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얼마 전 택시를 탔다가 기사님에게서 좋은 교훈을 얻었다. 아무래도 기사님이 차 수리에도 경험이 많겠다 싶어 며칠째 시동을 걸 때 마다 이상한 소리가 나는 내 차의 상태를 말했더니, 참 멋진 조언을 해주셨다.

“차 고장이 날 때는 분명히 신호를 줍니다. 그걸 알아차리고 빨리 A/S센터에 가면 비용도 적게 들고 작은 고장으로 해결됩니다. 그런데 작은 신호를 무시하면 큰 고장이 나고 비용도 커지게 되니, 빨리 A/S센터에 가 보세요. 제 오랜 경험에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맞는 말이다. 나이 지긋해 보이는 외모에 진중한 말투로 건네는 조언에 더욱 수긍이 갔다. 기사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차만 그럴까”하는 생각이 찰나의 순간에 떠올랐다. 미세한 신호가 오는데 읽지 못하거나 무시해서 큰 화를 겪는 게 자동차 고장 뿐 일까.

산업현장에는 하인리히 법칙이 있다고 한다. 미국 한 여행보험 회사의 관리자였던 허버트 하인리히(Heinrich)는 7만5000건의 산업재해 분석을 통해 1931년 아주 흥미로운 법칙 하나를 내놨다. 바로 산업 안전에 대한 1:29:300 법칙이다.

▲ 사진 출처=픽사베이

큰 산업재해가 발생했다면 그전에 같은 원인으로 29번의 작은 재해가 발생했고, 또 운 좋게 재난은 피했지만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사건이 300번 있었다는 게 하인리히 법칙의 핵심이다. 기사님 말씀대로 초기에 신속한 대응을 강조한 법칙이라고 볼 수 있다.

우리 몸도 다르지 않을게다. 계절에 따라 몸이 달라지는데, 그에 맞게 따라야 하는 게 순리다. 한의학에서는 계절이 바뀌면 주리(腠理)가 달라진다는 말을 한다. 땀구멍과 피부를 뜻하는 주리는 몸 안의 수분을 배설하고 기혈을 통하게 하며 외사(外邪)의 침범을 방어하는 기능을 한다고 했다. 땀구멍은 여름에 발산을 위해 벌어지고, 겨울에는 보온을 위해 좁아진다.

또 겨울철에는 활동량이 줄어 들 수밖에 없다. 곰 고슴도치 다람쥐 등 겨울잠을 자는 동물들에서 보듯이 계절변화에 맞춰 에너지를 덜 쓰는 방식으로 몸을 움츠리고 있다. 물론 인간이 동물처럼 겨울잠을 자는 것은 아니지만 계절에 따라 몸이 달라지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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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열효과가 좋은 실내환경이 조성된다고는 하지만 추워지면 혈관 관련 환자, 중풍 환자가 늘어나는 게 현실이다. 겨울철이 되면 혈관이 빨리 확장되지 않기 때문에 생기는 일이다. 순천시, 종지리(順天時, 從地理)라고 했다. 하늘의 시간에 순응하고 땅의 이치에 따르라는 의미다.

겨울철에 따뜻한 옷을 입고 손에 장갑을 끼는 게 하늘의 시간에 순응하는 방식인 것처럼 운동을 하기 전에 충분한 예열이 필요하다. 특히 예열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사람은 겨울철 운동에 유의해야 한다. 계절이 변했는데도 봄이나 여름처럼 똑같은 시간으로 예열을 하고 운동을 하면 몸에 무리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겨울철에 운동을 하는데 몸에서 안 좋은 신호가 오면 억지로 이기려고 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 여전히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신호를 몸이 보내는 것으로 봐야한다. 하인리히 법칙은 산업현장 뿐 만 아니라 우리 몸에도 적용될 수 있는데, 잊어버리기 십상이다. 마치 자기만 빼고 세는 이솝우화의 ‘돼지들의 소풍이야기’처럼 말이다.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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