 초기 수사들이 망자를 위해 날마다 시편을 150번을 외우며 기도했는데 문맹의 평신도들은 묵주와 비슷한 실로 꿴 작은 돌이나 곡식 알 등을 굴리며 횟수를 세었다. 이들의 것이 훗날 묵주가 되었다는 것이다. 세번째 설은, 7세기 성 엘리지오는 성모송 150회를 암송할 수 있도록 지인에게 150개 못이 박힌 의자를 선물했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묵주가 나왔다는 것이다.

묵주기도는 기독교가 박해받던 초기 교회 때 시작되었다. 로마 제국에서는 기독교인들을 원형 경기장에서 사자 먹이로 처형했다. 이때 이들은 머리에 이교들이 신에게 바치는 장미꽃으로 만든 장미화관을 썼는데 의미는 신에게 자신을 바친다는 순교의 개념이다. 살아남은 신자들은 비밀리에 시신을 수습하면서 장미화관을 받치고 꽃송이마다 기도를 봉헌한데서 묵주기도가 유래했다고 한다. 묵주기도는 성모송으로 여러 방식으로 이루어졌는데, 오늘날과 같은 형태는 1569년 비오 6세 교황이 발표한 칙서에 의해서이다. 칙서의 묵주 기도는 염경기도와 묵상기도로 구성된다. 여기에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이 자신의 교서 ‘동정 마리아의 묵주 기도’를 발표하면서 기존의 15단 묵주 기도에 예수의 주 사건들을 묵상하는 ‘빛의 신비’란 추가 5단을 추천하였다. 그래서 묵주 기도는 총 20단을 바치게 되었다. 묵주기도는 옛날에는 ‘매괴신공’이라했는데 매괴는 중국어로 장미과 나무이고 신공은 신께 공을 드린다는 의미이다.

묵주와 비슷한 것이 불교의 염주이다. 불교가 B.C 6세기에 생겨서 역사가 유구하고 카톨릭이 짧다보니 염주를 보고 묵주를 만들었다는 설도 있다. 염주는 수주, 송주, 주주라 하는데 부처나 보살에게 예배를 드릴 때 염불 수를 세는 데 사용한다. ‘목환자경’을 보면 108염주를 소지하고 불, 법, 승을 외울 때 마다 구슬을 하나씩 세면 심적 번뇌와 업보가 없어져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 한다. 염주 수 108개는 백팔번뇌를 끊고 백팔삼매를 얻는 것을 상징한다. 염주는 금, 은, 적동, 보리수 및 연꽃 열매 등을 이용하여 만든다.

서양에서 예배시에 이용하는 묵주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묵주(rosary)’는 라틴어 ‘rosarius(장미화관, 장미정원)’에서 파생한 ‘rosarium’/ ‘rosario’에서 유래한 말로 묵주나 매듭 혹은 넓은 의미에서 묵주로 기도문을 암송하는 행위까지 일컫는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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