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파인 칼럼=김권제의 생활어원 및 상식] 우리 말에 티끌모아 태산이란 말이 있다. 일단 작은 것이 모여야 거대한 것이 된다는 것이다. 세계적으로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바다 같은 거대한 강들도 많지만 그 강의 시발점은 조그만 옹달샘에서 시작하여 많은 실개천이 중간에 모이면서 하나의 강이 완성된다. 거대한 강의 시발점이자 중간 과정인 개천은 우리말로 내(川)/ 시내, 개울 등 다양한 형태로 사용이 된다.

또한 강을 기준으로 볼 때 개천은 강의 지류이기에 지천이라는 말도 사용한다. 국어사전에서 보면 개천은 골짜기나 구릉 혹은 들에 흐르는 작은 물줄기를 뜻한다. 개천은 일반적으로 거인인 강보다 애기나 초등학생 같은 작고 귀여운 작고 얉은 물줄기를 지칭하는 용어이다.

개천은 인간들의 삶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보니 그에 따른 많은 말들도 파생하였다. 그 중에서 대표적인 것이 “개천에서 용이 난다” 란 말이다. 용은 깊은 강이나 호수 등에 사는데 얉고 하찮은 곳에서도 우수한 인재가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또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천은 사람들에게 많은 추억을 제공한다. 산 밑이나 산과 가까운 개천에서 우리는 여름철 가재를 잡으며 놀았고 어른들은 철엽이라해서 물고기를 잡아서 매운탕으로 맛있게 먹었다.

그리 깊지가 않기에 적당한 그늘을 제공해 준다면 가족단위 여름철 피서로는 그만이다. 그래서 여름하면 피서지로 바다가 대표적이지만 적당한 그늘이 있는 개울도 많이 찾는다. 겨울은 어떠한가? 개울이 얼어붙으면 각자 집에서 썰매를 가지고 와서 하루종일 타고 논다. 지금은 아예 시설을 해놓은 첨단 스케이트장이 등장하지만 그 시절에는 아주 유용한 천연의 운동장이었다.

그렇다면 사람들에게 재미와 추억을 주고 농사에도 아주 유용한 생명의 젓줄인 개천이라는 말은 어디에서 유래가 되었을까?

‘brook/ brooklet’은 인도-유럽 공통 기어 ’mrāǵ-(모래와 점토의 중간 흙)’가 게르만 조어 ‘brōkaz (stream)’로 변화되었다. 이 말이 고대 영어 ‘brōc(개천)’으로 유입되면서 중세 영어를 거쳐서 최종 ‘brook’으로 정착을 하였다.  

‘streamlet/ stream’은 ‘srew- (흐르다)’에서 파생한 인도-유럽 공통 기어 ‘srowmos (강)’가 게르만 조어 ‘straumaz (stream)’가 되었다. 이 말이 고대 영어 ‘strēam(개울, 흐르는 물)’으로 유입되고 중세 영어 ‘streem’/ ‘strem’이 되었다가 최종 ‘stream’으로 정착했다.

[김권제 칼럼니스트]
고려대학교 영어교육학과 졸업
미디어파인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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