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조이> 스틸 이미지

[미디어파인 칼럼=김주혁 주필의 성평등 보이스] 가난한 싱글맘에서 유명 CEO로 변신한 조이 망가노의 실화를 그린 영화다. 조이는 미국의 항공사 예약 담당 직원으로 일하랴, 두 아이와 할머니, 이혼한 어머니까지 돌보랴, 하루하루를 힘겹게 살아간다. 아버지와 이복 언니, 전 남편까지 그녀를 고달프게 한다. 고교를 수석 졸업하고 유명 대학에 진학한 재원인 그녀가 꿈꿨던 인생과는 너무나 다른 현실에 지쳐간다. 그러던 어느 날 깨진 와인 잔을 치우다 손을 베면서 아이디어를 떠올린다. 잘 닦이면서도 손으로 짜지 않는 걸레를 제품화한다. 미러클 몹. 투자자를 물색하지만 돌아오는 건 ‘살림이나 잘 하라’는 비아냥과 외면. 사업의 세계는 여성에게 더 가혹하다.

그러다 전 남편의 소개로 홈쇼핑 채널의 경영이사 닐 워커를 만나 어렵사리 홈쇼핑 방송 기회를 얻는다. 집을 담보로 잡히고 제품 5만개를 제작한다. 하지만 쇼호스트의 실수로 방송은 엉망이 되고 걸레는 전혀 안 팔린다. 위기다. 조이는 워커를 설득해 자신이 직접 쇼호스트로 출연, 단 번에 수만 개를 팔아치우는 기적을 연출한다. 그러나 그녀는 특허 관련 사기에 휘말려 또 다시 파산 위기에 처한다. 하지만 여성 특유의 꼼꼼함으로 밤새 서류를 살핀 끝에 상대방의 허점을 파헤쳐 결국 역경을 이겨내고 미국 최대 홈쇼핑 채널의 최고경영자가 된다. 세상 모두가 좋아할 아주 멋진 물건들을 만들겠다는 꿈을 마침내 이뤄낸 것.

▲ 영화 <조이> 스틸 이미지

우리나라에서도 여성 인재의 각계 진출이 눈부시다. 여성 인구가 지난해부터 남성을 초월하기도 했다. 여성 전성시대가 온 것일까?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결혼 출산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여성이 아직 200만 명 이상 된다. 승진 등에서 보이지 않는 차별을 뜻하는 유리천장 지수에서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 29개국 중 올해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했다. 기업의 여성 임원은 2.1%에 불과하다.

남성 중심 조직문화에서 비롯된 성 차별 경영은 직원 만족도와 경영성과를 저해해 결국 기업에 손해다. 반면 조직의 성별 다양성은 조직 경쟁력 제고에 기여한다. 경영학자 톰 피터스는 “의사결정 집단의 인구학적 구성이 시장을 닮지 않을 경우 아주 멍청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여성정책연구원 강민정 박사에 따르면 코스피 상장 500인 이상 기업 170개사를 분석한 결과 2009~13년 5년 간 여성 관리자 비율이 증가하거나 여성임원이 있는 기업이 그렇지 않은 기업에 비해 경영성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성차별이 사라지면 글로벌 경제성장이 26%나 증가한다고 맥킨지는 ‘향후 10년 성평등 효과 비교분석’에서 밝혔다. 여성들의 경제 참여가 남성만큼 높아지면 GDP 성장률이 54% 올라간다는 것.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소프트 파워가 더욱 중시된다. 가정뿐 아니라 일터와 사회에서도 성 차별 없이 남녀가 나란히 꿈을 펼치며 조화를 이루는 세상이 앞당겨지면 좋겠다

▲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김주혁 미디어파인 주필]
가족남녀행복연구소장
여성가족부 정책자문위원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양성평등․폭력예방교육 전문강사
전 서울신문 선임기자, 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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