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진 출처=픽사베이

[미디어파인 칼럼=한의사 홍무석의 일사일침(一事一針)] 2020년 한 해도 저물어 간다. 코로나19로 시작해서 코로나19 상황이 마무리되지 않은 채 경자(庚子)년을 보내게 됐다. 2019년에 발생한 전염병이라 해서 숫자 19가 붙었는데, 여전히 진행형으로 또 해를 넘기는 셈이다.

비정상적인 전조(前兆)는 중국 우한 중앙병원 안과의사 이원량의 죽음에서 시작됐다. 이상한 폐렴 바이러스 질병이 나타났다고 동료들에게 얘기한 죄로 그는 공안에 끌려가 하룻밤을 꼬박 취조 받고 헛소리했다는 자술서를 쓰고 풀려나긴 했지만 확진자에 접촉돼 사망에 이르렀다. 그의 말을 경청했더라면 세상은 어땠을까.

폐렴 바이러스 감염자 폭증으로 올해 1월23일 우한시가 전면 통제되는 상황을 우려 섞인 시선으로 지켜보던 사이에 우리나라에서도 1월20일 확진자가 처음 발생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 기간 동안이라도 한시적 전면적 입국금지를 요청하는 국민청원이 올라온 게 1월23일이었다.

나흘 만에 20만명이 청원에 동의하는 등 중국발 입국자에 대한 우려가 컸지만 정부는 열흘도 넘긴 2월4일 후베이성을 방문했거나 체류한 외국인의 입국만 금지했다. 중국 후베이성 의사 장지셴이 이미 2019년 12월 27일 자국 보건 당국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가능성을 보고할 정도였는데, 제 때 중국발 입국자를 전면 통제했으면 어땠을까.

▲ 사진 출처=픽사베이

중국 눈치를 보는 듯, 늑장대처로 지탄을 받던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11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명칭을 ‘covid-19’로 결정하고 3월11일 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을 의미하는 팬데믹을 선언했다. 촘촘해진 글로벌 항공망(網)을 타고 순식간에 팬데믹 현상으로 번진 것이다.

팬데믹 선언 6개월쯤 뒤인 9월27일 코로나19에 감염돼 사망한 사람이 전 세계적으로 100만명을 넘어섰다. 특히 미국의 코로나19 누적 사망자 수가 2차 세계대전 전장에서 사망한 미군 수(29만1500명)를 넘어서기도 했다.

우리가 알던 선진국에서 확진자와 사망자가 더 많이 나오면서 꽤나 으스댈 때도 있었다. ‘K-방역’이 조명 받을 때였다. 마스크를 잘 쓰고 손씻기를 생활화한 국민들이 방역의 주인공이었는데, 정부의 역할이 돋보이게 하던 때이기도 했다.

대구에서 2차 대유행 때는 의료진의 희생과 봉사정신이 도드라졌다. 생업을 뒤로하고 대구로 달려가 확진자 진료에 나선 한의사들은 한방조제를 원천 봉쇄한 일부 가슴 좁은 병원 의사들의 대응조치에 한숨을 내 쉬었다. 그 때 정부나 병원 의사들이 좀 더 겸손했으면 어땠을까.

▲ 사진 출처=픽사베이

그렇게 으쓱했던 사람들이 12월부터 미국을 시작으로 백신 접종이 시작되자, 서로 남 탓해대기에 급급해 볼썽사나웠다. 역사적으로 전염병을 종식한 건 백신이었는데, 우물쭈물하는 사이에 백신확보 시기를 놓친 것이다. K-방역에 취하기보다 좀 더 냉철했으면 어땠을까.

반성과 회한은 세밑에 더욱 밀려오기 마련이다. 우리가 그 때 알았더라면, 지금은 달라졌을 텐데 하면서 아쉬워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때 몰랐던 게 아니라, 알면서도 실천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높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물(微物)은 우리의 오만, 탐욕, 방심을 어찌나 잘 파고드는지 다시금 깨우치게 됐다. 새해에는 결심 말고 실천을 해야 미물이 일으킨 역병을 종식시킬 수 있지 않을까.

▲ 한의사 홍무석

[홍무석 한의사]
원광대학교 한의과 대학 졸업
로담한의원 강남점 대표원장
대한한방피부 미용학과 정회원
대한약침학회 정회원
대한통증제형학회 정회원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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