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사람들에게 종이란 어떤 의미일까? 그것은 사람에 따라서 종과 관련되어 최초로 어떤 경험을 했느냐가 중요할 것이다. 교회나 절을 다녔던 사람들에게는 종교적으로 다가올 것이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학교의 수업시간을 알리는 종이거나 마을의 위급을 알리는 종의 개념이 강하게 남아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중학교 시절 TV에서 보았던 영화 ‘노틀담의 꼽추’에 나왔던 노트르담 성당의 그 수많은 종과 거대한 울림이 아직도 귀에 생생하다.

종은 일반적으로 금속재질인데 때로는 뿔, 나무, 유리 등으로도 울림을 위해서 속이 빈 상태로 만든다. 종은 동서양이 차이가 있는데 서양의 것들은 금속으로 만든 추 등으로 내부를 가격하여 소리를 내지만, 아시아의 것들은 바람으로 울리거나 금속추로 울리는 것 이외에는 대부분 나무 망치나 수평으로 움직이는 통나무 등으로 종의 외벽을 밖에서 가격하여 울리고 또한 가격시 크게 움직이지 않는다. 브리태니카 백과사전의 종을 자세히 보자. 종 모양은 곧은형, 볼록형, 오목형, 반구체형, 원통형(동 아시아) 등이 있는데 서양의 모든 탑종처럼 추의 닿는 부분이 튤립 모양으로 생긴 것도 있다.

종은 고대부터 아시아의 종교의식에서 죄를 정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믿음으로 지속적으로 사용됐는데 중국에서는 직접적인 영혼과 소통을 위하여 종을 울렸고 러시아 정교에서는 종이 직접 신에게 말을 걸었다. 그러다보니 이 민족들은 신의 더 큰 권위를 구하기 위해 가능한 큰 종을 만들었다. 불교와 기독교에서는 종을 예배용으로 이용했고, 동아시아에서는 종의 여운이 영적으로 중요하다고 생각했으며, 로마 가톨릭교에서는 종이 천국과 하느님의 목소리를 상징한다고 여겼다.

종은 외부에 신호를 보내는 것이 주 목적이다. 기독교와 불교에서는 종이 일과를 통제하고, 기독교도들은 목적에 따라 식당의 스퀼라 종과 성단의 놀라 종으로 달리 불렀다. 또한 종은 그 나라 애국의 상징과 전쟁 기념물로서 소중히 여겨져서 한 나라를 공격하면 가장 먼저 적국의 저항의 상징인 종을 없앴다. 신호용 외에 고대 중국인들은 처음으로 편종이라는 종을 음악에 사용했다. 서양에서는 9세기 이후 음악용으로 고정된 보통 7음계 음조의 작은 종(차임)을 썼다. 1벌이 적어도 23개로 구성된 음악용 종이 ‘카리용’이다.

단조나 리벳을 박아 만든 금속종 이후 금속으로 주조하는 종이 탄생했는데 가장 오래된 것은 청동기시대의 것이다. 고대 중국인들은 종의 주조술이 우수했는데 주대(B.C 1111~255)에 절정을 이루었다. 유럽의 종은 원래 수도원에서 만들었다. 가장 오래된 기독교의 종은 정4각형으로 단조한 철판에 리벳으로 고정하여 만들었다. 물론 유럽에 기독교 이전의 청동 주조법이 있었지만 8세기에 다시 시작되었다. 종의 주조는 종의 형태를 만드는 틀인 몰드에 약 1,100℃의 용해된 청동이나 금속을 꼭대기 구멍으로 붓는데 꼭대기의 또 다른 구멍에 계속 바람이 불어내리며 금속이 다져지면서 차오른다.

이때 생기는 기공을 방지하려면 금속 안에 형성된 가스를 제거해야 한다. 식을 때 안과 밖의 온도차가 크면 나중에 균열이 생기므로 조심스럽게 식히는데 큰 종들은 1~2주가 걸린다. 종의 원료인 청동은 구리와 주석의 합금으로 주석은 총무게의 13~25% 혹은 그 이상이다. 11세기경에는 이전과 달리 종을 비종교적으로 만드는 사람들이 등장하여 르네상스 시대까지 활발한 활동을 했다. 고딕 건축물의 고탑에는 훨씬 크고 잘 울리는 종들을 달았으며 현재 모양과 같은 종의 초기 형태인 나팔꽃 모양이 나타났다. 13세기경에는 이 형태가 대세였고 이후 종이 더 짧아지고 오목해지면서 꼭대기가 넓어지다 15세기에 현대의 서양식 형태와 비슷한 것이 나타났다.   

우리나라 종을 살펴보면 원형은 현재는 사라진 중국 주대의 용종이라고 추정한다. 대표적인 종은 범종으로 주로 청동으로 주조하여 만들어서 동종이라 한다. 우리나라의 종은 중국과 일본과 달리 가장 고대의 특징을 유지하고 있는데, 음통은 우리 종만의 대표적인 특징이다. 우리의 에밀레 종이나 성덕대왕신종 같은 종은 세계적인 종이다.

그렇다면 종교적 음악적으로 혹은 일상에서 유용하게 사용되는 ‘bell(종)’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bell(종)’은 게르만 조어 ‘bellǭ’가 고대 영어로 유입되어서 ‘belle’/ ‘bellan(고함치다)’이 되었고 다시 최종 ‘bell’로 정착을 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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